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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속삭임… 좋아海, 사랑海

입력 : 2019-07-13 18:00:00 수정 : 2019-07-13 17: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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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울진 / 하트 꼭 닮은 죽변해변… 손 잡고 거닐면 ♥뿜뿜 / ‘영원한 사랑’ 간절히 꿈꾸는 연인들 / 뜨거운 맹세 바다에 봉인 / 국내 최장 135m 스카이워크 / ‘썸’타는 사이라면 무조건 강추 / 쪽빛 바다 위 ‘무서움 반 설렘 반’ / 다리는 ‘덜덜덜’ 마음은 ‘붕붕붕’ / 발아래 후포갓바위에 “소원을 말해봐”

연인들은 자물쇠를 난간에 걸고 두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기도하듯 주문을 외운다. 우리 사랑 영원하게 해주소서. 열쇠는 힘차게 던져 강물 깊이 빠뜨린다. 열쇠가 없으니 자물쇠는 영원히 봉인될 것이고 우리 둘의 사랑도 끝이 없겠지. 퐁네프(Pont Neuf). 프랑스 파리 센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 중 연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해진 이 다리 난간에 빽빽하게 걸린 자물쇠마다 사연이 담긴 마법의 주문이 걸려있다. ‘원조 자물쇠 다리’는 퐁네프 바로 옆 ‘예술가의 다리’ 퐁 데자르(Pont des Arts). 수많은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바람에 몇 해 전 그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철제 난간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자 파리시는 자물쇠를 모두 철거했다. 그러자 연인들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섬 서쪽 마지막 다리인 퐁네프로 몰려가 자물쇠를 걸기 시작했다.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경북 울진군 죽변항 ‘폭풍 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을 찾으면 연인들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하트 해변을 만난다.

#사랑이 이뤄지는 마법의 하트 해변

연인들에게 사랑은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하다. 과연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지 불안하기에. 그래서 뭔가 믿을 구석을 찾는데, 사랑을 자물쇠에 넣어 봉인하면 그나마 안심이 되나 보다. 우리나라도 서울 남산 타워에 가면 퐁네프 못지않은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요즘 연인들은 남산 말고 바다로 간다. 경북 울진군 죽변항 인근의 하트 해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해변 모양이 하트를 꼭 닮아서다. 믿거나 말거나 이곳을 연인들이 함께 거닐면 반드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단다. 올여름 사랑이 영원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연인들이라면 반드시 죽변 하트 해변을 가야 할 이유다.

죽변항 끝에서 바다를 낀 해파랑길을 거슬러 북쪽으로 걷는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 북쪽 이아 마을에서 만나는 지중해를 꼭 닮았다. 이국적인 풍경에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숲 속을 지나면 빨간 지붕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지는 아담한 집 한 채가 나타난다. 197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빈티지풍의 이 집은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사용됐는데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 죽변항을 찾은 이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명소가 됐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곳에 드라마 세트장을 만든 이유를 알게 된다. 잘게 부서진 돌들이 아주 예쁜 하트 모양으로 해안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매년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약속하는 명소가 될 수밖에 없는 풍경. 팁 하나. 하트 해변을 제대로 찍고 싶다면 하트의 꼭지에 연인을 남겨두고 한 사람은 인근 죽변항로표지관리소 옥상에 오르자. 드라마 세트장에서 찍은 사진보다 하트 모양이 아주 확실하게 그려지니 사랑의 맹세는 영원히 봉인될 것이 틀림없다. 무단출입했다 걸리면 직원한테 혼이 나니 웬만하면 허락을 받자.

울진 죽변등대.

# 등대, 그대 있어 100년이 아름답다

 

하트 해변을 촬영하고 내려오면 아름답고 하얀 죽변등대가 파란 하늘·바다를 배경으로 그림엽서처럼 서있다. 1910년 11월 24일 최초로 점등됐으니 100년이 훌쩍 넘었다. 동해를 누비는 모든 배들의 길라잡이가 된 근대문화유산으로 늘 어민들의 고달픈 애환을 어루만지며 오늘도 우직하게 배들을 지킨다. 대한제국 시절 착공된 죽변등대는 등탑 내부 1층 천장에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원래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오얏꽃 문양이 있었다고 한다. 죽변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잠시 발을 멈추고 눈을 감아본다. 청아한 바닷바람의 연주는 대나무 숲 속에 선듯, 귓불을 타고 흐르며 속삭인다. 인생 뭐 있을까. 일희일비말고 우직하고 밝게 등대처럼 늘 그렇게 살자고.

