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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1코노미족’ 확산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

,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

입력 : 2019-04-25 06:00:00 수정 : 2020-08-05 1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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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인가구 급증으로 시장 개편 / 30대 1인가구 소득 다인가구 보다 많아 / 경제력 여유에 부양가족 없어 소비 집중 / 외식·교육·취미생활에 ‘작은 사치’ 부려 / 원룸·투룸 등 작은집에 거주 특성 감안 / 소비 성향도 미니멀리즘 제품들 선호 / 정체된 가전시장서 소형만 23.1% / 성장 1인 가구수 2016년 전체가구의 27.9% / 2030년 33.3%·2040년 35.7%로 확대 / 기업들 맞춤형 제품·서비스 경쟁 치열
“혼자 사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많은 부분을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어요. 같이 살면 번거롭기만 하죠.”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31)씨는 ‘1코노미(1인과 이코노미의 합성어)족’이다. 강씨는 한 달 세후 월급으로 평균 300여만원을 받는다. 이 중 100만원은 관리비와 보험료를 내고 저축하는 데 쓴다. 나머지 200만원은 식비와 문화생활비 등 오로지 자신을 위해 지출한다. 강씨의 주요 지출 품목은 외식비와 교육비, 취미생활비다. 주로 밖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 달 평균 40만원 정도가 외식비로 나간다. 때때로 호텔 뷔페를 찾거나 와인 등 괜찮은 술을 마신다. 가격을 따지기보다 다소 돈을 쓰더라도 맛있는 식당, 분위기 좋은 공간을 찾는다. 교육비로는 한 달 30만원 정도 들어간다. 주로 취미생활과 관련한 교육비다. 운동을 좋아하는 강씨는 골프나 수영을 배운다. 악기도 다루면 좋을 것 같아 레슨비를 내고 익히고 있다. 강씨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사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40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구매했고, 올해는 골프채를 바꿀 예정이다. 물론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의 장비를 선호하지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비싼 용품도 마다하지 않는다.


살고 있는 공간을 꾸미는 것도 재미다. 강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1인용 가전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1인용 소파와 탁자, 조금 넓은 싱글침대, 고성능 컴퓨터, 게임기, 대형 TV 등이다. 오피스텔의 가구는 전반적으로 크기가 작고, 디자인이 간결하면서도 북유럽 느낌으로 배치했다.

결혼은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는 “결혼하면 좋지만 굳이 무리해 가면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요즘에는 인터넷 등을 찾아서 요리도 곧잘 해먹는 등 집안일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혼자’ 사는 가구 소득 월 266만원

최근 ‘나 혼자 산다’는 개념이 확산하면서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1코노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경제·산업계에서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분석과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특징은 어느 정도 경제력에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23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1인 가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연령대의 1인 가구 소득 평균은 266만원으로 30대 다인(多人) 가구 평균인 253만원보다 높았다.

1인 가구 소득이 높은 이유로 ‘화이트칼라’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30대 1인 가구의 화이트칼라 비중은 62.3%로 다인 가구(51.7%)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데다가 부양가족이 없어 소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1코노미의 소비 특징이다.

이밖에 1코노미 소비 성향의 공통점은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화)’이다. 복잡할 정도로 많은 기능을 가지고, 불필요하게 큰 물품보다 작고 실용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기술에 집중한 물품을 선호한다.

대표적으로 ‘1인 가전제품’을 들 수 있다. 인기 있는 1인 가전제품은 새로 시장을 구축한 소형 냉장고, 소형 세탁기를 포함해 커피머신, 토스터, 원액기, 로봇청소기, 다리미 등 1∼2인 가구에 적합한 미니 제품이다. 1인 가전제품이 인기인 이유로 원룸이나 투룸 등 작은 집에서 거주하는 1코노미족 특성상 공간 문제로 작고 간결한 물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1코노미의 1인 가전제품 소비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가전 소비재 시장에서 소형가전 성장이 두드러졌다. 전체 시장 규모는 38조520억원으로 전년인 38조600억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체를 겪었지만, 소형가전은 2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소비시장을 이끌었다.

