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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위대한 기업엔 요란한 비전선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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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0 21:16:40 수정 : 2019-06-20 21: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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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엔 4차혁명이란 말이 없다” / ‘혁신’ 떠들어대지 말고 실천하는 문화를

며칠 전 “실리콘밸리엔 ‘4차산업 혁명’이란 말이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에어비엔비’를 이끌고 있는 브라이언 체스키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그는 “한국에선 뭐든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일단 크게 보는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도 실리콘밸리에는 없다. 에어비앤비는 블록체인에 관심 없다. 인공지능(AI)에도 신경 안 쓴다. 그저 고객이 호텔에 머물렀을 때 불편하게 느꼈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실리콘밸리에는 4차산업혁명이 없다는 문구가 며칠째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물론 이 이야기를 100% 믿는 것은 아니다. 숙박 공유 플랫폼에서 한층 더 진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쟁사 몰래 엄청난 분량의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최첨단 AI를 개발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우리가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노력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체스키 대표가 이야기한 내용의 본질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와 혁신의 목적이 무엇일까. 바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에어비엔비는 비싼 호텔비 때문에 여행이 망설여지는 고객에게 방이 남아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줌으로써 여행객은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방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기술 중 하나가 AI가 될 수도 있고 블록체인이 될 수도 있다는 단순한 논리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4차산업혁명이 체스키 대표의 말대로 점점 달콤한 미래를 대변하는 선전문구가 돼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I가 개발되고 빅데이터만 활용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만 같은 논리로 너무 많은 정책과 전략이 난무하고 있다. 화려한 목표는 있지만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실천방안이 부재하며, 이로 인해 혁신을 해야 하는 본질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혁신의 메카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교수를 하며 많은 혁신기업을 연구하고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내린 결론 중 하나는 “혁신은 화려한 현수막이 걸려 있고 많은 언론사가 취재경쟁을 벌이는 행사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 불편함의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혁신지향적인 기업은 혁신에 대해 떠들어대지 않는다. 혁신을 이렇게 추진하겠다고 임직원을 모아놓고 선포식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이를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비전이나 가치를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회사나 경영자를 경멸한다고 이야기하며 ‘우리는 그냥 실천할 따름이죠’라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나는 강의를 할 때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와 혁신의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만이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왜 위대한 기업에는 요란한 비전 선언문이 없고, 실리콘밸리에는 4차산업혁명이 없는지 많은 리더가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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