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리꾼 황세희(36)가 생애 두 번째 판소리 발표회 ‘향성(香聲)’을 6월 1일 오후 7시 충청남도 계룡 사계고택 은농재에서 개최한다.
충남 계룡시에 있는 사계고택(沙溪古宅)은 예학(禮學)의 대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 선생이 말년에 살았던 사랑채 건물이다. 2013년 충남 기념물 제190호로 지정되었다. 김장생 선생이 1602년 건립한 건물로 고택 경내에는 은농재(隱農齋)를 비롯하여 안채, 문간채, 광채, 부속채, 별당채, 영당, 행랑채 등이 일곽을 이루고 있다.

2019충남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창작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황세희의 이번 판소리 발표회 ‘향성’은 2014년 한옥문화공간에서 열린 판소리 발표회 ‘태담(胎談)’에 이은 두 번째 개인 독주회이자 2014년 서울 마포구 광흥당, 2017년 서울 종로구 홍난파가옥, 2018년 충남 예산군 수당고택에 이은 네 번째 고택음악회다.
‘향성(香聲)’은 한자어 그대로 ‘향기로운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을 담아 지역의 역사와 함께하는 한옥에서 정겨운 남도소리 한마당을 펼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설이 잘 되어있고 갖춰진 공연장에서의 공연도 편리하고 좋지만, 한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시각적인 멋스러움과 판소리의 전통 연행장소였던 ‘판’이 어울려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객들은 한옥공간에서 소리꾼과 호흡하고 공감하며 추임새로 참여하면서 함께 판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황세희가 펼칠 프로그램은 ▲단가 사철가 ▲판소리 눈대목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남도선소리 육자배기 ▲창작판소리 우현 돌맞이가(황세희 작창, 김영희 사설) ▲토속민요 아기 어르는 소리 ▲실내악 곡 용추(황세희 작창, 우선희 곡) ▲계룡이여 비상하라(위촉 창작 초연, 이병욱 작곡, 서거정 시) ▲이 땅이 좋아라(이병욱 작곡) ▲강강술래 등이다.
단가는 소리꾼이 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로 영산이라고도 한다. 단가 사철가는 ‘이산저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사계절의 아름다운 정취를 노래한 단가이다.
눈대목은 판소리 한바탕 중 소리꾼들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을 말한다. 심청가 중 ‘부친상봉’부터 ‘만좌맹인이 눈을 뜨는 대목’은 극적인 요소가 가장 극대화된 대목으로 대표적인 심청가의 눈대목이다.
남도선소리 육자배기는 육자배기토리라는 말의 근원이 되는 전라도의 대표적인 통속 민요이다. ‘육자배기’-‘자진육자배기’―‘삼산은 반락’―‘개고리타령’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을 갖는 곡으로 장단의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애절하고 구슬픈 계면의 진수를 보여주는 곡이라 할 수 있다.
‘해금, 노래하다. by 박자영(2018, 론뮤직)’ 음반에 수록된 ‘줄 위의 능게’는 경기도 지방의 태평소 가락을 엮은 ‘호적풍류’를 해금과 피아노의 앙상블로 새롭게 편곡한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풍년가, 사철가, 천수바라, 방아타령을 연주한다.
‘우현 돌맞이가’(황세희 작창, 김영희 사설)는 2012년 아들의 돌을 맞아 연세대 국문학과 김영희 교수가 쓴 사설에 황세희가 작창하여 곡을 붙인 창작 판소리이다. 생명에 대한 신비와 사랑의 내용을 담고 있다.
토속민요 ‘아기 어르는 소리’는 토속 양육요 ‘달강달강’과 ‘둥개둥개둥개야’를 무대화한 것으로 아기 어르는 소리들을 엮었다. 민요가 과거에는 누구나 부르던 노래였음을 생각하게 하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노래로써 선보인다.
국악 실내악 ‘용추’(황세희 작창, 우선희 작곡, 편곡)는 계룡시무용협회의 2018창작무용극 공연 ‘용추, 천상의 꿈’ 도입부에 황세희가 작창 작업을 한 노래를 국악 기악 반주와 함께 편곡하여 연주한다.
국악 실내악 ‘계룡이여 비상하라’(위촉 창작 초연, 이병욱 작곡, 서거정 시)는 이병욱 작곡가에게 위촉한 초연곡으로 서거정의 ‘계룡산 가섭암 중신기(鷄龍山迦葉菴重新記)’ 내용을 가사로 삼았다.
국악 실내악 ‘이 땅이 좋아라’(이병욱 작곡, 구히서 작시)는 ‘7인 작곡가’ 음반에 발표되었던 이병욱 작곡가의 곡으로 조상이 물려준 터를 우리도 소중하게 잘 가꾸어 나가기를 다짐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남도민요 강강술래는 전남지역에 전승되어 온 민속놀이 중 하나로 1965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소리와 놀이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적인 민속놀이로써 굿거리장단의 ‘긴강강술래’를 시작으로 자진모리장단의 ‘자진강강술래’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남생아 놀아라’, ‘개고리 타령’ 등 다양한 놀이가 노래와 함께 연행된다.

