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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실패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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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0 00:41:50 수정 : 2019-05-10 0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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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들, 수많은 시행착오 통해 혁신 / 우리도 문제 해결책 논의하는 문화 필요

최근 진행된 어느 기업 행사의 한 장면이다. 책임연구원 한 명이 단상에 올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떤 실패를 했고, 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를 발표자료와 곁들여 설명을 한다. 발표가 끝나자 이를 지켜본 500여명의 구성원이 큰 박수로 격려해 주고 책임자가 수고했다며 상패와 상금을 수여한다.

기업에서 흔히 진행하는 연말 고성과자에 대한 시상식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진행한 ‘실패사례 경진대회’의 한 장면이다. 최우수상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무려 7건의 실패사례를 공유한 팀에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행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실패사례는 456건으로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리더로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많은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가 혁신과 변화를 위해 멋진 신년사를 발표하고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지만 이런 상징적이고 이벤트적인 리더의 행동이 직원의 업무혁신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창업자의 거창한 비전이나 선동적인 연설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이슈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치열하게 논의되는 문화와 제도라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잉의 CEO를 역임한 제임스 맥너니는 “혁신은 지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 문화에서 온다. 무엇이든 공유하는 개방된 조직 문화를 만들면 회사 내에 아이디어가 빠르게 흐르고 이는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는 기술이 아니라 치열하게 공유하는 문화를 통해 위대한 혁신기업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고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리스트에 픽사가 제작한 영화가 4편이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픽사의 CEO인 에드윈 캣멀이 꼽은 혁신 기업으로 성장한 가장 중요한 비결은 기술적 탁월함이 아니라 ‘브레인트러스트’라는 제도이자 문화이다. 브레인트러스트란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는 물론 다른 감독과 스태프가 모여 영화의 최종 버전을 관람하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말하는데, 영화를 낱낱이 해부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고통스럽지만 치열하게 드러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이런 과정을 6번이나 반복하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명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런 기업은 만드는 제품마다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제품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들이 경험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알게 된다면 혁신은 실패의 횟수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속적인 혁신을 원한다면 외부에서 S급의 인재를 스카우트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패가 두렵지 않은 문화를 먼저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서 SK하이닉스의 실패사례 경진대회가 반갑고 동시에 더 많은 한국기업이 이런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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