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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대국’ 오명 씻기 나선 中… ‘지식 강국’ 도약 부푼 꿈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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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4 11:00:00 수정 : 2019-07-14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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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야망 ‘지재권 굴기’ 본격화 / 특허 출원 1위… 질적 업그레이드 추진 / 지재권 보호 강화 위해 개혁작업 속도 / 특허침해訴 2심 최고 인민법원 일원화 / 특허·상표 신용불량행위 등 엄벌 방침 / 2035년 목표 국가 차원 ‘마스터플랜’ / 美 버금가는 지재권 분야 수준 높이기 / 무역전쟁 장기화로 기업 철수 현실화 / 외자 유치 위한 시장환경 구축 포석도
# 중국 최고 인민법원은 2016년 12월 8일 중국 토종 스포츠 기업인 차오단(喬丹)의 상표가 미국 유명 프로농구 선수 출신 마이클 조던의 성명권을 침해했다며 조던에 승소 판결을 했다. 최고 인민법원은 판결문에서 “조던이 이미 향유하고 있는 성명권에 손해를 입혔고, 차오단사의 쟁의상표 등록에는 분명한 악의가 있다”며 “쟁의 상표등록이 합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중급 법원과 고급인민법원이 “조던은 미국에서 보편적 성씨”라며 상표권 소송을 기각한 것을 모두 뒤집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상표권 침해 사안에서 분쟁의 소지가 됐던 자연인에 대한 성명권 보호 표준을 제시해 유사 사건 판결에 기준을 제시했다”며 “우리 기업 특히 한류 연예인과 성명 브랜드가 중요한 패션 업계와 뷰티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지식재산권 강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지재권 강국’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면서 지재권 분야 세계 1위 도약을 천명했다. 2017년 중국은 7년 연속 특허출원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이제는 특허나 상표 출원 규모를 넘어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진정한 지재권 분야 1위 국가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상표법 개정(2019년 11월 시행), 특허법 개정(금년 중 개정 완료), 지재권 소송 2심의 최고 인민법원 일원화 등 지재권 보호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외국 투자 기업들의 중국 철수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시장 환경 구축이라는 포석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 2035년 지식 강국 마스터플랜 작성… 상표법, 특허법 등 잇따라 개정조치

중국 국무원은 지난 5월 14일 ‘지식재산권 강국 전략강요(知識産權?國戰略網要)’ 제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후속조치로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국무원 측은 “2035년 중국을 지식재산권 강국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은 2008년 ‘국가지식재산전략강요(?家知識産權戰略網要)’를 발표하고 이를 시행 중이다. 이는 2020년까지 국가의 전반적인 지재권 분야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중국 국가 차원의 지재권 분야 국가 전략이다.

‘중국제조 2025’가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강국이 되려는 계획이라면 지식재산권 강국 전략강요는 지재권 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강국이 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장기 플랜인 셈이다.

중국은 최근 지재권 분야 개혁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2019년부터 특허침해 소송 2심을 최고 인민법원으로 일원화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방 31개 고급인민법원에서 2심을 관할했다. 중국기업 특허분쟁 시 지방 보호주의로 인해 외자 기업이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번 조치로 상당히 불식됐다는 평가다.

중국은 특히 특허와 상표의 신용불량 행위에 대해서 강력히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이 올해 중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11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표법 개정안에는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상표출원 행위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도 23년 만에 개정됐다. 한 중국 특허권 전문가는 “최근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자국 기업 보호를 넘어 지재권 분야 강국을 향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특허 출원 규모는 이미 G1… 창업 열기가 지재권 굴기의 핵심

중국은 이미 지재권 분야의 양적 측면에선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구축했다. 지난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펴낸 ‘세계지적재산권지표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특허출원 1위를 기록해 7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중국은 2015년 처음으로 연간 100만건 특허출원을 기록한 이후 2017년까지 20% 안팎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특허출원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업종인 인공지능(AI),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우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지재권 굴기의 핵심은 창업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특허와 상표출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엄청난 창업 열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창업과 반드시 함께 하는 것이 특허와 상표출원이어서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기술에 대한 방어와 공격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대학생의 창업 의지를 보더라도 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중국 대학생 비율은 89.9%에 이른다. 실제 대학생 창업률도 8.0%다. 우리 대학생이 각각 17.4%, 0.8%를 기록하는 데 비해 큰 대조를 보인다. 중국 로펌에 근무하는 한 특허 전문가는 “중국에서는 하루에 창업기업이 1만8000여개에 이르고 있다”며 “이런 왕성한 창업 환경은 지재권 강국으로 가기 위한 저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바로잡아야”

이종기(사진) 변리사는 “중국에서는 여전히 짝퉁이 판을 치고, 기업이 합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우리 기업이 많이 있다”며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이나 생각이 하루빨리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베이징 왕징 포스코 건물 3층 ‘중국 한국상회 열린 공간’에서 이 변리사를 만나 중국 진출을 앞둔 한국 기업들에 필요한 조언을 들어 봤다. 그는 중국 차이나 사이언스(China Science) 특허법인 소속 한국인 변리사다.

 

중국은 2035년 지식재산권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면서 최근 상표법, 특허법 개정 및 외상투자법 도입 등 지재권 보호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겪으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외국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에 “중국 진출을 고려 중인 한국 기업들은 새롭게 변화된 중국 시장 상황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변리사는 특히 “특허든 상표든 권리를 갖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느냐, 아니냐는 향후 경영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중국의 바뀐 정책을 잘 이해하면서 특허와 상표의 우선 출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 권리를 우선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표나 특허를 도용당하거나 선점당할 경우, 소송 제기도 어렵고 행정적인 보호를 받기도 쉽지 않아서다. 이 변리사는 “최근 중국 지재권 환경이 많이 개선된 만큼 관련 권리만 확보된다면 중국에서의 기업경영에서 위협을 줄일 수 있다”며 “만약 권리조차 없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변리사는 최근 중국 진출을 검토 중인 한 한국 기업 상담 사례도 소개했다. 독자적인 건강 기능성 음료 제조 기술을 가진 A 업체는 한국에서 특허와 상표권을 등록했다. 최근 이 업체는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특허와 상표권을 등록하지 못한 상태다. 이 변리사는 “이 업체는 현재 중국 특허도 없고, 상표도 없다”며 “만약 다른 기업이 이 업체 제품을 가져다가 중국에서 똑같은 것을 만들어 판다고 해도 보호받을 길이 없다”고 전했다. 특히 “상표 브로커에 의한 상표 도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고, 지금 중국 특허를 받으려면 한국 특허 내용을 변형시켜 출원해야 하는 등 시간도 만만찮게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 업체는 우선 상표를 출원해 상표 도용을 막을 필요가 있으며, 특허 부분은 장기적인 경영 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이 변리사는 밝혔다.

 

이 변리사는 “한국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1년 이내 중국 기관에 출원하면 한국에 출원한 날로 인정을 받게 되므로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은 한국 내 출원 시 반드시 중국 기관에도 함께 출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리사는 또 우리 기업은 중국의 실용신안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특허는 새로운 발명품에 적용되고, 실용신안은 기존 발명품을 조금 변형하는 간단한 발명품에 적용된다. 스마트폰이 특허 발명품이라면 휴대전화 고리는 실용신안에 해당하는 식이다.

 

이 변리사는 “특허에 비해 심사를 간략히 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받는 데 걸리는 시간(5~6개월)도 특허보다 짧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이중출원 제도를 소개하면서 “하나의 발명품에 특허와 실용신안을 동시에 출원해 실용신안으로 우선 보호받고, 특허로 등록되면 특허로 보호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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