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가격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 가격이 최근 꿈틀거리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가 올해 초보다 올라가면서 지난해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와 국토교통부는 급매물 소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고, 대출 규제에 따른 정부의 수요 억제책이 여전해 추가 상승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 아파트 매물이 1분기 때보다 올라간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올해 3월에 16억9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18억2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호가는 17억8000만원에서 18억600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강남권 내 또 다른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도 올해 3월엔 16억9000만원에 거래가 됐는데, 5월에는 18억29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해 9·13 대책 이전 매매가격인 18억5000만원에 거의 근접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는 실수요보다는 아파트 매매에 따른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수요가 더 많이 존재한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는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위축됐던 주택 투기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도 된다. 부동산 114가 조사한 지난주 서울 재건축 가격 변동률은 0.06% 올라 6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급매물이 나오자 곧바로 매매가 이뤄지면서 빚어진 결과로 해석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통화에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시세를 알고 있는 시장”이라며 “조금만 (가격이) 내려갔다고 하면 산다. 사신 분들 입장에서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빠졌다고 보고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2분기에 들어서면서 1분기보다는 얼어붙은 심리가 완화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는 저점에서 매수하겠다는 수요는 있다고 판단되며 기대감이 올라간 것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난해와 같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대출을 강하게 규제한 정부의 9·13 대책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등 거시경제 위험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이 투자자들의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아파트가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라 투자 시엔 고가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이 힘이 약하다”라고 했다. 김 소장도 “현재 시장은 보합 장세로 정상적인 거래가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관측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급매물 소진 지역에서 한두 건의 사례가 있었지만 추격 매수세 동반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대세상승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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