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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 된 '북·미 친서외교'…시진핑이 전할 '김정은 메시지'…한반도 정세 분수령

입력 : 2019-06-24 06:00:00 수정 : 2019-06-23 23: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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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편지에 답장 / 金 “훌륭한 내용… 심중히 생각” / 백악관 “두 정상간 계속 연락” / G20 앞두고 북핵협상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왼쪽 얼굴)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답장을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깊고 중요하게)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사진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노동신문도 1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온 시점과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어제 김 위원장에게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17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언급하며 “어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두 친서가 동일한 것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받은 이번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답신 성격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북·미 정상 간 진행되는 친서 교환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의 ‘친서외교’ 재개로 ‘톱다운 방식’의 북·미 대화 재개의 돌파구가 열릴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확인했다. 그는 친서 내용이나 전달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두 정상 간에 연락이 계속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두 정상 간 소통으로 협상 모멘텀이 유지돼 왔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2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어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AFP=연합뉴스

친서 전달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의회에 통보했다.

 

친서 교환은 최근 북·미 정상외교에서 익숙한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약 열흘 전인 6월1일 첫 번째 친서를 보내 불발 위기에 놓인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이끌어냈다. 오는 28,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간 친서외교가 다시 시작됨에 따라 6월 말 북핵 협상이 분수령을 맞을 개연성이 커졌다.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북·중, 한·중, 미·중, 한·미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 북핵 협상과 관련한 외교전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金 “트럼프, 남다른 용기”… 北·美 톱다운 협상 재개 ‘솔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 국면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상들의 친서 교환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기 상대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는 점을 공개하며 긍정적 반응을 표명했다.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과 향후 접촉에 따라 6월 말 이어지고 있는 북·중→미·중, 한·중→한·미 정상외교 무대에 북·미 외교전이 한자락을 차지할 여지도 생기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친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를 언급하며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초 시정연설에서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무게감 있게 보도하고, 김 위원장의 우호적 반응도 공개한 자체가 교착 상태를 풀고자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주목할 내용은 북·중 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바로 공개했다는 점”이라며 “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전략적으로 공개하고,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셈법 변화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미국의 변화’로 의미를 부여해 회담 재개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맥락이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서도 같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이런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출발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북·미 양국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커진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친서를 공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상황 관리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에 화답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 주석 방북을 전후로 했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소통을 할 테니, 중국에 주선이나 중재를 자임하지 말라는 신호”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앞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일방적인 4차례 방중으로 중국의 뒷배 역할을 부각했다.

 

관건은 “(친서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한 김 위원장의 속내이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전반적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에 그쳤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말한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 “아무래도 실무회담 제안일 듯하다”며 “갑자기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한다고 밝힐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친서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기지는 않으니, 구체적인 협상안 관련 내용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셈법의 변화 가능성을 보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한국을 방문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회담이나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갖게 될 미·중 정상회담 등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방북을 마친 시 주석이 G20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시 주석의 방북은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복귀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시 주석을 통해 모종의 선물을 줬을 수도 있다”며 “G20을 전후로 북·미 간에 실무 접촉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든 ‘金 메시지’ 트럼프 움직일까

 

미·중 간 G20(주요 20개국) 무역담판은 방북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28,29일 열리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다.

 

미국은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도 경제 전선을 확장하고 대중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슈퍼컴퓨터 관련 중국 기업과 국영 연구소에 대해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린다고 밝혔다. 화웨이에 이은 두 번째 조치다. 미국이 이처럼 무역전쟁 전선을 계속 확장함에 따라 두 정상 간 만남에도 무역협상 전격 타결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무역협상의 주요 변수는 결국 북핵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대화를 견인할 새로운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김 위원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이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에 진전된 제안을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G20 담판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3차 북·미 정상회담 중재자 역할을 해낸다면 양국 간 갈등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1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외 다른 핵시설 폐기 등이 포함된 양보안을 제시하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1박 2일 방북 성과를 놓고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미국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가 시 주석 방북 성과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3일 논평에서 “시 주석 방중이 북·중 관계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21, 22일 양일간 1면 전체를 관련 기사로 채웠다. 중앙방송(CCTV)도 방북 당일인 20일 저녁을 비롯해 21, 22일 메인뉴스에 시 주석 방북 내용을 보도했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치 대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 측의 대대적인 방북 보도가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관영 매체의 치밀한 보도가 우호적인 인상을 줬지만, 그런 보도 자체가 최소한 두 사람이 이야기할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정선형·박현준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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