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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제 임상시험 제대로 하려고 아예 회사 차려”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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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7 01:00:00 수정 : 2021-01-04 10: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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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셀바이오 이준행 대표 / 의대 교수 재직 중 연구진과 합심 / 엔젤투자 받아 기술 개발 등 수행 / 간암·혈액암 임상2상 연구 박차 / “실험실·공장 생산은 엄연히 달라” / 임상 제품 생산 스마트공장 세워 / 세계 첫 반려견 치료제 출시 앞둬

“저희는 연구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할 역량이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의 벤처기업 ‘박셀바이오’ 사무실에서 만난 이준행 대표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전문가들이 꾸린 벤처기업이어서 기술력만큼은 자부심이 있다는 의미였다. 박셀바이오는 항암 면역치료제 연구개발 전문 바이오 벤처회사로, 전남대 의대와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스핀오프(분사 창업)한 기업이다. 전남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 대표와 이제중 교수 등 연구진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세웠다.

 

이준행 박셀바이오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항암면역치료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들이 처음부터 직접 회사를 세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연구 결과가 나왔고,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 임상시험을 하려 했다”며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임상시험과 관련해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연구비가 거의 없어 국내 제약회사의 문을 두드렸다”고 돌아봤다. 이미 시행된 기초연구와 약간의 응용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상용화에까지 이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접촉한 제약사들은 하나같이 답을 차일피일 미뤘고, 기술이전을 하더라도 해당 회사의 홍보용으로만 쓰이고 폐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떨치기 힘들었다. 창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이 대표는 “병원이 바로 옆에 있었고, 공동창업자인 이제중 교수가 명망 있는 임상의사이기 때문에 스스로 기술을 실현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며 “실험실 출신 연구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의과대 선후배들에게서 엔젤투자(개인이 자금을 대고 주식을 대가로 받는 투자 형태)를 받았다. 주요 창업자들이 의사인 만큼 의대 출신 선후배, 동기들에게 펀딩받은 돈으로 초기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창업 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은 진행성 간암 등에 적용 가능한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와 다발골수종(혈액암의 일종)에 적용 가능한 ‘수지상세포(DC)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두 제품 모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각각 임상2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 대표는 회사의 또 다른 장점으로 자체 임상시험 제품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공장을 들었다. 그는 “실험실에서 하는 생산과 공장에서 하는 생산은 엄연히 다르다”며 “임상시험에 필요한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레벨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직접 직원들이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셀바이오 스마트공장은 지난달 ‘전남 블루이코노미 비전 선포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셀바이오는 스마트공장 본격화를 위해 최근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인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코리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장 내 설비 등을 위해 미국 GE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신약 개발에 시간과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유치를 시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반려견용 항암면역 치료제도 시장에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반려견용 치료제의 경우 임상시험이 완료됐고, 현재 품목허가를 기다리는 단계”라며 “내년 중순∼하반기쯤 허가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분야(암 면역치료)는 굉장히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면역치료제로 각광받는 CAR-T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늘 새로운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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