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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女이주노동자 ‘인권보호 사각지대’ [뉴스투데이]

입력 : 2019-07-12 09:31:11 수정 : 2019-07-12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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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서툰데다 대응방법 몰라/ 성폭력 등 당하고도 신고 못 해/ 취업 전 피해 예방 교육도 미흡/ “보호처 마련·통역 지원 등 필요”

지방의 한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노동자 A씨는 사업주의 지속적인 추행에 시달렸다. 사업주는 A씨를 성추행하는 사진까지 찍어놓고 되레 “만약 신고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협박했다. A씨는 합법적인 체류자임에도 사업주가 자신을 불법체류자로 만들고 쫓아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신고하지 못했다. 추행 강도는 점차 심해졌다. 출장 갔다 오던 길에 사업주가 성행위까지 요구하자 결국 A씨는 사업주를 경찰에 신고했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B(36)씨. 연합뉴스

최근 우리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이주여성들의 인권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농어촌 지역 내 여성이주노동자의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들의 인권 보호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농촌 여성이주노동자 성폭력 피해 관련 경찰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에서 일하는 이들은 성희롱·성폭행 등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언어소통의 한계와 정보부족 등으로 피해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말에 서툴고 취업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다. 이들에 대한 입국 자격 요건 자체가 까다롭지 않은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피해를 보더라도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결혼이민자를 제외한 대부분 여성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E-9)나 계절 근로제(C-4)를 통해 입국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는 2박 3일(16시간) 동안 취업 교육을 받지만 ‘고충처리 및 상담절차와 성희롱·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은 2시간에 불과하다. 이에 경찰은 지난 4월부터 교육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범죄예방교육(1시간)을 실시하기로 했다. 계절노동자의 교육은 더 부실하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간단한 주의사항,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당일 바로 노동현장에 투입되는 식이다. 공무원과 통역담당자가 부족하다 보니 안내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016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한국여성인권센터가 농업분야 여성이주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12.4%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같은 해 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도 제조업 분야 이주여성의 성폭력 경험률은 11.7%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실제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다문화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다누리콜센터의 성폭력 상담 건수 비중은 2017년과 지난해 각 0.9%와 1.4%에 불과했다. 이주여성들의 불안한 신분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체류자격이 만료돼 출국조치를 당하거나, 만료 전이라도 추후 비자 연장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지레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B(36)씨가 지난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치안정책연구소 조금희 연구관은 “지속적 교육이 어려운 농촌지역 특성상 입국초기부터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이주여성치안봉사단을 적극 활용해 각종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도 “피해자를 위한 쉼터 등 보호처를 확보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 사실 신고와 진술에 어려움이 없도록 절차 초기부터 적절한 통역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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