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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최저임금 인상… 현실과 먼 정책, 기업들 다 죽인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경제]

입력 : 2019-07-09 06:00:00 수정 : 2019-07-08 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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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한국 경제 발목잡는 내부의 적 / IT업계, 4개월간 집중근무 필요한데 / 선택근로 정산기간 한 달로 못박아 애로 / 호텔업계, 탄력근로 단위기간 세 달 불과 / 4개월간의 연말연시 대목 차질 불가피 / 건설업, 해외 파견 인력도 52시간제 적용 / 변수 많은 현지실정 고려안해 걱정 태산 /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도 규제에 막혀 / “획일적 정부정책 되레 고용·분배 막아 / 최저임금 차등 적용·보완 입법 서둘러야”

IT서비스 업계 A사는 최근 프로젝트 납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 프로젝트의 속성상 마지막 4개월 동안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을 위해 집중근무가 필요한데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에 발목이 잡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선택적근로시간제와 관련, 근로자가 1주 평균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별·주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산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못박고 있어 A사의 사례처럼 최소 4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프로젝트에는 활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B호텔 인사담당자는 각종 회의·행사가 집중되는 올해 11월 이후 연말연시 성수기에 회의장 관리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걱정이다. 호텔업은 지난 1일부터 1주 최대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돼 성수기에는 탄력적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탄력적근로시간제의 최대 단위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 4개월간의 연말연시 성수기에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비수기에 인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신규 채용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주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일련의 경제·사회 정책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책이 시장 현실과 괴리된 채 운용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에 파견한 한국인 인력들도 국내와 같이 주 52시간 근무규정을 적용받고, 추가 근무 시 인력 수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돌발 변수가 많은 해외 현지 실정을 무시한 조치다. 중동지역에 진출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막에서 모래바람이 불어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공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유연 근무가 필요하지 않으냐”며 “임시직 고용이 가능한 한국과 달리 중동에서는 인력 수급 자체가 어렵다. 한국과 똑같이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직된 근무환경이 계속될 경우 중국과 같은 해외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주요 12개 업종을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전자·패션업계 등 신제품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의 경우 신제품의 기획부터 개발, 최종 양산까지 6개월의 집중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된 데다 짧은 단위기간으로 탄력근로시간제 활용도 어려워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신약개발에서 임상시험이 필요한 바이오제약 업계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경연은 이 같은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선택적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해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지만 1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산업의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20% 이상 오른 임금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한국이 29.1%로 가장 높았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OECD 27개국 중 7위이며, 주휴수당까지 포함할 경우 OECD 1위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주휴수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제3회 자동차 발전포럼’에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미래 자동차산업의 향방, 노동관계법의 잦은 개정, 최저임금의 높은 변동성, 빈번한 노사분규와 인력 문제 등으로 방향도 정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앞으로 1∼2년을 어떻게 버텨갈 것인가, 회사를 정리할 생각까지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 부품업체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5년차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3∼4개월차 외국인과 비슷해졌다”며 “내국인 근로자의 근로의욕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표방한 소득 불평등 완화, 근로 조건 개선, 일자리 나누기라는 도입 취지도 퇴색하고 있다.

한경연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차등화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과 소득 분배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조 위원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이 2021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할 경우 4년간 총 62만9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생산성이 낮고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같은 기간 고용감소가 16만5000명에 그쳐 총 46만4000개의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좌담회에서 하반기 한국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경제정책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대외적으로 가장 큰 현안이지만 현실과 괴리된 경제운용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정책은 고용과 성장, 나아가 분배까지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배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에서는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분배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는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곽수진 자동차부품연구원 정보융합연구센터 팀장은 한 포럼에서 “정부가 최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외국과 비교해 제약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기술 발전 속도를 저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중·이도형·김선영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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