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청사진이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s)’라면 에어비앤비의 청사진은 ‘자율서비스형 인간(self-driving people)’이다.”
퓰리처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힌 바 있다. 국내에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소개된 우버는 가장 유망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기대를 받음과 동시에 투자 및 마케팅 비용 탓에 올해 1분기에만 1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막대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와 드론, 저고도 비행선 등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호스트와 게스트, 지역 등을 아우르는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을 표방한다. 우버와 같이 2010년 출범했지만 최근 2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은 다른 부분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보폭을 넓히는가 하면 배달이나 오피스, 숙박, 모빌리티(이동수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토종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지향점이 다른 만큼 서비스 형태도 제각각이지만 업계 질서는 물론 사용자의 생활 패턴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손색이 없다.
이들에 대해 한때 미디어에서 ‘공유경제’나 ‘구독경제’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지만,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플랫폼 경제 및 기업’이다. 주된 기능은 ICT(정보통신기술) 등 신기술과 결합해 분야별로 효율을 높이고, 사업자와 이용자 등 주체 전반의 편익과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 질서를 재편할 정도로 큰 변화이기 때문에 기존 제도 및 업계와의 마찰도 만만치 않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역할 및 서비스는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주된 아이템이 인적인 요소인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먼저 우버 등의 차량 공유 플랫폼이나 국내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 등의 경우 C2C(개인 간 거래)나 P2P(인터넷상 개인 간 거래·peer to peer)로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이용자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인데, 그 중간의 매개체는 노동력이다. 우버는 차량(서비스)과 이용자 중간에 운전자가 있고, 배달의 민족은 배달과 이용자 중간에 배달원이 있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노동력 제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단가를 책정할 때에도 단위 가격에 시간이나 거리를 곱해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음으로 위워크나 에어비앤비 등의 경우 인적 서비스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주된 서비스 아이템은 집이나 사무실 등 공간적 요소다. 단위 면적, 구비된 각종 비품, 건물의 쾌적도 등이 맞물리며 서비스 비용을 산정해 나간다. 이 때문에 시간당보다는 기간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 비용도 제시할 수 있다. 우버 등 전자는 서비스에서 노동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위워크 등 후자는 노동 요소가 전체 서비스의 일부인 셈이다.
이러한 부분을 의식했는지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감지된다. 택시 예약에 식사나 장보기, 에스코트 등의 서비스를 추가한 마카롱택시 등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대부분의 서비스는 상호 평가에 기반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러면서 전자는 최단거리에 대한 실시간 매칭이 중요한 반면, 후자는 원하는 서비스에 대한 매칭을 우선한다. 우버나 배달앱을 이용할 때에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요청한 시점에 지리적·시간적으로 준비가 된 운전자나 배달원이 매칭된다. 이용자가 ‘나는 어떤 운전자가 마음에 드니 그 사람을 배정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기는 어렵다. 반면 후자의 경우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토대로 추천한 뒤 이용자가 최종 선택하는 형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아직 서비스의 현 단계가 지향점으로부터 얼마나 가까운지와도 관련된다. 차량 공유나 배달 등의 플랫폼이 창업자들이 내세우는 청사진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이나 무인 서비스 등이 보편화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동 이슈에서 해방될 뿐 아니라 친환경, 균일한 서비스 등 다양한 목표가 실현될 수 있다. 이는 플랫폼 구축 외에 관련 기술 개발 및 인프라 재배치 등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단시간에 실현되기는 어렵다.
반면 위워크나 에어비앤비 등은 기본적인 플랫폼 형태가 자리 잡고 확장과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위워크의 경우 회원별 최적의 공간과 효율적인 동선 등을 제공하기 위해 빌딩정보 모델링 회사나 공간 최적화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등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교육 관련 기업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기업도 인수해 공간 제공 외의 영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관광산업에 포괄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과 영역에 대한 발굴에 나서는 한편 플랫폼을 통한 지역 상권 부활 등 커뮤니티 회복·발전에도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을 거쳐 서비스 고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실 위워크가 단순한 오피스 공유 플랫폼이었다면 이 분야의 선두주자라 말할 수 없다. 이미 1989년 등장해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250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IWG 등 기존 업체(위워크 115개 도시, 회원 40만명)가 있기 때문이다. 위워크의 등장 이후 IWG 등 기존 업체들 또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지점 간 연결, 회원 관리 등의 작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며 변신을 꾀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 플랫폼 분야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타다나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분야의 약진도 시선을 끈다. 그러나 노동 이슈에 발목 잡히거나 모빌리티 분야처럼 합승 금지 및 차량 대여업체에 대한 운전자 알선 범위 등 기존 제도에 묶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다양한 주체의 편익 상승과 관련한 논의와 함께 플랫폼 경제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기존 사업자를 포함한) 서비스 제공자 간 ‘밥그릇 싸움’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용자 등 폭넓은 주체가 참여해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기술의 발전과 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