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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국인 노동자 ‘기능실습제’ 심각한 불법 노동·인권침해 불러”

입력 : 2019-08-25 19:18:18 수정 : 2019-08-25 22: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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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연수생 5년간 157명 숨져 / 고용회사 6000곳·70%가 법 위반”

일본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하는 창구인 기능실습제가 심각한 불법노동과 인권 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능실습제를 통해 입국한 연수생 중 최근 5년간 157명이 사망했다.

 

BBC는 24일(현지시간) 기능실습제를 통해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온 연수생을 고용하고 있는 일본 내 회사는 6000개에 이르나 이들 중 70%가 불법 초과노동, 임금 미지급 등 법 위반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 전략이 착취의 수렁에 빠졌다”고 전했다.

 

기능실습제는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연수생과 비슷한 제도로, 저개발국가 인력에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한다는 명분으로 해외에서 싼 인력을 들여오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4년 산업연수생제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일본은 여전히 기술연수생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일본 역사상 가장 많은 34만5000명 규모의 연수생을 입국시킬 예정이다.

 

아들의 결혼식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에 왔다는 중국인 여성은 한 의류 회사에서 꼼데가르송, 바니스뉴욕 등 유명 브랜드의 옷에 라벨을 붙이는 일을 해왔다. 이 여성은 BBC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아침 6시30분부터 자정까지 6개월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회사의 급료명세서는 다 가짜였다. 초과근무는 전혀 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지쳐서 다리가 부어오르고 허리를 다쳤다. 항상 머리가 아파 밤에 울었다. 만약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사장이 알게되면 나를 해고할까봐 사장에게 말하기도 두려웠다”고 말했다. BBC는 이 여성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매일 근무시간을 적어놓은 메모를 보여줬으며, 5만달러 가까이 빚도 지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BC는 그러나 이 회사측은 모든 직원이 다 최저임금에 기초해 계산된 기본급을 받고 있으며 고용 관련 법을 다 지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도 덧붙였다. BBC캡처

 

BBC는 “일본은 수세기 동안 높은 동질성을 가진, 가장 닫힌 사회였다”며 “지금은 인구학적 시한폭탄에 직면해 노동자 수급이 절실해졌고, 기술연수생 제도는 해외에서 싼 노동자를 고용할 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연수생은 그들의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학대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법무부는 최근 5년간 157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17명은 자살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시민단체활동가들은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자살시도 후 병원에 3개월간 입원한 중국인 여성은 “다른 사람들과 농담을 하다가도 뒤돌아서 울곤 했다. 나는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라며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 다발 여러개를 BBC 취재진 앞에 꺼내보였다. 이 여성은 “일터에서 나는 유일한 여성이었고 다른 직원들은 더러운 농담을 자주 했다. 내가 ‘빠가’(바보)라고 하자 나에게 화를 터뜨리면서 ‘너는 일본에서 일하는 중국인 연수생이다. 너는 우리가 네게 욕을 하면 듣고만 있어야 한다. 받아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점심시간에 나는 하늘만 쳐다봤다. 여기서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여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는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말했다. BBC는 이 여성이 외국인으로서 집중적인 따돌림을 받았다면서 현재는 척추에 부상을 입고 다시는 일할 수 없게 될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내가 일본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날 괴롭히지 않았다먼 절대 죽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BBC캡처

 

한 중국인 연수생은 “오전 6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면서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고 초과근무 시 임금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면서 “회사의 급료명세서는 다 가짜였고 너무 지쳐 다리가 붓고 허리 통증과 두통에 시달리며 밤마다 울었지만 해고될까봐 사장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BBC에 말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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