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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은평자원순환센터 둘러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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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0 00:45:40 수정 : 2019-05-10 00: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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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이 일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싼 충돌이 원인이었다. 사업을 설명하려는 구청 측과 시설 백지화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뒤엉키면서 설명회는 단 12분 만에 중단됐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주민 1명이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4일 1차 설명회 역시 주민들이 북을 치며 ‘쓰레기장 결사반대’를 외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시설 덕분에 은평구는 지난 3월 ‘전국 민원 1위’를 기록했다. 인근 주민 280여명이 반대 의견을 담은 민원 2만4000건을 접수시킨 결과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2023년 완공 예정인 재활용품 선별장이다. 은평·서대문·마포에서 버린 비닐·플라스틱 등을 종류별로 분류하게 된다. 생활폐기물을 눌러 담는 적환시설도 함께 설치된다. 은평구 진관동 76-40번지에 들어서며 연면적 1만5492㎡에 지하 2층 규모다.

은평구로서는 이 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은평구 쓰레기 중 자체 처리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나머지 쓰레기를 받아줬던 수도권 매립지 등은 몇 년 내로 쓸 수 없게 된다.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 갈등조정 회의 결과 대체 부지를 찾기도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났다. 처리 시설을 하루빨리 짓지 않으면 넘쳐나는 쓰레기를 무작정 쌓아두거나 민간에 떠넘겨 수십·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 은평구의 하소연이다. 은평구는 모든 시설을 지하에 넣고 이중차단문·스피드도어·에어커튼을 설치해 악취 발생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주민들로서는 강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 순환센터 예정부지 자체는 2000년 일찌감치 폐기물 처리 시설로 결정됐으나 그 사이 인근 350∼700m 거리에 아파트 단지들도 속속 들어섰다. 주변 주민들은 환경 악영향과 폐기물 차량 이동 문제를 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분간 양측 대립이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도 힘든 처지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대를 ‘님비’로 매도할 수는 없으나, 재활용 선별장은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지적한다. 쓰레기 냄새는 제대로 설계·건설할 경우 최소화되거나 거의 문제 되지 않으리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지하에서 일할 작업자들의 노동환경을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재활용 선별장 건립은 은평구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서울에서 운영 중인 공공 재활용 선별장이 약 15개인데 대부분 많이 낙후한 상태”라며 “이 시설들을 리모델링해야 하기에 앞으로 이런 갈등은 계속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와 정부가 뒷짐 지고 지켜보기보다 이번 갈등을 풀 합리적 해결 모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선별장 건설 과정에 주민 참여와 보상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것도 ‘협치’가 필수인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제도다. 음식물 처리·소각 시설은 입지 선정 단계부터 주민 참여가 보장된다. 그러나 재활용 선별장은 환경영향평가조차 거칠 필요가 없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재활용 선별장도 이제는 주민과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필요하면 보상하고 주민을 운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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