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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 여성을 그린 일본 일러스트. 왼쪽 여성이 “이제 곧 34살”이라며 “34살에 독신이면 위험하지 않아”라고 말하자 옆에 있는 여성들은 만남을 기대하는가 하면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니면 문제라는 말”이라고 대꾸하고 있다. 사진=결혼 칼럼 캡처

 

일본은 여성 나이에 민감한 나라다. 

 

15일 일본 생활문화·경제 매체 리모도 칼럼을 통해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일본은 이상할 정도로 젊은 여성에 대한 선호가 크다”며 “여성들에게 ‘젊음’이 요구된다”고 비판했다.

 

◆20살인데…스스로 ‘아줌마’

 

칼럼을 쓴 기자는 얼마 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20세 전후로 보이는 여성들의 말을 듣게 됐다고 운을 땠다.

 

그에 따르면 이들 여성이 즐겁게 수다를 떠는 도중 돌연 나이가 화제가 됐는데, 한 여성이 “지금 생각해보면 여고생 때가 좋았다”며 “20살이 넘어 이젠 아줌마가 됐다”는 농담 섞인 말을 하자 주변 여성들은 일제히 ‘그렇다’고 공감했다.

 

20세 여성이 ‘아줌마가 됐다’는 어색한 말을 했지만 그 말은 들은 여성들은 공감을 넘어 “여고생일 때가 좋았다”, “여자는 젊을수록 대우받는다” 등의 푸념섞인 말을 이어갔다고 한다.

 

◆농담에 담긴 현실…젊은 여성이 스스로 ‘아줌마’라고 하는 이유1

 

20대 여성이 자신을 가리키며 ‘아줌마’라고 한 건 실제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농담 삼아 “이젠 늙었다” 등의 말은 나이를 떠나 친구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앞선 여성들도 ‘이젠 아줌마다’라고 하면서도 대화를 즐겁게 진행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아닌 20대 여성 스스로 ‘아줌마‘라고 말해야 속사정이라고 칼럼을 작성한 기자는 지적했다.

 

이 기자는 “농담 삼아 자신을 ‘아줌마’라고 하는 건 사회 분위기와 여성의 나이를 두고 웃음을 낳는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여성의 나이는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소재로 종종 쓰인다.

 

이 기자는 “코미디 프로에서 언급되는 여성의 나이는 ‘자학을 통한 웃음 전달’”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개그맨 여성의 외모를 두고 ‘늙어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짓궂은 장난을 치는데, 이 기자는 “대중매체인 방송에서 여성의 나이를 개그 소재로 사용해 이를 본 여성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에 나오는 여성 연예인 대부분이 나이와 외모를 무기로 한다”며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 여성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추녀’, ‘뚱보’, 아줌마’ 등으로 불리며 웃음거리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성 스스로 늙었다고 말하는 건) 겸손의 의미가 담겨 있지만 TV 속 개그우먼의 자학적 소재가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인식이 돼 전철에서 수다 떨던 여성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혼 적령기 남녀를 그린 일본 일러스트. 여성은 “젊으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20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익사이팅 캡처

 

◆농담에 담긴 현실…젊은 여성이 스스로 ‘아줌마’라고 하는 이유2

 

20세 여성을 ‘아줌마’라고 하는 건 어울리지 않다.

 

이는 여성들도 아는 사실인데, 칼럼을 작성한 기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아줌마’라고 하는 건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잠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남녀 간 연애에서 비롯됐다.

 

여성에게 젊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에게까지 확산돼 ‘대중적 인식’으로 발전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나이 먹는 데 불안을 느낀다는 얘기다.

 

일본 속설로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케이크는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24세가 넘은 여성은 연애나 결혼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기자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의 가치는 젊음’이라는 시각이 (일본) 사회에 만연해있고, 이러한 분위기에 여성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는다”며 “여성들은 자신보다 젊은 다른 여성과 마주할 때 ‘나는 아줌마’라고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젊은 여성이 스스로 아줌마라고 하는 건 타인의 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행동”이라며 “이 말은 들은 상대는 ‘아직 젊다’, ‘늙지 않았다’ 등의 말을 하는데, 나이 많은 여성은 이러한 상대의 부정을 기대하며 자신을 아줌마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

 

이 기자는 또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고 주장했다.

 

일본 사회에 ‘젊은 여성이 좋다’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여성의 나이를 묻는 건 ‘젊은 여성이 좋다’는 생각과 ‘여성들도 젊어지고 싶을 것이다’라는 인식이 깔려있을지 모른다”며 “여성의 진정한 면모를 나이로 측정하는 사회는 논란을 넘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20대 여성이 ‘나는 아줌마’라고 말하고 웃는 이면에는 여성의 나이를 둘러싼 다양한 생각의 왜곡이 뒤섞여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고 덧붙였다.

 

장수국가 일본에서는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여성에겐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이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건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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