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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까지 7년…조정해야 할 문제는?

입력 : 2019-06-01 17:00:00 수정 : 2019-06-01 1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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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세계보건기구)가 11차 개정안 국제질병코드(ICD-11)에 게임중독(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등재하면서 게임중독을 둘러싼 보건계와 산업계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지만 정부는 WHO의 결정에 맞춰 질병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관계부처들은 (게임중독 질병코드에 대한)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서는 안 된다”며 “국무조정실이 주도해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WHO는 이번에 결정한 국제질병코드를 2022년 회원국에 권고한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가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2025년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에 반영되고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까지 최소 7년 정도 남은 셈인데, 그동안 보건계와 산업계가 입장을 조정해나가야 할 게임중독에 관한 우려들은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어릴 적 ‘게임중독 판정’,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질병코드는 의료기록, 사망원인, 각종 보건통계 등 활용을 위해 질병의 성질을 유사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코드다. 즉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분류됐다는 것은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됐다는 것을 뜻한다. WHO의 질병코드는 ‘6C51’로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질병으로 분류됐다.

 

국내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청소년기의 게임중독 판정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을 우려한다. 어린시절 게임을 지나치게 좋아했다는 이유로 심각한 정신장애가 있는 것처럼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지난해 8월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로 게임중독자, 정신병 등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일반인은 59%에 달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도 61.3%가 같은 우려를 전했다.

 

강경석 콘진원 게임본부장은 지난달 28일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가 질병코드로 도입된다면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적인 낙인효과”라며 “(일방적 청소년의 경우) 게임 과몰입에 빠졌다가도 금방 되돌아오는데 이를 질병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도 같은 자리에서 “8만여명의 게임산업 종사자에게도 질병유발물질 생성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며 “(반대로) 게임중독을 심신미약 사유나 병역회피 등에 악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게임중독을 치료하는 상담업계는 게임중독 질병코드를 낙인이 아닌 예방 차원의 의미로 접근해야한다고 설명한다. 게임중독협회 염춘영 고문은 “그동안 한국에선 게임중독의 수준이 심각해도 병원이나 상담시설을 찾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며 “우리나라에는 정신병으로 병원에 가서 치료만 받았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취급을 해버리는데 이런 부분을 순화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염 고문은 이어 “세계적으로 게임중독의 폐해는 적지 않다”며 “중독을 막기 위해선 예방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게임중독을 무슨 근거로 진단할 것인가?

 

게임중독에 대한 진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쟁점 중 하나다. WHO는 게임중독 판정 기준을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손상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시하며 이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도 게임을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한다. 증상이 심각하면 12개월보다 적은 기간에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게임중독이 의심되는 청소년들은 각 교육청에 설치된 ‘위 센터’에서 상담치료를 하거나 증상이 심각할 경우 정신과 병원을 찾는 식으로 치료해왔다. 이들 치료기관은 게임의 정상적 이용과 문제적 이용을 구분해 증상을 판단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행동 종합진단척도’에 따르면 게임의 ‘정상적 이용’은 △재미와 활력경험 △생활경험 확장 △감정 및 스트레스 관리 △몰입 경험 △도전과 성취 △통제력 신장 △사회적 상호작용로 분류되고 ‘문제적 이용’은 △내성 △금단 △과도한 시간소비 △조절 손상 △강박적 사용 △일상생활 무시 △부작용에도 계속 사용으로 분류한다. 통상 두 측면을 비교해 △게임 일반 사용자군 △게임선용군 △게임과몰입 위험군 △게임 과몰입군을 구분한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러한 의료적 판단이 다소 주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일한 환자를 두고 의사에 따라 게임중독에 따른 진단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WHO 게임중독 기준을 보면 예전에 제기됐던 인터넷 중독기준과 다르지 않다”며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건 의사들도 인정하는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위 회장은 “같은 게임중독 의심환자를 보고 게임에 우호적인 의사가 중독을 진단할 확률은 0.8%, 게임에 적대적인 의사가 중독을 진단할 확률은 33%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의적 해석이 개입되는 것은 의료 본질에 비춰 봐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 게임 산업계 타격 불가피할 텐데

 

게임 업계가 나서 게임중독 질병코드와 전면전을 선포한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산업 전반에 올 타격 때문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이라는 분석 보고서에서 2023년 국내 게임중독 질병코드가 도입된다면 6조3454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이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게임 산업 매출과 고용 창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등록되면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사업에 세금이 쓰일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게임 제작업체에 중독 관련 부담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을 ‘산업규제’가 아닌 건전한 게임발전을 위한 ‘안전장치’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30일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분류될 만한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됐고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이라며 “게임이 건전한 여가 형태로 이용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게임 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발전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게임중독세, 게임중독기금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담금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우리는 몇 년에 걸쳐 각계가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게임 산업 위축을 막을 해법마련을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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