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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이 준 유전적 질환 “탈출구는 있다”

입력 : 2019-05-18 01:00:00 수정 : 2019-05-17 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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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요인 따라 유전자 바꿀 수 있다는 / 후성유전학 지난 10년 연구?미래 정리 / 스트레스·불균형 식단·부족한 수면 등 / 현대인 생활 방식이 유전자 오염시켜 / 7개 유전자 선별, 역할?질병 집중 조명 / 식습관 등 개선 통해 유전자 클린작업 / 가족력 운명 벗고 새로운 삶 개척 가능
벤 린치/엄성수/김영준 감수/쌤앤파커스/ 1만7000원

유전자 클린 혁명/벤 린치/엄성수/김영준 감수/쌤앤파커스/1만7000원

 

작년 말 미국의 한 의학연구보고서는 가족력이 만성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암,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환자의 71%가 가족력에 따른 만성질환이라는 것. 실제로 많은 현대인들은 가족력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전자는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것이며, 절대 바꿀 수 없다’는 말도 상식처럼 들린다. 과연 가족력은 정해진 운명이고 벗어날 수는 없는가.

최근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서는 이 같은 종래 상식을 뒤집는 연구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후성유전학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도 갖가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후성유전학 연구와 미래 전망을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저자 벤 린치는 “유전자가 오염되면 질병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후성유전학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면서 “유전자를 깨끗이 할 수 있다면 약 없이도 치명적인 만성적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질병의 근본 원인이 ‘더러워진 유전자(Dirty Genes)’에 있다고 강조한다.

종래 유전학은 인간의 유전적 운명을,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결정되는 것으로 규정한다. 돌에 새겨져 다시는 고칠 수 없는 일종의 금석문이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간 유전자는 행동과 생각, 환경과 음식 등 매순간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고 그에 따라 매번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 인간 유전자는 마치 언제라도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는 휴대전화 속 연락처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 몸속의 수많은 유전자는 뇌, 소화계, 피부, 심장, 간 등 여러 부위에 수많은 지시를 내리고 있다. 유전자가 지시를 내리면 건강의 모든 측면이 결정된다. 습관적으로 하는 호흡, 만지고 느끼는 모든 물체, 떠올리는 모든 생각 등이 유전자에 기록되고 유전자는 그에 반응한다.”

저자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건강하지 않은 기록을 남기고 유전자를 오염시킨다”고 지적한다. 인간 유전자는 애초 과중한 스트레스, 건강을 해치는 식단, 부족한 수면 등을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결국 가족력에서 멀어지기는커녕 그 수렁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고 한다.

저자는 인체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7개의 유전자를 선별해 ‘슈퍼 세븐 유전자’라 이름 붙이고 이들을 집중 살펴본다. 이들 유전자의 역할, 오염되었을 때의 영향, 발생할 수 있는 질병 등을 소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슈퍼 세븐 유전자’는 다음과 같다.

유전자 건강의 핵심인 MTHFR 유전자, 스트레스와 이완의 열쇠 COMT 유전자, 음식 알레르기의 열쇠 DAO 유전자, 우울증과 감정기복의 열쇠 MAOA 유전자, 해독과 면역의 열쇠 GST/GPX 유전자, 혈관 건강의 열쇠 NOS3 유전자, 간과 세포 건강의 열쇠 PEMT 유전자 등이다.

혈관 건강과 연관된 NOS3 유전자를 살펴보자. NOS3 유전자가 오염되었을 때 드러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증상은 편두통, 코막힘, 신경계 질환, 우울증 등이다. 혈관이 좁아져 산소가 각 세포에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다시 말해 NOS3 유전자가 더러워지면 심뇌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자체 건강을 관리하는 MTHFR 유전자도 주의해야 한다. 조금만 운동해도 금세 온몸이 땀에 젖거나, 평소에 손발이 차다면 이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흥분을 진정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평소에 수면 장애를 겪는다면, 우울증과 감정기복 유전자 MAOA를 의심해야 한다.

유전자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잡지만, 보이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겪는 두통, 발진, 체중 증가, 불면증 등은 하나 이상의 오염된 유전자 때문에 발생한다. 약이나 보조제를 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음식을 먹든, 보조제를 복용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먼저 해보자. ‘이것은 내 유전자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부담이 될까.’

저자는 마지막에 주변 환경, 생활 습관, 식단 등을 개선해 유전자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말하자면 슈퍼 세븐 유전자의 클린작업이다.

김영준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유전자는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상식을 깨고, 누구나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후성유전학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했지 실제 학문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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