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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소멸은 인류 문화 큰 손실… 기록으로 보존해야”

입력 : 2019-07-24 06:00:00 수정 : 2019-07-23 21: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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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금기형 사무총장 인터뷰 / “우리나라 포함 中·日 등 48개국 담당 / 몇 나라 빼고는 제대로된 관리 안 돼 / 몽골·베트남·필리핀 등과 손잡고 / 자료 복원·디지털화·영상 등 제작 / 북한도 아리랑 등 140여개 보유 추정 / 경제 어려운 나라 무관심 안타까워”
2007년 몽골의 무형유산 전문가 중 일부가 자국 자료의 훼손 문제를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1950~70년대에 걸쳐 축적한 아날로그 자료들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해결방안을 물어온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선례에 주목했다. 우리는 1960년대부터 생산한 릴 테이프가 훼손 위기에 처하자 1040롤 정도를 복원 및 디지털화하고, ‘희귀국악음반’ CD까지 제작해 일반에 공개했다.

 

“몽골의 요청에 따라 2011∼2012년 관련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 작업할 713시간 분량의 자료를 정하고, 몽골 관계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관련 교육을 받았죠. ‘초원을 달리는 소리’라는 제목의 CD 10장이 그 결과물이죠.”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아태센터) 금기형 사무총장이 소개한 몽골의 사례는 성공적 결과를 도출한 것이긴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아태센터가 하고 있는 고민의 지점, 그에 따른 역할 등이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다. 아태센터가 담당하는 국가는 48개국.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무형유산 관리 체계가 없다시피 한 나라가 적지 않다. 무형유산의 기록, 교육, 전승, 활용 등에 대한 의지가 아예 없거나, 생각이 있다 한들 현실화할 인력, 장비, 재원이 한참 부족한 국가들이다. 그네들의 사정이라고 외면할 수 있으나 각국 무형유산의 훼손, 혹은 소멸은 인류의 관점에서 보면 막대한 손실이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발벗고 나서고, 우리 정부가 관련 기구인 아태센터를 유치해 재정지원을 하는 이유다. 지난 19일 금 총장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유산 현황과 아태센터의 활동 등에 대해 들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금기형 사무총장이 지난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형유산의 현황, 이와 관련된 기록화 작업, 관련 교육의 실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아태센터의 자료 복원, 디지털화 작업은 몽골 외에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의 8개 기관과 진행됐다. 최근에는 태평양 지역 미크로네시아연방 코스라의 기록물을 대상으로 실무협의를 열었다. 각국 무형유산의 관련된 작업은 영상 제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상제작은 소멸 위기에 처한 무형유산을 영상으로 기록해 전승교육 자료로 활용하거나 후대에 자료로 남기기 위한 것입니다. 또 무형유산의 생동감과 역동성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아태지역 무형유산 영상제작 사업’의 일환으로 2015∼2017년 중앙아시아 5개국과 50편의 영상을 제작했고, 2017년 이후 동남아시아 8개국과 80편을 제작 중이다. 그러나 이런 작업에 해당 국가들이 선뜻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기록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문화 분야는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특히 무형유산 관련 정책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무형유산 관련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을 하면 무형유산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됩니다. 보존하고, 발전시킬 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겁니다. 무형유산에 대한 인식이 과거, 현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미래에 대한 것으로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금 총장은 이와 관련, “각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아태지역 주요 대학을 묶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모색 중이고 이미 16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태지역 국가의 무형유산 실태에 관심은 북한의 사정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아리랑’(2014년 등재), ‘김치담그기 풍습’(2016년 〃)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남한과 씨름을 공동으로 등재했다. 그러나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충실한 보호대책의 실행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 총장은 “정상국가로서의 대외적 인지도 제고를 위해 무형유산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140여개 무형유산 목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관련 법률·제도의 정비에도 일정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금 총장은 “무형유산의 데이터베이스화, 전승체계, 활용 부분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몽골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무형유산 협력회의’에 세 차례 참여해 기록과 목록작성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아태센터가 있는 전북 전주에서는 ‘2019 세계무형유산 포럼’이 열린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주최하고, 아태센터가 주관하는 포럼에는 국내외 무형유산 관련 기관 대표,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제는 ‘무형유산과 시민생활’. 시민들 각자의 생활이 무형유산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금 총장의 대답에는 무형유산이 기원과 의미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다.

“무형유산이란 인간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 무형유산이 녹아 있는 겁니다. 과거부터 전해진 원형성의 보존에만 매달리는 경향도 이제는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형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시간이 가고 사람이 바뀌면 변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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