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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보다 불편한 배설케어로봇, '국고 낭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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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18 16:44:01 수정 : 2019-06-18 2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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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1천만원 꼴 제구실 못해... 소비자 등 요양사 원성 높아

 

전국 최초로 전남 광양시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보급한 ‘배설케어로봇’에 대해 소비자와 요양원 요양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광양시는 애초 홍보와 달리 미완성된 값비싼 제품을 보급해 ‘국고 낭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18일 광양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 이 기기(器機)를 생산한 ㈜큐라코로부터 64대의 ‘배설케어로봇’을 구입해 광양시 산하 노인요양시설에 공급했다. ‘배설케어로봇’은 대소변 자동감지 및 흡입, 세척, 건조 등을 완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스마트 로봇이다.

 

지난해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2018년 로봇 활용 사회적 약자 편익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대당 판매가가 1000만원(부가세 별도)인 이 기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국비 60%, 광양시 예산 40%가 투입됐다.

 

그러나 이 기기를 사용 중인 소비자와 요양사들은 “본래 광양시 홍보와는 너무 다르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배설케어로봇이 환자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배설케어로봇에 맞추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자가 비만 체형이거나 마른 체형은 사용할 수가 없다.  

 

한 환자(73)는 “사용자가 상하좌우 30도 정도 움직일 경우, 배설케어로봇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데다, 배설 이후 대소변이 항문 주위에 묻는 바람에 악취 등으로 인해 다시 씻어내야 한다”고 불평했다. 그는 또 “특히 사용자가 배설 용기를 상시 착용해야 하기에 갑갑함과 불편함으로 분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장기 착용이 불가피해 피부질환과 함께 악취·욕창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요양사들도 “기존 기저귀 착용 때보다 더 불편하다”며 “애초 광양시는 편리한 기기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사용 전보다 돌봄 인원의 손길도 더 많이 필요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나라의 큰돈이 투입된 제품을 이토록 미완성인 채로 공급하니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광양시 A요양원의 경우 제작업체로부터 11대를 공급받아 현재는 일부만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는 창고 등에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다.

 

이 기기는 여타 지자체 요양원에 확대 보급될 계획이어서 더욱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요양사들은 “중앙정부와 광양시가 이런 기기를 선정, 개발한 과정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감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A요양원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케어로봇이 편리한 점도 있으며, 어르신들이 착용에 적응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각도 이상 움직이면 케어로봇이 샐 수도 있으며, 식사 시간이나 움직이는 경우에는 착용하기 어려워 일반 기저귀로 교체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광양=글·사진 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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