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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장기적으로 100% 보행 위주 가야”

입력 : 2019-08-22 03:10:00 수정 : 2019-08-22 00: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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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시민위, 행안부 제동에 반론 / 재구조화 시민 주도… 정치와 결부 불만 / 광화문은 시민의 광장이자 시민의 사업 / 박원순 시장 ‘치적 쌓기용’ 시각은 오해 / 시민대표들이 결정하면 서울시가 집행 / 교통마비 우려 전문가 토론후 생각 바꿔 / 광화문 역사흐름 응축… 공간 변천 살려야 / 경복궁 월대 복원, 사직로∼광장 연결을 / 시민이 주인으로 향유하는 공간 이상적

“행정안전부 신임 장관이 (제동을 건 건)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 사업은 향후 백 년을 바라보고 시작했어요. (장관이) 큰 그림을 보고 사안의 경중을 따져야지 당장 어린이집, 경비대가 어떻고…. 정부를 대표하는 장관이 그러는 건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이에요.” (김원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공약은 광화문에 집무실이 내려오고, 경복궁을 열어서 시민이 북악산까지 올라가게 하겠다는 거예요. 행안부 장관이면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거꾸로 광화문광장 조성에 적극 앞장서야죠.” (함인선 광화문시민위 도시공간분과 위원장)

행안부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광화문시민위원회가 반론을 제기했다. 2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 모인 시민위원들은 “행안부에서 시민 소통이 부재했다고 하다니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히려 이렇게 장시간 회의하며 시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공공부문에서 본 적이 없다”며 “행안부는 정책 입안을 할 때 어떤 소통을 했는지 벤치마킹할 만한 방법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시민대표들은 광장 재구조화를 시민이 주도했음을 강조하며 ‘박원순의 광장’으로 보는 데 불만을 표했다. 행안부는 앞서 지난달 30일과 이달 9일 두 번에 걸쳐 공문을 보내 서울시가 광장 조성을 늦춰 줄 것을 주문했다.

 

2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지난 4년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고민해온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들이 광화문광장의 이상적 모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광화문시민위 역사관광분과 홍순민 위원장, 도시공간분과 함인선 위원장, 광화문시민위 김원 위원장, 시민소통분과 이정구 위원장, 시민참여단 남복희 시민대표. 이재문 기자

 

◆“행안부가 앞마당도 양보했으면”

광화문시민위는 광장 재구조화를 논의하는 시민 모임으로 지난해 7월 출범했다. 2016년 7월 결성된 광화문포럼을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총 4개 분과로 이뤄져 있다. 이날 자리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시민소통분과 이정구 위원장, 역사관광분과 홍순민 위원장, 도시공간분과 함 위원장, 시민참여단 남복희 시민대표가 함께했다. 문화예술분과는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행안부가 서울시의 일방통행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광장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청사 자리는 조선시대 삼군부 터로, 철학이 없던 1960년대에 급하게 지은 것”이라며 “서쪽인 청사 자리에 삼군부, 동쪽으로 의정부가 있어서 좌우 문무가 균형을 갖춘 공간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봤을 때 오히려 행안부가 현재 주차장인 청사 앞쪽을 광장에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대표로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이들은 서울시가 소통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억울해했다. 소통 부족의 근거로는 지난달 22일 11개 시민단체가 연 ‘사업중단 요구 기자회견’이 주로 언급된다. 함 위원장은 “저희가 지난 4년간 이 일을 주최하면서 광장 관련 주요 사항을 결정했고, 박 시장이 저희에게 모든 권한을 줬다”며 “시민대표들이 시민과도 소통하고 있는데 몇 개 시민단체가 소외됐다고 소통 부재라고 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민위에는 세 종류의 시민이 있는데 종로구 주민, 일반 시민, 직업적 시민”이라며 “직업적 시민은 저 같은 전문가나 시민단체 활동가들로, 전문가들 역시 시민의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소통분과에서는 전화·인터넷 설문부터 각종 강의까지 시민과 소통법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시민대표는 “시민단체가 1000만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보도를 보면 박 시장을 공격하고 싶어서 광장 재구조화를 핑계 삼는 것 같다”며 “왜 이렇게 시민·역사·미래를 바라보고 하는 일들을 자꾸 정치와 결부시키는가”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민을 얼마나 수준 낮게 보면 시민이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가”라고도 덧붙였다.

