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대결인가, 밥그릇 싸움인가.
소송 대리업무를 누가 해야 하는지 등을 두고 변호사업계와 세무사·변리사 등 법조 유사직역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변호사의 전문성 인정 범위를 놓고 유사직역의 반발과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은 현행법을 근거로 연달아 변호사 측 손을 들어주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유사직역 단체가 소송 대리업무 등 변호사 고유 업무로 자리매김한 영역을 자신들이 맡겠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직역 침탈행위’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는 지난 2월 취임 일성으로 직역 수호를 강조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유사직역은 물론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줄줄이 승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변호사의 세무대리 등록신청을 반려한 국세청 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도 받아냈다. 이 회장은 “유사직역이 소송대리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변호사 자격을 얻어야지, 편법으로 국회 입법을 통해 자격을 부여받으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협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소송 대리업무를 맡겠다는 대한변리사회와의 마찰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변리사법 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리사회는 이를 근거로 변리사가 특허 관련 각종 민사소송 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변리사회는 이런 내용의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2012년 8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당시 “변리사법 8조가 변리사들의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동흡 당시 재판관은 “고도의 전문적 기술·지식과 급변하는 기술 수준에 적응력을 갖춘 전문가인 변리사가 기술 부분을 변호사에게 설명하고 이 설명을 들은 변호사가 재판부에 진술하는 것보다 변리사가 직접 진술하는 것이 재판의 신속화·충실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충의견을 냈다.
변리사업계는 헌재의 이러한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영회 전 대한변리사회장은 “사회가 분화되면서 전문영역이 생겼는데 그것을 변호사가 도맡아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신덕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도 “특허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변리사들이 소송에 참여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변리사업계에서는 장차 판사들이 변호사로 나올 테니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법률사무소 수영 문병윤 변호사는 “소송은 명백히 소송”이라며 “소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주장과 항변, 입증 체계다. 그런 절차에 대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는 “변리사들이 전문성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소송을 맡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의료법 사건은 의사가 대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법원은 입법을 통해 결정될 사안인 만큼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리기 조심스러워한다. 다만 현행법상 소송 대리는 변호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관은 “민사사건에서는 사건 관련 쟁점을 다룰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변리사에게 맡기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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