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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형 일자리, LG화학 유치가 끝 아냐…기업 ‘탈한국’ 원인 해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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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7 11:30:00 수정 : 2019-07-27 1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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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 "신재생에너지 구매할 제도 없어… 관련 제도·법 필요" /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 세계적 흐름… 원전 문제와 별개로 추진해야"

“‘구미형 일자리’가 큰 성과를 거두려면 이를 토대로 구미에 전지전장 산업 클러스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구미에는 새로 신설하게 된 양극재 공장뿐만 아니라 음극제 생산 공장이 있습니다. 전후방 산업의 직접지가 될 여건을 갖추고 있죠. 산업 확대를 위해선 지역이 나서서 유치한 기업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구미을 지역위원장)은 ‘구미형 일자리’를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청와대가 움직여 LG그룹이 국내 투자로 선회하도록 이끌었지만 당초 청와대에 “구미에 LG화학을 유치하자”고 먼저 제안한 사람은 김 의원이었다.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 수석과 김 의원은 ‘대학 친구’ 사이다.

 

구미형 일자리는 1호 상생형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에 비해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도 유망한 미래 산업을 유치한 데다 LG화학이 직접 법인을 설립해 기업 책임을 높였고 업계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LG화학이 폴란드에 생산 라인을 늘리려 했던 본질적 이유가 해소되지 않아 현재로선 향후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투자로 창출되는 인력 규모는 1000여명이다. 김 의원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LG화학이 폴란드에 생산 라인을 증설하려 했던 건 공급처인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용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미가 전지전장 부품 산업을 확대하려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법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청와대와 언제부터 논의했는지.

 

“지난해 청와대 정 수석을 만나 구미에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유치하자고 이야기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지난해 해외 납품처로부터 괄목할 만한 수주를 했다. 생산 라인을 확대해야 할 시점이었다. 알고 보니 해외에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제조업 공장이 국외로 빠져나가선 국내 제조업의 위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설득하면 문재인정부가 대기업의 투자를 국내로 돌리는 전환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정 수석에게 LG화학과 접촉해달라고 부탁했다.”

 

- 왜 LG화학이었나.

 

“LG화학이 엄청난 수주를 받았고 그걸 생산하기 위한 내부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할 때였다. 시기가 맞았다. 또 구미에는 기존의 LG공장이 있다. 구미는 전통적으로 전기, 전자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도시다. 청와대에서 LG그룹 고위급과 만났고 이후 LG연구원에서 국내 투자에 대해 검토했다. 그룹의 중대한 경영과 관계된 일이라 계열사(LG화학)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상당 기간 검토를 진행했고 LG그룹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북 구미 구미코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 청와대는 어떤 반응이었나.

 

“정 수석과 대학 동기다. 과는 다르지만 졸업 후 각자 분야에서 살아오면서 자주 만났다. 구미형 일자리에는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전기 배터리는 한국 미래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살렸다면 앞으로는 반도체와 전기배터리 두 축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은 전기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해외투자에 집중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국내 제조업 위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기업 투자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정부·여당이 노력한 것이다.”

 

- LG화학은 왜 해외 투자를 하려했나.

 

“제가 LG화학에 주목하게 된 건 LG화학이 납품처인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였다. 대한민국 모든 제조업과 산업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피할 수 없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BMW는 기업 활동에 있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구체적 목표 시점을 밝히고 납품처에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LG화학도 그 중 하나다. LG화학이 이미 폴란드에 공장을 지은 것도 RE100 때문이었다. 그곳에 생산 라인을 추가하려던 걸 이번에 국내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굉장히 무감각하다.”

 

-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의 어려움은.

 

“삼성의 지속가능 보고서를 보면 ‘현재 전력 사용량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의 경우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나 공급 계약 시스템 등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대규모 풍력과 태양광 시설 운영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적혀 있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용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국내 투자를 늘리겠나. 우리 기업이 중간재를 생산하다보니 원청으로부터 ‘너희도 RE100에 동참해라.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 제품을 납품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수준이 낮은 데다 인증 시스템마저 없어 삼성은 해외 공장에서 이를 해결하고 있다.”

 

- 제도적 미비점은.

 

“현재는 신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낸 생산자가 받는 판매 인증제도는 있어도 구매 인증제도가 없다. 관련 제도와 법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

 

- 구매 인증제도는 무엇인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같은 시스템이다. 기업이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만들 수는 없으니 이를 구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수돗물을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만들어낸 신재생에너지를 기업이 구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금도 비율은 미미해도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한국전력에 그냥 팔아버리고 있다. 비싸게 생산한 그 ‘프리미엄 전기’를 원전과 화력발전 전기와 구별 없이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이나 삼성SDI처럼 친환경 에너지 사용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구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예전에는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면 지역민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한 주씩 사주는 운동을 벌였다. 저는 구미에 온 LG화학을 위해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시민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기업에 인증서를 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지역민이 기업의 고민 해결에 동참하면 그 산업이 구미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후 전후방 산업이 구미에 뒤따라올 수 있다. 기업을 유치해놓고 알아서 하라고 할 게 아니라, 구미시와 경상북도가 나서 LG화학의 고민거리인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어떻게 짜줄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 논의는 대한민국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굉장히 중요한 논의가 될 거라 본다.”

 

- 구미형 일자리의 파급효과는.

 

“구미형 일자리를 계기로 앞으로 구미시가 친환경 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 긍정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구미는 기업도시다. 시민들이 나서서 기업의 친환경 에너지 공급 문제를 풀어나가는 혁신적 기능을 갖춘 도시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구미에는 방산업체도 많다. 그쪽은 전량 수입산 배터리를 사용한다. 구미에서 생산하는 배터리가 방위산업에도 들어가면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 신재생에너지 문제는 갈등의 한 축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 흐름인데 한국은 탈원전 논란 때문에 이를 정쟁화 시키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다. 전 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후환경변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애초 목표였던 2℃ 상승으로는 지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지난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승인했다. 앞으로 이에 따른 대응 강도도 훨씬 세질 게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원전 문제와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

 

- 농촌을 대표해 국회의원이 됐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농촌이 지금은 농업 생산기지로서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해서는 한국 농업·농촌이 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농촌이 신재생 에너지 생산기지로서 역할하게 될 때 농촌에 획기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원천인 햇빛, 바람, 축분과 생활쓰레기는 대부분 농촌에 있다. 결국 농촌에서 생산해야 한다. 농산어촌이 지금까지는 식량 생산만 했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생산을 함께 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젊은이들도 농촌에 유입될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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