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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에 대통령 탄핵... 산으로 가는 국민청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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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7 07:00:00 수정 : 2019-05-17 0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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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이 산으로 가고 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의 일환으로 도입된 국민청원 게시판이 정치세력들 간의 싸움판이 되는가 하면 청원수 조작 등 각종 루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등 직접민주주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면은 퇴색하고 사회 갈등을 보여주는 거울이 된 셈이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기준을 다시 한 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청원만료일이 지나지 않은 청원 중 추천 순위 1~3위는 모두 정치색을 띠고 있는 글이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해산해달라는 청원이다. 이 청원은 무려 약 180만명이 동의했다. 2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해산해 달라는 청원으로 32만명이 넘는 추천을 받았다. 이 뒤로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을 내란죄로 처벌해달라는 청원글로 20여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세 건 모두 동의자가 20만명이 넘어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이 3건의 청원은 국민 일부의 정치적 견해를 담은 것으로 정책 제안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에서 청원을 들어주거나 국가 운영에 반영할 만한 성격도 아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운영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글이 최다 추천되며 게시판의 윗머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좌우로 나뉜 정치 세력들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추천 수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청원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집회에 참가했던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북한 핵개발 방치와 북한 인권유린 묵인, 드루킹 일당의 불법 여론조작 외면 등의 이유를 들어 문 대통령의 탄핵을 건의하고 있다. 이 청원은 14만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마감일인 이달 30일까지 20만명의 추천을 받게 되면 청와대가 답변을 해야 한다. 이 청원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의 운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무분별한 국민 청원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는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기준이 너무 광범위한 탓이다. 미국 백악관에서 운영하는 정책 탄원 인터넷 게시판인 위더피플(wethepeople)은 선출직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 정부 정책변화 요청이 없는 글, 상업적 글에 대해서는 청원을 금지한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정 현안 전반이 기준이라 사실상 내용에 제한이 없다. 위더피플은 또 연방 법원이나 행정기관 그리고 주 또는 지자체 등의 관할권에 속하는 청원일 때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은 답변 거부 기준이 없다.

 

물론 청와대는 3월31일 누구나 국민청원을 올리면 공개됐던 시스템에서 비공개 상태로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게시판에 공개되는 방식으로 바꿨다. 위더피플을 참고해 문제가 됐던 “모 가수를 사형시켜 달라”거나 “미팅을 주선해 달라”는 등의 황당한 청원글이 올라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과거 “남성의 성기를 없애달라”는 혐오성 청원글이 1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충분한 거름망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청원 글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올라와 본래 취지를 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체 청원에 대해 내용을 모니터링하거나 기준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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