◆“광장 시민 손으로 만들고 있어”

이들에게 광화문은 ‘시민의 광장이자 시민의 사업’이었다. 김 위원장은 “아주 큰 오해가 광화문광장을 박 시장의 일이다, 임기 중에 하려고 서두른다고 보는 것”이라며 “시민위원장으로서 답답하고 불만”이라고 말했다. 함 위원장은 “저희가 시민대표로서 전문성을 갖고 주체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하면 서울시에서 집행하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와서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 시장 의중이 이러니 반영해 달라 식의 일은 일절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2016년 광화문포럼에 참여하며 시민과 광장 조성을 주도해 왔다. 남 시민대표의 경우 간호사 출신으로 20년간 전업주부였다. 그는 서울시 홈페이지의 시민 모집공고를 보고 참여했다. 당시 100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그는 “2009년 플라워양탄자라면서 새 광화문광장이 공개된 걸 보고 ‘시민이 가만히, 조용히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했다”고 회상했다.

워낙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다 보니 포럼은 늘 시끄러웠다. 광장 재조성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불거졌다. 남 시민대표는 “일반 시민이 모인 시민참여단은 지난 4년간 싸우다시피 할 정도로 치열하게 자기 의견을 내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나 토론을 세게 했냐면 제가 토론사회를 보는 데 반대의견인 시민분이 바닥에 앉아서 ‘김원씨 내려오시오’ 할 정도였다”며 “회의할 때 결론이 안 나면 밥 먹으면서 하고, 그래도 끝이 안 나면 술 먹으면서, 그래도 안 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토론을 해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초반에 ‘교통마비’를 우려한 교통 전문가들이 1년간 이런 토론을 거치며 생각을 바꿨다.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은 ‘광화문은 긴 안목으로 봤을 때 100% 시민 보행 위주로 가야 한다’였다.

◆역사가 소통하는 광장… 월대 복원은 핵심

시민위원회는 ‘100% 보행 위주’라는 큰 틀에서 출발해 광장의 뼈대를 그려나갔다. 역사·시민광장 조성, 월대 복원, 교통 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광화문광장 디자인이 2005년 건축가 승효상,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제시한 안과 판박이다, 서울시에서 그림을 다 그려놓아 국제설계공모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함 위원장은 “계획과 디자인을 구분하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는 “모든 공모에는 달리기의 출발선에 해당하는 계획이 제시되는데, 시민위원회가 이를 만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도로포장, 나무 식재, 벤치 배치 등 디자인에 대해 공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효상 안과 같다고 비판하는 건 바퀴가 네 개 달렸다고 유모차와 버스가 같다는 논리”라며 “애초에 광화문광장에 도로를 배치하는 건 네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는 데다 승효상 안은 우리 계획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회복해야 하는 당위성도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광화문에는 대한민국, 일제강점기, 대한제국, 조선시대까지의 흐름이 응축돼 있다”며 “이 공간의 변천이 곧 서울의 변천사요, 더 나아가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의 소통도 이 공간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며 “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경복궁까지 쭉 걸어가면서 역사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도로로 단절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복궁 앞의 월대(궁궐 앞에 놓는 넓은 단)는 이 두 공간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월대는 과거 경복궁에 있는 임금의 권력과 백성들의 호소가 만나는 접점이었다. 홍 위원장은 “월대 없는 경복궁은 미완”이라며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할 때 월대가 복원돼 사직로부터 광장까지 하나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향유 공간으로…광장 대신 마당 어떤가

이들이 그리는 이상적 광화문광장은 시민이 주인으로서 향유하는 공간이다. 시민위는 이를 위해 광장 재조성 이후 운영 방안을 고민 중이다. 홍 위원장은 “주말이면 데모만 하거나 장사판이 되는 게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돼서 다양하게 문화적·비정치적·비상업적으로 향유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데 원론적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시민위에서는 광장이란 명칭에도 이견이 나온다. 광장은 서양의 도시 문화다. 홍 위원장은 “광장 문화는 우리에게 낯설기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모여 일하고 잔치하고 격론을 벌였던 전통 공간인 마당이 어떨까 싶다”고 했다.

남 시민대표는 “제가 생각하는 광장은 한쪽에서는 버스킹하고 한쪽에서는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몸도 마음도 힘들 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즐거운 공간”이라고 희망했다. 김 위원장 역시 “베니스 사람은 누구나 산마르코 광장에 가서 커피 마시고 아침 먹고 쇼핑하고 낮잠을 자는 등 그곳이 생활의 중심”이라며 “그곳에 가면 모든 게 다 있는 그런 광장을 만들자”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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