황세희는 이번 공연에 대해 “문화예술 향유가 어려운 지역 관객들에게 음악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특히 충청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판소리와 남도민요를 들려주고 우리 지역의 지역문화유산을 국악 실내악곡으로 창작 연주함으로써 연주장을 찾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행사를 후원한 충남도와 충남문화재단도 “남도판소리 독주회가 열리는 사계고택 또한 지역의 문화유산이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음악회 연주 공간으로 알려져 계룡시민뿐만 아니라 타지 관광객도 찾는 충남의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를 졸업한 황세희는 전국학생판소리대회 종합 대상, 남도민요 전국경창대회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예인집단 가시 동인, 충남학교문화예술교육센터 국악예술강사, 계룡시 두마면 문화사랑방 판소리 강좌 출강, 한국국악협회 계룡시지부 판소리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황세희는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고(故) 최난수 명창 문하에서 소리를 시작했고,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인 최진숙 명창으로부터 춘향가·심청가·수궁가를 사사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 고(故) 성우향 명창으로부터 판소리 춘향가와 심청가를 학습했으며, 이화여대에서 유미리 명창에게 흥보가를 사사했다.
이화여대 동문으로 이루어진 국악그룹 ‘한달음애(韓達音愛)’ 실내악단 연주 활동과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모색하는 ‘이병욱과어울림’에서 소리를 맡았고, ‘국악앙상블 예소울(YESoul)’ 연주단 대표를 2011년부터 이끌고 있다. 예소울국악앙상블은 서울시 문화예술 프론티어, 서울 메트로 아티스트, 서울문화재단 문화나눔 행복서울 공연단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7년부터는 여성 판소리꾼 5인으로 이루어진 ‘예인집단 가시’ 단원으로도 활동하며 소리꾼 동료와 함께 판소리를 중심으로 ‘심청가 범피: 련’, ‘심청, 해녀를 만나다’ 등 창작 음악극 작품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2018년 계룡시 군문화축제와 계룡시를 주제로 한 신도안, 용추 작품 등에서 연주 활동을 했고, 2019년에는 계룡시 두마면 문화사랑방 판소리 강좌 등 판소리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편, 이번 공연은 소리꾼으로 황세희 개인의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함께 연주하는 다른 지역의 전통예술가 6명과 협업으로 진행된다.

작곡가 이병욱은 중앙대 음대와 동 대학원, 독일 칼스루헤국립음대를 졸업했고, 88서울올림픽 한강축제 음악감독 및 작곡을 맡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공연작 ‘홍천꿈동이’ 작곡,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 KBS국악대상 작곡부문 대상, 백상예술대상 작곡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사)마리소리음악연구원 이사장, 홍천마리소리여름축전 조직위원장,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 대표로 있다.
고수 이승백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를 졸업하고 현 조선풍류 단원이다.
해금연주자 박자영은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와 중앙대 대학원 한국음악학과를 마치고 현재는 경상북도립국악단 해금 수석으로 있다.
가야금 연주를 맡은 윤이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과정에서 공부하고 국립남도국악원 단원을 역임한 뒤 지금은 국립민속국악원 부수석으로 있다.
피리의 정효진은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현재는 국악앙상블 예소울 단원이다.
건반을 연주하는 우선희는 백석대학교와 동 대학원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PM(pontifexmusicus) 건반&재즈보컬과 아우름예술단 메인 건반을 맡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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