1코노미의 소비 성향은 국적이 없다. 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높은 배송비와 관세를 물고서라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해외 각국에서 이른바 ‘직구’를 한다. 최근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해외 쇼핑몰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점이 1코노미의 ‘무국적’ 성향을 부채질했다. 이 같은 국내 1코노미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나 세계적인 ‘이베이’, ‘아마존’ 등은 한국어를 지원하고 간편한 금융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 유통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200만 넘는 ‘1코노미’ 가구를 잡아라

1코노미족의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산업 분야에서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 게다가 1인 가구의 수가 점차 커지면서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수는 2016년 540만 가구로 전체 가구 중 27.9%를 차지했다. 2000년 222만 가구(15.5%)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1인 가구는 증가세다.

통계청은 1인 가구 수가 2020년 607만(30.1%), 2030년 720만(33.3%), 2040년 795만(35.7%)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인구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시장에서 핵심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1코노미족을 위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KB금융은 맞춤형 상품개발을 위한 ‘1인 가구 연구센터’를 세워 1코노미족 공략에 나섰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기본금리가 높은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연 2.15%)’, 소비패턴에 맞춰 포인트가 쌓이는 ‘1코노미 카드’,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1코노미 주식형 펀드’ 등의 상품을 개발했다.

카드사들도 1코노미족을 위한 맞춤형 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는 전기, 도시가스, 통신요금 등 공과금을 카드로 납부하면 10%의 할인혜택이 있는 ‘미스터 라이프(Mr.Life)’ 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는 1코노미족이 외식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CU·배달의민족 탭탭(taptap)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결제금액 1500원당 200원,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에서 1만5000원 이상 결제하면 2000원을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편의점 업계는 2인분 이상 파는 외식 메뉴를 간편 가정식으로 개발해 1인 가구용 식품류를 출시하고 있다. 족발과 돼지껍데기, 연탄불고기 등 혼자 찾기 어려운 음식을 1∼2인분으로 포장해 출시했다.

1코노미족은 2030세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직장문제, 자녀유학 등으로 혼자 사는 4050세대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찾는 소용량, 소포장 등 맞춤형 제품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소포장·간편식·소형가구·소형가전 등 1인 가구 품목을 대상으로 4050 구매량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27%, 2015년 동기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189%) 증가했다. 주요 품목으로 지난 3년간 간편식(338%), 컵밥·덮밥(1354%), 즉석국·탕(294%), 즉석조리·볶음(290%)이 크게 뛰었다.

1인용 가구 등 인테리어 용품 역시 4050 구매량은 2015년 대비 3배(201%) 증가했다. 1인용 안락의자는 9배 가까이(797%) 급증했고, 싱글 사이즈 전기매트(272%), 소형 라디에이터(186%) 등이 증가했다.

◆ “관계에 지친 이들 … 혼자만의 시간·공간 열망 높아”

 

“2020년이면 1인 가구 시장 규모가 120조원에 달합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빠르게 해체되고 개인만 남는 사회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된 책 ‘1코노미’의 작가 이준영(사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소비자학 전공) 교수는 24일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배경으로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며 독신가구가 늘어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만의 싱글라이프를 구축한 20∼30대와 사회고령화로 증가한 독거노인이 1인 가구의 특징으로 꼽았다.

아울러 1코노미 현상에는 인간관계에 지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증가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관계권태기’를 느낀 이들이 1코노미가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심리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심리가 ‘1인 소비’로 이어지고 동시에 역설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1코노미의 소비성향이 실용성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럭셔리’한 측면이 혼합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다.

 

이 교수는 놀이문화도 1코노미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J CGV의 조사에서 영화티켓 매출 중 1인 구매 비율이 2011년 8.4%에서 2015년 10.1%로 증가세”라며 “결국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열망하는 나홀로족이 많아진 것이며 이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소비자학 전공) 교수.

이 교수는 “경제는 1코노미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소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세부적으로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코노미 현상이 일시적인 흐름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예를 들어 유통산업은 1코노미의 중요한 키워드인 ‘효율’을 기본 바탕으로 편리하고 신속한 쇼핑이 가능해야 1인 가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인 가구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후파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장밋빛만은 아니다”며 “1코노미족 역시 혼자 사는 미래를 대비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 등 제도적·정책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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