 

죽변항은 울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대게가 모이는 곳으로 울진 남쪽 후포항과 어획량에서 쌍벽을 이룬다. 3월이면 매년 살이 올라 속이 꽉 찬 대게를 즐기는 축제가 열려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지금은 대게가 없으니 내년 봄에 다시 오리라. 죽변항은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활어회와 어패류를 매우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동해 바다를 찾는 여행객들의 성지가 됐다. 대나무가 많은 바닷가여서 죽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도 죽변등대가 있는 산을 빽빽한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우리가 아는 대나무와 많이 다른데 키가 작고 얇은 소죽(소릿대)으로, 선조들은 이 나무로 활을 만들어 왜적으로부터 죽변을 보호했다고 한다.

울진 후포등기산공원 앞 바다 위 20m 높이에 떠 있는 국내 최대 길이(153m) 스카이워크. 강화유리로 만든 바닥을 통해 아찔하고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내려다볼 수있다.

# 걸어서 바다로, 하늘로

 

울진은 대게와 자연산 송이의 고장이지만 이보다 울진을 더 찬란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 태고의 순수를 간직한 수려한 자연 경관이다. 지하 금강이라 불리는 신비함을 간직한 천역 석회암 동굴 성류굴을 비롯해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대사가 천축산 자락에 창건한 불영사와 자연원시림 탐방길, 협곡의 절경이 끊임없이 이어져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불영계곡과 왕피천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몸은 고달프지만 영혼만은 맑게 만드는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도 있다. 고래불해변에서 시작해 후포항입구∼기성버스터미널∼수산교∼죽변등대를 거쳐 부구삼거리에 이르는 해파랑길 23∼27코스는 바다 풍경을 따라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30분을 걸어야 한다.

 

후포등기산공원에서 시작돼 바다에 ‘뿌리’를 내린 스카이워크는 이런 울진 여행의 백미를 장식한다. 국내 최대 길이 135m, 폭 2m 정도인데 무려 바다 위 20m 높이에 떠 있어 끝에 서면 하늘로, 바다로 날아갈 것 같다. 스카이워크는 강심장만 걸어야 한다. 바닥 57m 구간이 투명한 유리여서 쪽빛 바다 위에 붕붕 떠 있는 것 같다. 물론 강화유리로 매우 안전하다. 그래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진자운동을 시작한다. 무서우면서도 아름다운 묘한 경험. 스카이워크에서 아름다운 후포갓바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한 가지 소원만 꼭 이뤄진다고 하니 가장 소중한 소원만 빌어보자.

울진 요트체험.

# 요트 탈까 스쿠버다이빙 할까

 

후포산 스카이워크를 제대로 즐기려면 요트를 타자. 1인당 3만원으로 1시간 동안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인근에 요트를 체험할 수 있는 울진요트학교를 찾아가면 된다. 요트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에 온몸을 맡기면 ‘십년체증’도 다 날아간다. 사실 울진 바다는 요트,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해양레저스포츠 천국이다. 천혜의 청정수역과 왕돌초, 거북초 등이 절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년 국제 규모의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바로 울진에서 열린다.

 

요트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동력을 사용하는 보트와 달리 바람만으로 항해해야 한다. 배 위에서 사람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직접 키를 조정하고 돛을 당기고 풀고 돌리면서 물살을 헤쳐 나가야 하니 파란만장한 우리의 삶을 닮았다. 요트는 딩기와 크루저가 있는데 나홀로 직접 요트를 조정하며 즐기고 싶다면 1∼3인용 세일링 소형 딩기를, 럭셔리하고 편하게 여럿이 요트를 즐기려면 크루저를 이용하면 된다. 딩기 요트는 이틀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울진 요트학교에서는 요트를 좀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이론과 실기로 구성된 초·중급반 교육과정과 자격증반을 운영한다.

 

후포항 바다를 좀더 짜릿하게 느끼려면 돛과 서핑보드를 결합한 윈드서핑이 제격이다. 윈드서핑은 바다 위에서 돛을 잡고 바람의 강약에 맞춰 균형을 잡으며 세일링하는데, 3시간 정도만 강습을 받아도 탈 수 있다.

 

울진=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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