세계일보

검색

고용정책서 소외된 ‘낀세대’… 고용시장 ‘허리’가 아프다 [심층기획]

입력 : 2019-08-27 08:00:00 수정 : 2019-08-27 10:19: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자리 밖 내몰리는 40대 / 고용정책 청년·고령층 집중 / 7월 고용률 40대만 ‘뒷걸음’ / 취업자수도 45개월째 감소 / 제조업 취업수 16개월째 감소세 / 도·소매업, 감소폭 두 번째로 커 / 40대 고용률은 18개월째 하락세 / 청년·고령자·여성들에 정책 집중 / 수조원 쏟아부어도 고용 더 악화 / 정부 “고용질 나아졌다” 낙관만 / 인구 7월까지 월평균 14만8000명 감소 / 비경제활동인구는 2만7000명씩 늘어나 / 3월이후 5개월 연속 전년비 증가세 기록 / 40대 구직단념자·취업준비자 확대 우려

10년 넘게 광고회사에서 일한 직장인 최모(44)씨는 올해 초 ‘무직자’로 전락했다. 퇴직이 빠른 업계 특성상 꾸준히 제2 직장을 고민해 오긴 했으나 그렇게 빨리 은퇴를 맞이할 줄은 몰랐다. 최근 경기 침체로 광고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연스레 인력 감축이 진행됐다. 고참급인 최씨가 압박을 받게 됐다. 결국 최씨는 그동안 생각한 창업을 조금 일찍 한다는 마음으로 사표를 냈다. 하지만, 최근 자영업 사정이 최악이라 쉽게 창업전선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씨는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작은 브런치카페를 차리는 게 목표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40대에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푸념했다.

 

고용시장의 ‘허리’ 격인 40대가 일자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40대 고용률은 물론 취업자 수도 내리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최근 경기 불황과 고용시장 침체로 인해 다시 한 번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청년과 고령·여성층에 집중된 정부의 고용정책에서도 소외되어 고용위기가 더욱 심하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고용률은 전 연령층을 통틀어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7월 40대 고용률은 78.3%로,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고용률은 61.5%로 0.2%포인트 상승했지만, 40대만 뒷걸음질쳤다.

 

40대 고용률은 지난해 1월 0.2%포인트 상승한 것을 끝으로 2월(-0.4%포인트)부터 18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40대의 고용률뿐만 아니라 40대 취업자 숫자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648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7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45개월째 뒷걸음질했다.

타 연령층과 비교하면 40대의 고용위기는 뚜렷하다. 특히 정부의 일자리 지원이 집중된 60세 이상의 고용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지난달 60세 이상 고용률은 42.9%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포인트나 상승했다. 65세 이상 고용률도 같은 기간 1.4%포인트 올랐다. 65세 이상 고용률의 경우 2018년 8월(-0.4%포인트) 이후 2년 가까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0대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서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는 구직단념자가 늘고 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0대 구직단념자는 1년 전보다 38.9%나 증가한 5만7000명에 달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최근 고용 상황을 보면 개선되는 지표와 그렇지 않은 지표가 혼재돼 있다”면서 “40대는 고용률 등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좋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40대 고용 악화는 제조업 위기와 맞물려 있다. 취업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근무한 40대가 제조업 상황이 나빠지면서 실직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제조업 분야의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4000명 줄면서 16개월째 감소 행진을 이어갔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 폭은 지난 1월 1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5만2000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제조업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 폭이 큰 것도 40대 고용 상황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8만5000명(5.1%)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5만9000명)를 넘어서는 수치다. 제조업과 자영업에서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던 40대가 경제활동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시장에서 40대 이탈이 이어지면서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는 숫자만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직급여 수급 후 재취업한 40대(2017년 수급종료자 대상)는 12만2744명인데, 이는 20대 8만1730명, 30대 11만8411명, 50대 11만9874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 등 위기가 계속되면서 경제활동의 주축인 40대가 고용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구구조 변화만으로 40대의 고용시장 이탈을 설명할 수는 없고, 고용창출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가 취업을 늘리려고 아무리 군불을 때더라도 이들에게는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정부는 청년·고령·여성층의 고용 상황 개선을 위해서만 매년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당정은 내년에도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13만개가량 늘어난 74만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공공근로 등 단기 일자리에 몰려 있어 사실상 ‘고용의 양’만 늘린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 사업규모를 확대한 영향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올 들어 월평균 16만명가량 증가했다.

 

정부는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낙관론을 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청년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40대와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0대는 한 가구의 주 소득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면 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결국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지만, 정부가 재취업을 위한 교육이나 인적자원 개발과 관련해서 일반 복지지출보다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비경제활동’ 늘어 …  꺾여버린 구직활동

 

40대 인구 상황을 보면 40대의 고용 부진 상황은 더욱 뚜렷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 부진의 이유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꼽았는데 40대 인구와 고용 상황을 따져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설명할 수 없는 고용 악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6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인구는 828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5만명이 감소했다.

 

인구가 감소하면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뿐만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40대의 경우 경제활동인구가 인구감소분보다 더 크게 줄고 대신에 비경제활동인구는 늘어나는 현상을 보인다.

 

지난달 4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16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9000명이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는 인구감소분에다가 비경제활동인구까지 더해 19만9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인구는 올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전년 동월 대비 14만8000명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월평균 2만7000명 증가하고 있다. 4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5만명이 증가한 이후 4월에 5만8000명, 5월과 6월에 각각 2만2000명과 2만3000명이 늘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취업자로 일하고 있거나 실업자 상태로 구직활동을 하던 40대 경제활동인구가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내려앉는‘ 셈이다. 비경제활동인구에는 활동상태별로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와 마찬가지로 취업을 원하고 일할 능력이 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구직을 단념한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지난달 전 연령대에서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1만5000명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40대, 60세 이상에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었는데, 해당 연령대 인구가 주는데도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세대는 40대가 유일했다.

 

지난달 실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8000명 늘며 109만7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 1999년(147만6000명) 이래 20년 만에 가장 많았지만 40대에서는 실업자가 오히려 2만명 줄어든 것도 같은 원인이다. 40대 실업자가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체로 비경제활동인구가 구직활동을 시작하며 실업자가 되고, 실업자로 2∼3개월 머물다가 취업하거나 다시 비경제활동인구로 돌아오는 흐름”이라며 “40대의 경우 실업자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다시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40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40대가 고용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경제활동인구를 감안하면 40대의 실제 고용률은 더 낮고, 실업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안용성·박영준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