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공무원·공무직 ‘한지붕 두가족’… 勞·勞갈등 쪼개진 공직사회 [이슈&현장]

관련이슈 이슈&현장

입력 : 2019-07-01 22:00:00 수정 : 2019-07-01 19:19: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그늘’ / 공무원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 슈퍼갑 공무직 책임 없이 권리만 찾아” / 공무직 “동료라 생각 않고 잡부로 취급 / 공무원 연금·모성보호 등서 차별 받아” / 서공노 ‘특혜 조례’ 반발… 시위 등 나서 / 광주 등 공무직 노조 ‘차별 철폐’ 총파업 / 양측 적용 받는 법 달라 갈등 ‘불가피’ / 임금 놓고도 인식차 커… 제도 정비 시급

“책임·의무는 외면하고 권리만 주장해요. 공무직 갈등으로 사업소들에서 일이 안 됩니다.”

“아직도 우리를 동료 직원이 아닌 인부, 더 나아가서는 잡부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 부문에서 시행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노·노 갈등’을 부르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은 지난달 20일 ‘공무직 특혜 조례를 폐지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광주와 전남 강진에서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갈등 외에도 공원·동물원·체육시설 등 현장에서는 공무원과 공무직 사이 마찰이 일상이 됐다.

두 집단이 겪는 갈등은 필연적이다. 공무원은 공무원법, 공무직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 조직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공시’를 뚫은 공무원과 ‘운 좋게’ 정규직이 된 공무직은 다르다는 심리도 은연중에 갈등의 불씨를 키운다. 이런 진통을 줄이려면 정규직화 자체에만 매몰되기보다 두 집단이 상생할 수 있는 후속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공무직 조례 제정 강행 규탄 및 공무원과의 대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시의회가 공무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공무직 조례를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며 거리로 나섰다. 뉴시스

◆한 지붕 두 집단… 곳곳에서 파업·1인 시위

공무직은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서울시는 기존의 무기계약직, 기간제, 용역직 노동자들을 공무직이라는 이름 아래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주 업무는 청소, 경비, 기계 정비, 도로 보수, 주차, 사무실 업무 보조, 매표 등이다. 서울시 외에도 각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교육기관에서 공무직 전환을 시행했다.

서울시의 경우 5월 말 기준 소방공무원을 뺀 공무원 수는 1만431명, 공무직은 2057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2017년 말 기준으로 853개 기관에 23만9861명의 공무직(무기계약직 포함)이 근무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의도는 좋았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서공노는 지난달 20일 ‘공무직 특혜 조례’에 반대하며 서울시의회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도 이어갔다. 서공노는 공무직이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고 있음에도 조례에서 명예퇴직 수당 신설, 신분 보장 등 공무원에 준하는 혜택을 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 5개 구청 노조로 구성된 공무직노조는 차별 대우 철폐를 내걸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공무원과 같은 일을 함에도 퇴직금 가산제, 공무원 연금, 모성보호 등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남 강진군 공무직도 호봉제 적용을 두고 군과 협상이 결렬되자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지난달 24일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남구청사 앞에서 광주 5개 구청 공무직노조원들이 퇴직금 가산제 등의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광주 공무직노조원들은 공무원보다 턱없이 부족한 임금과 복지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공무원이 역차별받아” “동료로 봐줘야”

공무원과 공무직의 불협화음은 거리보다 노동 현장에서 더 첨예했다. 입장차도 확연했다. 현장 공무원들은 수십분간 ‘공무직 때문에 못 살겠다’고 호소하고, 공무직들도 차별받는 서러움을 한탄할 만큼 간극이 컸다.

공무원들은 “공무직은 의무와 책임은 없고 권리만 찾는다”며 “공무직이 상전, 슈퍼갑”이라고 성토했다. 서울시 산하 사업소 관계자는 “공무직이 ‘나 정규직이다, 퇴직금 받고 60세 정년 보장되고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나한테 함부로 못 한다’ 식이니 생각의 차이가 발생해 마찰이 있는 것”이라며 “이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으면서 공무원에 준하게 휴가·복지를 달라고 주장하고, 공무원과 조금만 마찰이 있으면 노동부·인권위에 고발하니 서로 불신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직은 민간 노동자라 휴일근무수당이 많으니 일을 미뤘다가 휴일에 하려 한다”며 “휴일 근무를 안 시키면 담당 공무원의 꼬투리를 잡아서 고소·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휴일 근무가 많은 사업소로 발령을 안 내면 민원을 넣고, 규정에도 없는 수당을 달라며 민원을 내는 식”이라며 “이들이 승진 시스템을 적용받지 않아 책임감이 없다 보니 실수해도 담당 공무원이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 지시로 인한 갈등은 특히 잦았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사무실에 에어컨을 새로 놓느라 전선을 2m 연장해야 하는데 시설파트 전기·기계쪽 공무직 분들이 신규업무라면서 안 한다”며 “동물사를 개조해서 추가 업무가 발생해도 공무직이 내 일 아니라고 안 하니 또 기간제를 뽑게 되고, 결국 공무직이 중간 관리자가 돼 버렸다”고 밝혔다. 서공노 신용수 위원장은 “공무직이 하도 일을 안 해서 ‘일 좀 똑바로 하자’고 지시 내리면 민노총에 ‘공무원이 갑질했다’고 제보하고, 민노총은 시청에 직원 교육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낸다”며 답답해했다.

