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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연일 대남 압박… ‘패키지 딜’ 엔 나흘째 묵묵부답

입력 : 2019-05-21 06:00:00 수정 : 2019-05-20 23: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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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 워킹그룹 회의 문제삼아 / “반목 조장하고 예속 올가미 조여” / 정부 “북과 협의 지속해 나갈 것” / 靑 “대북지원, 여론 등 검토 필요”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과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약 95억4000만원) 대북공여라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나흘째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북한 매체를 통한 대남 비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과 관련해 북측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오전과 오후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연락대표 접촉이 협의의 주된 통로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변인은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를 통한 자금공여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와 협의를 진행한다”며 “정부는 조기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일부의 설명에 대해 “국민적 여론 등 여러 검토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직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개성공단 방문과 관련해서는 북측과 교감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이번 방문은 남북 양측 당국의 합의로 성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첫 방북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잡았던 것도 이런 맥락의 일환”이라며 “청와대가 국회의 반대에도 김 장관을 밀어붙인 것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통일부가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역할하라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 벽면에 일반 시민과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재개 응원 메시지들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북한은 지난 17일 정부의 패키지 딜 발표 이후 20일 오후까지 인도적 대북지원과 개성공단 기업인 방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최근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문제 삼으며 “우리 민족 내부에 반목과 불화를 조장하고 그를 통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외세에 의존해 북남관계문제, 민족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어리석은 행위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외세에 우리 민족 내부 문제의 해결을 청탁, 구걸해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며 오히려 예속의 올가미를 스스로 더욱 조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전날 노동신문은 “원조라는 것은 발전도상나라(개발도상국)들의 명줄을 틀어쥐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였고 하나를 주고 열 혹은 백을 빼앗으려는 강도적 약탈의 수단이었던 것”이라며 연일 대남, 대미 압박 발언만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인도적 대북지원과 북·미 협상은 완전히 별개 사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특별한 반응을 내놓을 사안은 아닐 것”이라며 “개성공단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타이밍 조절을 할 필요가 있는데, 그때가 되면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공식적인 메시지 부재는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며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북한의 식량부족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인도적 대북지원을 문제로 핵 문제나 남북관계에 대한 전반적 입장을 바꾸지는 않는다”며 북한이 관련 논평을 내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 개발하는 돈 2억달러면 옥수수 등 식량을 충분히 살 수 있지만, 당국의 선택사항에 따라 자금을 달리 운용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쌀값 동향이나 인도적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며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병욱·정선형·박현준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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