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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아닌 고객에 초점…'스몰 매스' 확산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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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5 11:42:00 수정 : 2019-05-15 11: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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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중’이 아니라 ‘고객’에 초점…헤어케어, 양산품은 퇴조.”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기사다. 대다수 소비자를 노리는 비즈니스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저가의 대량생산 샴푸는 시장의 80%를 차지했으나 최근 8년간 50% 수준으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대신 성장한 것은 신흥기업이 개척한 ‘스몰 매스’ 시장이다.

 

스몰 매스는 매스(대다수)는 아니지만 일정한 규모의 시장이 예상되는 소비자의 층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보급과 빅데이터 해석의 기술 진화로 소비자의 연령층이나 성별, 소득수준 등에 의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기호에 맞춘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스몰 매스 업체의 경우 제조는 외부에 위탁하고 기획·개발에 특화됐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기술로 ‘고객’의 취향을 짚어낸다. 대량생산으로 소비자들의 평균치만 만족시키는 매스 상품을 도태시키는 물결이 화장품과 어패럴, 식품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기업 ‘가오’(花王)에 따르면 헤어케어 시장에서 800엔 미만 대중 상품 비율은 2010년 77%에서 2018년 50%로 축소됐다. 반면 88∼1400엔 상품은 11%에서 28%로, 1400엔 이상 상품은 9%에서 19%로 증가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도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는 스몰 매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 보타니스트’는 전용 사이트에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I-ne(아이에누이)가 3월에 시작한 ‘마이 보타니스트’의 경우 사이트에서 머리카락의 상태나 좋아하는 향 등 9가지 질문에 대답하면 유효성분과 향 등 2000가지 조합 중 최적의 1개 상품이 만들어져 집으로 배송된다. ‘특별주문품’의 가격은 395㎖에 약 5000엔이지만 큰 인기다.

 

일용품 시장에서는 제조사와 소비자의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샴푸나 유연제는 안정적인 품질의 상품을 대량 생산해 싸게 파는 모델이 중심이었다. 공장을 갖고 있고, TV 광고를 내보내는 대기업 자본이 ‘주’였고, 소비자는 제조사가 기획·개발한 상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흐름을 바꾼 것은 디지털 기술과 수평분업이다. I-ne는 2015년 식물유래 샴푸 ‘보타니스트’를 인터넷을 중심으로 발매했다. 수천엔의 미용실용 샴푸가 주력 제조 위탁 기업에 생산을 맡겨서 1500엔에 판매했다. 광고는 당시까지는 아직 활발하지 않았던 인스타그램을 사용해 20대 전후 젊은 여성에게 어필했다.

 

이와 함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객의 5%가 ‘스무스’나 ‘데미지 케어’ 등 4종류가 있는 상품을 묶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자신에 맞는 1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마이 보타니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의 요구에 제조사가 맞추는 형태다. I-ne는 제조를 외부에 위탁해 설비 등 초기 투자는 가볍고, TV광고비도 들지 않는다. 보타니스트는 발매 첫해부터 흑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 ‘야호브루잉’은 SNS의 팔로워를 ‘팬’이라고 부르고, 고객의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소비층의 취향이나 상품을 고른 이유 등의 데이터는 팬을 불러모으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이 업체는 상품 개발 때 대중을 쫓지 않는다. 타깃은 철저하게 좁게 한다. 100명 중 한 명이 지지해주면 된다.

 

화장품 평가 사이트 ‘@코스메’에 의한 2018년 평가 랭킹에서는 립스틱의 ‘오페라’ 브랜드를 가진 ‘이뮤’ 등 전체 58개 부문 가운데 10개 이상의 카테고리에서 중견·신흥 기업이 기존 대기업을 웃돌았다. 2013년의 랭킹에서 신흥세는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전체의 약 20%를 점한다. 2010년 설립된 ‘후로후시’도 그 중 한 곳이다. 눈썹용 ‘모테마스카라’를 잡지의 부록으로 배포한 결과 사용감이 좋다는 소문이 SNS 등에서 퍼졌다. 아이라이너(화장연필)에서는 가오나 시세이도를 넘어섰으며, 약국(약과 생활용품 같이 판매)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몰 매스 시장 개척을 뒷받침하는 것은 개인의 욕구를 찾아내는 디지털 기술의 진전과 자본을 갖고 있지 않아도 위탁 등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평분업의 확산이다. 일본색재공업연구소는 립스틱 등 화장품의 위탁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도쿄 내 본사에서는 향료와 색재의 샘플이 진열돼 있고, 이바라키현 등의 공장에서 고객 기업의 요구에 응한 제품을 생산한다. 수백의 화장품 메이커와 거래하는 이 회사의 사장은 “인터넷의 보급과 병행해 적은 상품수로 생산을 위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성분이나 패키지디자인을 지정하면 그대로 생산을 대행하는 기업은 일본에 수백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화장품 수탁생산의 일본 국내시장규모는 2019년도에 3300억엔으로 5년 동안 1.5배로 확대됐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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