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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단 하루, 고기 없이 지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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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4 09:00:00 수정 : 2019-04-24 16: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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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고기없는 월요일]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 아시아 최대 수준 / 소고기, 두부로만 바꿔도 온실가스 배출 11배 줄어 / 서울시청, 매주 1회 채식 식단 제공 / 1년 동안 소나무 7만 그루 심은 효과 / "서울 시민 10명 중 7명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보유"
삼겹살.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지극하다. 축하 자리든 위로 자리든 빠지지 않는 게 고기다. 많은 사람이 나름 중요한 자리엔 고기가 빠져선 안 된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지난달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아시아 최대 수준으로 2018년 기준 53.9kg이나 된다. 2020년엔 60kg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육식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건강과 환경을 위해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한다면 아마 큰 반감에 부딪힐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 중 단 하루 만이라면? 부담이 덜할 것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은 이처럼 유연하게 채식을 권장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이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공동 기획으로 ‘나와 가족, 지구를 위한 식단’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하버드의대 생활습관의학 쉐프코칭(The CHEF Coaching Program) 책임자인 라니 폴락(Rani Polak) 박사와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 대표인 이현주 한약사는 이 자리에서 지구와 사람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채소 위주 식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현주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 대표.

◆소고기를 두부로만 바꿔도 온실가스 배출량 11배 차이

 

이현주 대표는 15년간 한방채식을 해온 ‘요리하는 한약사’다. 그는 2050년 인구 과잉과 기후 변화로 생존의 위협을 겪을 미래 인류를 위한 해법으로 ‘저탄소 식단’과 ‘식물 기반 음식’을 지목했다. 최근 전세계 17개국 과학자 37명이 그간의 연구들을 토대로 발표한 ‘지구 건강식’ 혹은 ‘인류세 식단’과 맥락을 같이한다. 과일, 채소, 견과류는 현재보다 2배 이상 소비량을 늘리고 붉은 고기나 정제 탄수화물, 설탕은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식발자국(food print)이란 것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1인 평균 식생활 온실가스 배출량의 원인으로 육류와 유제품이 절반 이상(66.5%)을 차지한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고기와 유제품을 안 먹으면 지구 환경 보호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두부와 소고기를 제외하고 같은 재료-조리법으로 만든 두부스테이크와 불고기덮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11배 차이 난다. 두부 120g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0.47kgCO2/kg인 반면 같은 양의 소고기(등심)는 5.356kgCO2/kg이다. 바꿔 말하면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11분의 1로 줄이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라니 폴락 박사(가운데)와 이현주 대표(오른쪽)

◆서울시청 ‘고기 없는 월요일’로 1년 동안 소나무 7만 그루 심은 효과

 

서울시청은 한국 고기 없는 월요일의 제안에 따라 2014년부터 매주 1회 채식 식단을 전직원에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은 약 2500명 정도”라며 “이들이 1년 1095끼니 중 52끼니만 채식을 해도 1년이면 30년산 소나무 7만 그루를 심은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 산하 공공급식소 588곳에서도 주 1회 또는 월 2회 채식을 제공한다”며 “1년간 52회에 걸쳐 채식을 제공한 것으로 계산해보면 755만 그루를 심은 효과로 숲 하나를 만든 것에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강연 중인 라니 폴락 박사.

◆“채식이 ‘약’”... 하버드 등 명문대 중심으로 ‘요리의학’ 논의 활발

 

라니 폴락 박사는 채소 위주 식단의 건강상 이로움에 주목했다. 그는 하버드 의대, 스탠포드 의대, 예일대 의대 등 명문대를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요리의학(Culinary Medicine)의 권위자이며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출신의 쉐프이기도 하다. 지중해식 식단으로 당뇨를 치유하는 책을 써 골든 베스트셀러 저자에 오르기도 했다.

 

폴락 박사는 건강 식단의 핵심으로 홈쿠킹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꼽았다. 그는 “저지방 식단, 저탄수화물 식단, 지중해 식단 등 효과가 검증된 다양한 다이어트 식단이 나와 있다”며 “이러한 식단들의 공통점은 많은 채소를 섭취하고 설탕, 트랜스지방을 최소화하며 집에서 요리(홈쿠킹)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집에서 요리할수록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늘어났다”며 “건강을 위해 요리하는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폴락 박사는 하버드 의대에서 쉐프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는 음식을 통해 지병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요리방법과 레시피를 제공하는 수업이며 온라인으로도 수강할 수 있다. 

 

이 대표 또한 한약사로서 채식으로 환자들을 치료한 사례를 소개하며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민 69.7%가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채식이 건강에 큰 이점을 준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성 식품과 기름을 모두 멀리하라”며 “원래 한식에선 기름을 적게 사용한다. 명절에 전을 부칠 때나 나물 무칠 때 조금 쓸 뿐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너무 기름을 좋아하는 문화가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글·사진=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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