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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알권리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

입력 : 2019-05-27 20:46:42 수정 : 2019-05-27 20: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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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관리 인프라 턱없이 부족 필요 정보 쉽게 찾게 체계화를 / 허위 정보 공개해도 책임 안 져 형사처벌 위한 법률 개정 필요 /
알권리의 중요성 널리 알려야 시민들의 이해 높이는 게 우선

27일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알권리’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기록보존소, 대통령비서실, 교육과학기술부, 서울시 등에서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를 담당한 조영삼 서울기록원장은 기록관리 인프라의 턱없는 부족을 지적했다. 알권리 보장을 위해선 일단 ‘물리적 실체’(기록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록을 온전히 남기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조영삼 서울기록원장

조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작은 일반 창고에 기록물들을 쌓아두는 형편”이라며 “기록연구사 한두 명이 방대한 기록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알권리 논의가 자꾸 ‘원문공개율’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원문공개는 인력과 예산 투입보다 기관장이나 간부들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분야다. 문제는 방대한 공공정보 속에서 정작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 원장은 “선진국은 아카이브(기록관)가 박물관, 도서관과 함께 ‘기억기관’으로 위상이 높다”며 “성과주의로만 접근하다 보니 아카이브를 통해 어떤 문화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공무원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보공개 제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올해에만 100건 넘는 정보를 청구한 한 남성은 아예 ‘당신 괴롭히려고 청구한다’고까지 하더라”며 “악의적 청구나 청구 후 정보를 찾아가지 않는 ‘노쇼’에 손 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조직에 불리한 정보를 청구인에게 공개하거나 공개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담당 공무원만 ‘독박’을 쓰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했다.

반면 공무원들의 악의적 비공개에 실질적 대응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아무리 시스템에 투자를 하더라도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관행을 깨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알권리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이와 관련해 처벌조항 신설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민주사회에서 국가의 공적활동에 관한 정보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며 “현재는 잘못된 정보공개나 부당한 정보 비공개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기관의 정보 위·변조, 허위 내용 공개, 은닉 목적의 비공개 등을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알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알권리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시민들의 자각이 아직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은 “알권리는 그 자체보다는 다른 기본권 실현의 도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며 “이를테면 노동 현장에서 알권리가 실현되면 노동자들이 ‘내가 어떤 위험에 처해 있구나’ 하고 깨달아 생명 및 건강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권리에 관한 논의가 ‘공개냐, 아니냐’ 식의 이분법적 논쟁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알권리 실현에 따른 가치 충돌에 대해 양측이 서로 대화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우리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김태훈·김민순·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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