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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방임에…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는 아이들 [이슈+]

입력 : 2019-05-02 18:38:35 수정 : 2019-05-02 18: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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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한해 4000명 부모품 떠난다 / 보호조치 원인 ‘학대’ 26%로 최다 / ‘미혼모·혼외자’ 비율도 22% 달해 / “부모와 지낼 수 있는 지원책 필요”
#1. A양 자매는 최근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 입소했다. A양 자매를 키워 온 엄마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엄마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워왔다. 친부는 전혀 책임지지 않았고, 친정과도 연락이 끊겨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생활비가 없어 빚을 지고, 월세조차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 결국 머물 집을 구하고 자리를 잡고 난 뒤 데려가겠다며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겼다.

#2. B군 남매는 학대피해아동쉼터에 머무르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친부는 술을 많이 마셨고, 취하면 아이들을 때렸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친모는 아이들에게 화풀이하곤 했다. 남매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더러운 옷을 입고 다녔다. 이웃의 신고로 학대가 드러나면서 부모와 떨어지게 됐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으로 들뜬 5월이지만 ‘가정해체’라는 그늘에 가려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 매년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 보육원 등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부모가 이혼이나 생활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학대하고 방임하는 등 부모가 자격이 부족해 가정에서 나오게 된 아이도 늘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은 TV 속 이야기일 뿐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호조치 아동 수는 2017년 말 현재 4121명이다. ‘보호조치’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원가정 대신 보육원이나 그룹홈, 입양가정 등에서 돌보는 것을 말한다.

보호조치 아동 수는 2013년 6020명, 2014년 4994명, 2015년 4503명, 2016년 4592명 등 절대적인 수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일 뿐, 실제로는 저출산으로 전체 아동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조치 아동이 전체 아동의 0.05% 수준으로 꾸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2013∼2017년 보호조치 아동 2만4230명을 대상으로 발생 원인을 분석해 보면, 학대가 26%로 가장 비중이 크다. 부모의 생활고와 가정해체 사유도 많다. 미혼 부모 자녀·혼외자 시설 위탁이 22.3%, 부모 이혼이 21.9%, 부모빈곤·실직이 5.9%였다. 이밖에 비행·가출·부랑 7.9%, 부모사망 7.7%, 유기 5.8% 등이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발생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사와 상담을 거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보육원에 보내지는 경우가 전체의 3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정 위탁이 25.9%, 공동생활(그룹홈) 11.9% 순이었고, 입양은 6.8%였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는 “보호아동의 절대적인 숫자만 보면 줄어들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다. 학대·방임으로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지고,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동이 시설에 가지 않도록 예방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부모와 지낼 수 있게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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