반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무직지부 김상규 사무처장은 “기간제일 때는 계약 여부가 담당 주무관의 손에 달려 있으니 아무리 부당해도 무슨 일이든 시키면 다 해야 했다”며 “공무직되면서 업무 분장이 됐는데도 여전히 ‘할 일 없는 것 같은데 당직실 이불, 사무실 방석 빨아달라’ 이런 일을 시키는 공무원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예전에는 말을 잘 들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건 ‘너희는 인부였는데 뭘 그렇게 많이 요구하냐, 시키는 일만 하지’라는 생각 아닌가”라며 “관공서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라고 생각하면 이런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공무직 갈등 더 커질 것”

임금을 둘러싼 인식차도 컸다. 서공노 신 위원장은 “도로과의 경우 제설작업 때문에 밤새 대기하면 공무원은 숙직 수당 6만원, 초과 근무를 아무리 많이 해도 하루 최대 4만원”이라며 “반면 공무직은 적게는 30만∼40만원, 호봉이 높으면 최대 60만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실수령 200만원이 안 되는 9급 공무원이 이들의 수당을 지급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노동가치는 공무원과 비교하면서 업무 책임은 안 지니 공무원이 이중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서공노는 서울시 공무직 초임 호봉이 177만7010원으로 공무원 9급 1호봉(144만8800원)보다 높은 점, 산업재해로 사망 때 피부양가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는 규정, 5년 이상 근속 시 퇴직금을 50% 가산하는 점 등을 들어 공무직 처우가 열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사무처장은 “20, 30년 이상 근무해 수당이 높은 분들은 전체의 5%도 안 되고 공무직의 80∼90%는 200만원도 못 받는다”며 “수당은 다 빼고 임금을 비교하는데 수당을 합하면 9급 1호봉의 실질 임금이 290만원이 나오더라”고 서공노의 주장을 일축했다.

갈등이 늘수록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노량진에서 힘들게 공부한’ 공무원과 ‘일부 불투명하게 채용된’ 공무직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전남도청 공무원노조 인터넷 게시판은 공무직 처우 문제로 불붙었다. 한 직원은 “노조에서 다 들어주니까 (공무직이) 일반직(공무원)과 똑같이 되려 한다”고 꼬집었고, 다른 직원은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으로 힘들게 공부하고 들어온 사람이 오히려 역차별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원과 공무직의 갈등은 이제 시작으로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지나치게 공무원 사회의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심리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무직은 전부터 민간인 신분으로 공무원 사회에서 계속 일해온 이들이지 정규직화로 새로 나타난 집단이 아니다”라며 “잠재됐던 갈등이 정규직화라는 기제를 통해 가시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 가치’ 사회적 합의로 적정보수 산출해야”

 

공무원 사회의 ‘노노 갈등’은 다른 법을 적용받는 두 집단을 한 지붕 아래 모았을 때부터 예견된 사태였다. 이로 인해 현장 공무원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공공 서비스의 질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사태를 풀 묘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노동 현장의 세세한 다툼을 줄이려면 근로계약을 세분화하고 노무 전문가가 개입해야 한다. 서로 다른 직무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나와야 한다. 공무직의 정원과 보수를 따로 명문화하는 것도 그나마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공무직이 법 이상의 과도한 요구를 할 때가 있고 수당, 업무 영역 등 세밀한 부분까지 권리를 주장하니 공무원이 해석할 능력이 안 된다”며 “이런 갈등을 잘 중재할 노무 전문가 등의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 지시 불이행에서 오는 다툼과 관련해 이건우 공공노무법인 노무사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업무를 명확히 하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또 “임금 문제를 풀려면 직무 가치에 따라 급여를 줘야 한다”며 “여러 공공기관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어서 어느 정도가 적절한 대우인지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직무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청소 노동자와 도시계획 입안자는 금전적 보상에 얼마나 차이를 둬야 하는지 혹은 차이가 없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노무사는 “공공기관을 자문해보면 나는 1.0을 받는데 다른 사람이 1.5를 받으면 반발이 심하다”며 “사회적으로 직무 가치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공무직의 인건비와 정원을 공무원과는 별도로 책정하고 규정에 명문화하는 게 가장 합리적 해결법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나 중앙 정부의 경우 한 덩어리로 묶인 기준인건비에서 공무원과 공무직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공무원은 ‘공무직의 혜택이 늘어날수록 공무원 채용이 힘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무직들은 ‘공무원들이 자기들 정원·임금을 먼저 정해놓고 나머지를 공무직에 배분한다’고 본다. 김 연구위원은 “양쪽 입장은 아직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갈등”이라며 “공무직의 보수와 정원을 강제력 있는 방법으로 별도로 명문화하면 갈등의 총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은아 기자, 광주·전주=한현묵·김동욱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