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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전시 박물관 천장서 빗물 ‘줄줄’… 벽엔 곰팡이 ‘범벅’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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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4 06:00:00 수정 : 2019-07-23 21: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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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어진박물관 관리 ‘구멍’ / 국보 317호 태조 이성계 어진 등 / 조선임금 초상화 다수 전시된 곳 / 시, 경기전 내에 44억 들여 건립 / 운영 민간위탁… 누수현상 반복 / 시 “원인 못 찾아 전면수리 계획”

강원도 춘천에 사는 박모(54)씨는 주말인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전북 전주한옥마을 내 경기전(慶基展·사적 제339호)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시립 어진박물관 지하 1층 어진실 바닥에 놓인 플라스틱 통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진박물관은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왕 초상화·국보 317호)을 모신 곳이며 어진실은 조선 세종·영조·정조·철종·고종·순종 등 여섯 분의 어진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날은 제5호 태풍 ‘다나스’ 여파로 전주에 27.1㎜의 비가 내렸다. 다음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주 어진박물관이 습기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허술한 문화재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23일 전주시에 따르면 어진박물관은 태조 어진 전주 봉안(1410년) 600년을 맞은 2010년 44억원을 들여 경기전 정전 뒤편에 지하·지상 각각 1층(연면적 1193㎡) 규모로 건립했다. 한옥으로 지은 지상층에는 태조 어진을 봉안한 어진실을 갖췄고, 콘크리트로 된 지하층은 새로 모사한 여섯 임금의 어진실과 1872년 태조 어진 봉안 시 사용한 신연(神輦) 등 가마실, 역사실, 기획전시실, 수장고, 체험실 등으로 꾸몄다.

 

문제는 비만 내리면 지하층 전시실에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나, 민간위탁에 따른 전주시의 관리 부실로 제때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박물관은 개관 이듬해 유물 100점 이상과 수장고, 항온·항습 장치 등을 갖춘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됐다.

바닥엔 빗물받이통 지난 21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 지하 1층 어진실 바닥에 빗물을 받기 위한 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다.

취재진이 이날 확인한 결과 어진실 유리로 된 천장 측면을 통해 스민 것으로 보이는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일부는 어진 제작 과정 안내판이 내걸린 벽면 쪽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검푸른 곰팡이도 피어나 누수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됐음을 엿보게 했다. 표준영정을 모사한 세종어진이 내걸린 유리관 내부 벽면 또한 누수 흔적으로 누렇게 변해 있었다.

 

관람객 관리도 부실해 대다수가 빗물에 젖은 우산을 든 채 전시관 곳곳을 오갔고, 일부 관광객은 임시방편으로 설치한 빗물받이통에 휴지를 버리기도 했다. 박물관이 자리한 경기전은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아 입장료 수입만 18억∼20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곳 지하층에는 1872년 모사된 태조 어진 진본을 보관 중인 수장고와 의궤에 나온 태조 어진 봉안행렬을 전주 한지로 재현한 닥종이 인형 반차도를 선보이는 기획전시관 등이 함께 자리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태조 어진은 현존하는 유일본으로 2005년 서울 국립 고궁박물관 전시 길에 올라 전주 이씨 종친들의 분향례 과정에서 일부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반환되지 못하다가 전주시민의 요구로 3년 만에 귀향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전주시는 태조 어진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어진박물관을 지었고, 전주 봉안일인 매년 11월6일 단 한 차례만 외부에 전시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하 어진실은 당초 일반 전시공간이었으나, 2012년 태조 어진이 국보로 승격되면서 태조 어진과 함께 전시했던 조선 임금 여섯 분을 이곳으로 옮겨왔다”며 “최근 부실이 드러난 천장과 바닥 등에 보수공사를 진행했는데,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전면 수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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