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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 남다른 용기"…톱다운 협상 재개 ‘솔솔’

입력 : 2019-06-23 18:55:20 수정 : 2019-06-23 18: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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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친서외교 재가동 / 北, 친서에 무게감… 긍정 반응도 / 새 계산법 요구하던 모습 탈피 / 美 변화 의미 부여로 명분 확보 / 일각, 교착상태 해소 의지 신호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 국면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상들의 친서 교환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기 상대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는 점을 공개하며 긍정적 반응을 표명했다.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과 향후 접촉에 따라 6월 말 이어지고 있는 북·중→미·중, 한·중→한·미 정상외교 무대에 북·미 외교전이 한자락을 차지할 여지도 생기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친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를 언급하며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초 시정연설에서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무게감 있게 보도하고, 김 위원장의 우호적 반응도 공개한 자체가 교착 상태를 풀고자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주목할 내용은 북·중 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바로 공개했다는 점”이라며 “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전략적으로 공개하고,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셈법 변화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미국의 변화’로 의미를 부여해 회담 재개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맥락이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서도 같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이런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출발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북·미 양국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커진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친서를 공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상황 관리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에 화답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 주석 방북을 전후로 했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소통을 할 테니, 중국에 주선이나 중재를 자임하지 말라는 신호”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앞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일방적인 4차례 방중으로 중국의 뒷배 역할을 부각했다.

관건은 “(친서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한 김 위원장의 속내이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전반적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에 그쳤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말한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 “아무래도 실무회담 제안일 듯하다”며 “갑자기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한다고 밝힐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친서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기지는 않으니, 구체적인 협상안 관련 내용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셈법의 변화 가능성을 보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한국을 방문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회담이나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갖게 될 미·중 정상회담 등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방북을 마친 시 주석이 G20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시 주석의 방북은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복귀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시 주석을 통해 모종의 선물을 줬을 수도 있다”며 “G20을 전후로 북·미 간에 실무 접촉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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