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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이해의 폭넓어졌다는데… 학교폭력은 오히려 증가 [가정 해체로 부모 품 떠나는 아이들]

입력 : 2019-05-02 20:05:00 수정 : 2019-05-02 19: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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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수용성’ 3년새 67점 → 71점 ↑ / 학교폭력 경험은 오히려 3.2%P 증가 / “전반적 인식과 직접적 경험 다른 결과 / 다문화 청소년 목소리 더 귀기울여야”

‘중고생의 다문화 수용성은 높아졌는데, 학교폭력을 겪는 다문화 청소년은 늘었다?’

다문화를 주제로 실시한 두 건의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면, 어떤 자료를 믿어야 할까.

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자녀(만 9∼24세) 가운데 지난 1년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8.2%로 2015년(5.0%)에 비해 3.2%포인트 증가했다. 학교폭력 경험자 절반(48.6%)은 이를 참거나 그냥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만 12∼17세의 경우 학교폭력 경험률이 2015년 5.9%에서 지난해 12.7%로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발표된 ‘2018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는 중고교생의 수용성 점수가 71.22점으로 직전 조사인 2015년 67.63점보다 올랐다. 당시 여가부는 관계자의 멘트를 빌려 “청소년이 성인보다 다문화 수용성 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은 다문화 학생과 관계의 양과 질이 높아졌고, 지속적인 다문화 이해교육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수용성 조사와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의 다문화 이해의 폭은 넓어졌는데, 정작 당사자인 다문화 자녀들은 학교폭력에 더 시달린다’는 헷갈리는 결론에 이른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일반 성인 국민의 수용성 점수는 53.95점에서 52.81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다문화가족 부모(귀화자, 결혼이민자 등)들은 차별 경험이 40.7%에서 30.9%로 무려 10%포인트나 줄었다고 답했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수용성조사는 여러 지표로 전반적인 인식을 알아보는 것이고, 다문화 실태조사는 그보다 직접적인 차별의 경험을 묻는 것이라 두 결과를 반드시 모순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성상환 서울대 교수(한국다문화교육학회 부회장)는 “두 설문의 대상이 달라 매끄럽게 연결해 설명하기 쉽지 않다”며 “동일한 모집단에 대해 수용성과 차별경험을 조사한다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통계학)는 “본인의 태도를 묻는 말에는 긍정적으로 답변하려는 심리가 있어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며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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