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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판문점 회동 ‘성공 착시’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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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02 23:47:29 수정 : 2019-07-02 23: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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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의지 확인… 실질 성과 나와야 / 韓, 비핵화 시각차 해소 균형추 역할 중요

남·북·미 3국의 지도자들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가능성으로만 논의되던 남·북·미 3국 정상 간 회동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전망이 불투명하던 비핵화 협상의 부진에 비춰 보면 이는 역사적인 회동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러한 상봉의 출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인사 나누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5시간 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극적인 드라마는 시작됐다. 최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분단의 선에서 조미(북·미) 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극적인 만남을 예고한 것이다. 만일 이번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고 최종적인 비핵화로 가는 입구가 열린다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이라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번 회동은 무엇보다도 꺼져가던 비핵화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려 북·미 간에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의지가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2~3주 내에 북·미 간에 중단된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남·북·미 3국의 회동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향한다는 개략적인 합의로도 읽힐 수 있어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 성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보면 과연 이번 회담을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불러야 할지는 상당히 애매하다. 트럼프·김정은 간의 만남은 싱가포르, 하노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사전조율도 없고 어젠다(의제)도 없이, 선언문조차 없는 정상회담인 탓에 이번 회담은 제대로 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2.5차 정상회담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3주 내에 북·미 간 실무회담을 재개한다는 성과도 사실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 이미 시행됐어야 할 것을 뒤늦게 재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이번 판문점 회동이 ‘쇼’든 아니든 결국 향후 전개될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개념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그리고 실질적인 비핵화가 얼마나 진전될지가 이번 판문점 북·미 회동의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만일 판문점에서의 트럼프·김정은 만남이 항간에서 말하듯이 미국 대선을 위한 인기몰이 쇼로 끝난다면 비핵화는 훨씬 더 요원해진다. 국내외 일각에서는 이미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 핵을 용인하는 자리였다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리얼리티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향후 한국의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대화 모멘텀 지속을 위한 설득과 더불어 비핵화 개념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비핵화 개념 격차는 첫째, 북·미 간 이견이다. 지난 하노이 회담 당시에도 북·미 간 비핵화의 개념과 내용을 둘러싼 이견이 회담 결렬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는 한·미 간 이견이다. 문 대통령이 영변 폐기가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입구라고 보는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핵 폐기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며 영변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셋째는 남·북 간 시각차이다. 북한은 이미 비핵화는 철저히 북한과 미국 간에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전한 균형감각이다. 남·북·미 판문점 깜짝 회동을 두고 성공 ‘착시’현상에 빠져 마치 비핵화가 다 된 것처럼 안보와 경협의 경계태세를 스스로 허무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중재자로서 인정받으려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사이의 진도를 맞추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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