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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일본은 9년전 일을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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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0 23:11:12 수정 : 2019-07-10 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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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희토류사태와 판박이… 韓, 對日 의존도 낮출 기회로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규제에 나섰다. 희토류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전투기 등의 제조에 쓰이는 첨단산업의 필수원료다. 당시 일본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문제의 발단은 중·일 간 영토 분쟁이었다. 같은 달 초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중국의 어선이 진입했다가 억류됐다. 일본이 선장을 풀어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동안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중국이 갑자기 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고, 일본은 3일 만에 항복했다. 중국 선장을 조건 없이 석방했고, 나중에 사과와 함께 배상금도 지급했다.

우상규 산업부 차장

이후 일본은 미국, 유럽연합(EU)과 연대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공동 제소했다. 일본 등은 2014년 승소 판정을 받았고, 중국은 규제 조치를 풀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 의존 리스크를 줄이는 데 골몰했고,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모터기술 등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호주·베트남·카자흐스탄·인도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확보해 중국 의존도를 낮췄다.

2019년 7월4일 일본은 첨단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 품목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현재 한국의 해당 품목 대일 의존도는 90% 수준이다. 문제의 발단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에 강제 징용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고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갑자기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

여기까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은 항복하지 않고 항전을 선택했다. 한국은 희토류 사태 때 일본의 대응책을 참고하면서 대처해 나가고 있다. 미국 등과 연계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가격 상승과 함께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앞세워 WTO에 공동 제소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 주쯤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매년 1조원을 투자해 소재·부품 개발에 나서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 노력도 병행하며 ‘탈(脫)일본’을 모색하기로 했다.

일본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희토류 사태를 벌써 잊어버린 것일까. 우리나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의존도를 낮추게 되면 일본에도 경제적으로 손해다.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 했던 다른 속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숙원으로 꼽아 온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달성하기 위해 ‘선거용’으로 내놓은 깜짝카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국 때리기’로 지지층을 결집해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안정적인 헌법 개정 기반을 다지려는 속셈이 아닐까 싶다. 일본 국민도 이를 간파한 듯하다.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위기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무너지느냐,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느냐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수입은 일본, 수출은 중국에 편중된 시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는 수십년 전부터 나왔다. 현실로 나타나지 않아 잠재적 리스크로만 치부된 채 방치돼 왔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똑똑히 깨닫게 됐으니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 빼앗겼던 우리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지 올해로 74년이 됐다.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올해는 경제 독립 원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우상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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