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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말 4년 전에 한 文 "北막말에 수치심, 모욕 느껴… 선 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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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7 10:02:48 수정 : 2019-08-17 10: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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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文 대통령 향해 北 외무성 "겁먹은 개" / 조평통 "남조선 당국자· 삶은 소대가리· 똥줄 · 뻔뻔" 막말 퍼레이드 / 청와대 대응 자제 속 민주당, 통일부 "남북관계 발전에 무익" / 2015년 7월 文 "정상에 대한 막말은 국민에 대한 모욕, 수치심 든다" / 文 "北에 대한 비호감만 키우고 남북관계 도움 안 돼" / 文 "만나야할 상대인데 선 넘어서야"

남북분단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을 보였던 남북 정상 사이가 최근 묘하게 바뀌고 있다. 우리 정부를 비난한 적 있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겨냥하지 않았던 북한이 이달 들어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격하해 부르는가 하면 '겁먹은 개', '똥줄', '삶은 소대가리' 등의 막말을 퍼부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남북관계가 옆길로 샐까봐 직접 대응에 나서지 않은 채 통일부를 통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간접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다. 과연 청와대 속마음은 무엇일까. 2015년 7월26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북한 막말'에 대해 적은 글을 통해 유추해 보면 "국민전체 대한 모욕으로 북한은 선을 넘지 마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 11일 한·미훈련 시작과 동시 北 외무성 "靑은 겁먹은 개, 큰 바보, 횡설수설, 뻔뻔, 똥 냄새"

 

지난 11일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되자 북한은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이름으로 담화를 내고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면서 "남조선당국이 합동군사연습의 명칭을 초기의 '동맹 19-2' 대신 '후반기 한미련합지휘소훈련'으로 바꾼다고 하여 훈련의 침략적성격이 달라진다거나 우리가 무난히 넘기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하여 악취가 안날것 같은가"라며 "앞으로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조미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것이 좋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담화는 "지난번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못해 쩔쩔매여 만사람의 웃음거리~,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이라고 했다.

 

또 "횡설수설, 도적이 도적이야 하는 뻔뻔스러운 행태~, 정경두(국방장관) 같은 웃기는 것" 등 센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 "불만스럽더라도 대화의 판 깨거나 장벽 치면 곤란"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74주년 기념사에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며 "(지금은)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다"고 했다. 

 

따라서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다"고 북한을 점잖게 타이르듯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선언, 통일 스케줄까지 제시했다.

 

◆ 16일 北조평통 "엮어댄 말, 웃기는 사람, 삶은 소대가리, 똥줄을 갈기는 주제"

 

그러나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16일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폄하하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등에 대해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가며 맹비난했다. 

 

조평통은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남조선당국자의 '광복절경축사'라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할수 있다"면서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조평통은 "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크게 웃을)할 노릇,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는 등 막말을 총동원했다.

 

◆ 靑 침묵속 민주당 "노동신문에 게재 않는 등 수위조절해 다행", 통일부와 靑 관계자 "도움 안돼"

 

조평통의 거친 말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 대신 ‘청와대 관계자의 입’이라는 간접 방법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통일부를 통해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선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조평통 성명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고 노동신문을 비롯한 대내 매체에는 게재하지 않음으로써 일정 정도 수위를 조절한 것은 다행이다"고 했다. 다만 "북한의 무례하고 도발적인 언사는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남북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한반도의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북측의 성숙한 대응을 요청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그러한 발언은 남북정상 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다"라며 낮은 수위로 조평통 담화를 꾸짖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평통 담화는 보다 성숙한 남북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며 "어제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 4년전 지금 文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은 국민에 대한 모욕, 대화깨지 않도록 선 넘지 마라"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던 2015년 7월 2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붓은 북한에 대해 '수치심을 들게 할 정도의 모욕이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2015년 7월 25일 북한의 전국연합근로단체는 '박근혜의 못된 악담질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다'라는 대변인 담화에서 "박근혜의 천하 못된 입이 다시는 놀려지지 못하게 아예 용접해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 나라의 한결같은 민심이다"며 "(남북관계의) 진짜 걸림돌은 북핵이 아니라 미국과 그에 맹종하고 있는 박근혜 일당"이라고 험한 말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에 "북한이 대통령에게 또 다시 막말을 했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급한 표현에 수치심이 든다. 상대방 국가원수를 막말로 모욕하는 것은 국민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그런 태도는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북한에 대한 비호감만 키울 뿐이다"라며 "정상회담에서 만나야 할 상대인데 선을 넘지 말아야 하며 대화를 깨지 않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금 문 대통령의 심정도 4년 전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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