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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제 관객 감동의 바탕인 총체적 경험 소홀하지 않게 생각”

입력 : 2019-06-10 06:00:00 수정 : 2019-06-09 20: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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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개막 평창대관령음악제 준비 한창인 손열음 예술감독 / 겨울 음악제 추가, 연중 프로그램도 총괄 / 책 1권 분량 프로그램 제작에 온 정성 / “고자세 공연 풍토 바꿔보고 싶었어요” / 초등생 때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로 이름 / 20대 시절엔 각종 피아노콩쿠르 휩쓸어 / “나이 들수록 무대에 서는 게 더 어려워져”
“나이가 들수록 음악이 재미있어지긴 한데 무대에 서는 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낙천적인 편인데도 무대에 올라갈 때는 스트레스를 확 받아요. 어릴 땐 ‘잘 되면 땡큐고 아니면 말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애착이 더 커지니 스트레스도 더 쌓이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보다는 내 마음에 들게 (연주)하고 싶은데…. 듣는 귀는 수준이 계속 높아지니까 (스스로 원하는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느낌이죠.” 7월 말 개막 준비에 한창인 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세종문화회관 뒤편 빌딩 6층에 자리 잡은 음악제 서울 사무실에서 지난 4일 만났다.

 

올해 서른셋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97년. 러시아에서 열린 영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하면서다. 그 후 10대는 피아노 영재로, 20대는 각종 콩쿠르를 휩쓰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손열음은 지난해부턴 평창음악제 예술감독으로 30대 음악가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7월 말 열리는 음악제 준비에 한창인 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손 감독은 “나이가 들어도 음악이 쉬워지는 것 같지는 않다. 음악이 재밌어지긴 한데 무대에 서는 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원 기자

“뭔가를 계획하거나 의도하며 살아오지는 않았거든요. 운이 좋아서 하나씩 잘 펼쳐진 것이에요. 20대 때는 조금 힘들었어요. 유럽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었는데 그 시장은 제가 없어도 너무 상관없는 시장이다 보니까…. 특히 피아노는 아주 어린 신동, 아니면 나이 많은 대가로 (인기 연주자가) 확 갈려서 중간인 20∼30대가 고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장을 뚫기 힘들어서 ‘하지 말아야 하나’, ‘뭘 해야 하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계속하다 보니까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있었어요. 그런 게 많이 생기고, 행운도 많았고, 좋은 매니저도 찾으면서 하나씩 길이 열렸습니다.”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손 감독은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혼자 비행기를 타고 국제 콩쿠르에 참여하는 등 스스로 길을 개척해온 거로 잘 알려진 것에 대해 손 감독은 “그냥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원래 징징대는 것을 안 좋아하고, 일단 잘 몰라서 개념이 없었다. 만약 제가 서울에서 살았고 자랐으면 달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따라붙는 서울애들에게 기죽지 않았냐”고 묻자 손 감독은 “하하.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 어렸을 때는 제가 되게 못하는 줄 알았고, 국내 대회에서도 많이 떨어졌다. 사실 제가 재능이 있는지도 몰랐고 서울애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 나간 국제콩쿠르(영 차이콥스키)에서 상을 탄 건데 제가 볼 때는 뜬금없이 탄 거였다. 그 상을 갑자기 타고 서울에서 연주도 하게 됐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도 좋고 결정적으로 다른 거 할 자신도 없고 그래서 (음악을) 계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열음 음악세계에 대한 유명한 평가는 2014년 드라마 ‘밀회’의 대사다. 여주인공 오혜원으로 분한 김희애는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라고 평했다. 정작 손 감독은 “연주가 보람있는 건 아니다. 희열은 있을 수 있어도 성취감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주를 끝낸 후 성취감에 대해 묻자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사실 더 많고 연주는 ‘이만큼 했다’고 꼭 그렇게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더 안 될 수도 있다. 결과와 과정이 딱 맞는 행위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전성기를 만들어가는 한창 시절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상당한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는 음악제 예술감독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손 감독은 없던 겨울 음악제를 새로 만들었고 ‘강원의 사계’라는 연중 프로그램까지 총괄하고 있다. 책 1권 분량의 음악제 프로그램도 매번 정성들여 만드는 등 평창음악제에 쏟는 공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는 3대 예술감독인 손열음에게 애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진 음악제를 지속가능한 세계적 음악제로 키워놓아야 한다는 사명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처음엔 그냥 일회성 축제를 한번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좀 체계가 잡힌 후 제가 프로그램 정도만 할 수 있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지난해 선보인 ‘손열음표 음악제’는 큰 호평을 받았다. 손 감독은 “사실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게 목적이지만 그분들이 받는 감흥이나 감동은 총체적 경험에서 온다. 그런 점을 소홀하게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음악제 때 제게 무척 좋았던 건 로비에서 만난 관객들이 ‘몇년 전부터 왔고, 초창기부터 왔는데 올해 너무 좋다’고 말해준 것”이라며 “많은 공연이 ‘우린 이런 거 하니까 와서 들으려면 듣고 말려면 말아라’라는 자세가 있다. 공연 풍토가 약간 고자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책(프로그램 북)을 그렇게 열심히 만든 것도 그것을 해소하고 싶었다. 공연 전 설명도 하고 아티스트 인터뷰도 하고, 이런 점에서 정성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연주자와 예술감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호보완이 된다는 설명이다. 손 감독은 “연주하러 다니는 것은 사실 진짜 혼자 하는 일이다. 완전 자연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와 마주하는 작업이다. 그게 너무 재밌기도 한데 고독한 감정이 당연히 든다. 이건(예술감독) 다 같이 손발 맞추는 작업이니까 그런 게 전혀 없고 같이 하니까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이미 세계에서 활약 중인 젊은 한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라는 큰 성취를 거둔 상태다. 지난해 갈채 속에 첫선 보인 데 이어 올해 더욱 확장된 규모로 돌아온다. 손 감독은 “사실 지난해 대부분의 연주자가 다시 오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약속을 미리 받아냈고 일정도 대략 확인해놨다. 무슨 곡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서로 했다”며 “대부분 단원이 유럽에서 왔기에 그쪽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일단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 허황한 꿈을 꾸지는 않는다. 일단 레퍼토리도 많이 해보고 지휘자도 많이 거쳐보고 연주실력이 우리 스스로 증명되고 납득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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