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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손 놓은 지 벌써 1년…가상화폐 거래소 난립·사기 횡행

입력 : 2019-04-18 14:14:54 수정 : 2019-04-18 14: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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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아니라 거래 신고의무 없어 / 법인 세우고 시스템만 갖추면 누구나 간판 걸어 / 가짜 코인 만들어 투자 사기 피해 속출 / '철퇴' 필요하지만 정부 움직임은 제자리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것인가. 지난해 1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투기논란이 불거진 뒤 1년여가 지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는 현금과 교환이 이뤄지고 있고 일부 가상화폐는 ‘주식’과 비슷한 배당시스템까지 갖췄다. 규제없는 시장은 각종 사기로 물들었다.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점을 악용, ‘가상화폐 거래소’외 외피를 두른 금융사기 업체까지 우후죽순 생겨나 투자자들의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성행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150~200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불리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형 규모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거래는 가상화폐가 가진 고유 주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자금 추적이 쉽지 않고 ‘금융실명거래법’상 금융회사가 아니라서 거래 신고의무가 없다. 누구나 법인을 세우고 시스템만 갖추면 가상화폐 거래소 간판을 내걸고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기자가 가상화폐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해보니 하루에 수십 건의 가상화폐 거래소 소개 글이 올랐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난립하면서 투자사기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거래소가 가짜 가상화폐를 판매해 투자자들의 돈을 뜯는 식의 사기가 대표적이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전산상 숫자에 불과한 가짜 코인을 만들어 자체 거래소에서 판매한 혐의(사기 등)를 받는 A(5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일당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짜 가상화폐를 두고 “130만~3900만원을 투자하면 1년 이내에 최소 10배에서 1만배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홍보했다. A씨 일당은 다단계 영업형식으로 2016년 5월부터 1년 반 동안 3800여명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업’을 통해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로 대표 강모(53)씨가 구속됐다. 강씨는 코인업이 만든 가상화폐 ‘WEC코인’에 투자하면 두달 만에 다섯 배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허위정보로 수천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았다.

 

거래소 내 가상화폐 거래를 조작해 가치를 늘리는 이른바 ‘가두리 펌핑’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거래소가 직접 만든 가상화폐는 거래량이 거의 없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사들여 내부적으로 가치를 올린 뒤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수법이다. 결과적으로 가상화폐 가치는 증가하지만 거래량이 없어 투자자들의 돈은 사실상 출금할 수 없는 상태로 묶여버린다. 실제 한 거래소의 코인은 지난 2월 27일부터 1달여간 거래량이 없었다.

 

이런 사기행각에도 ‘안정적 고수익’, ‘수익 대박’ 등의 감언이설에 솔깃해진 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곳인지 확인해보지도 않은 채 가상화폐 거래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투자자 사이에서 거래소 가상화폐는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곤 한다”며 “실제 해외 유명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발행한 가상화폐는 엄청난 수익을 투자자에게 안겼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투자금은 고스란히 거래소 ‘벌집계좌(집금계좌)’에 꽂혔다. 벌집계좌는 개인마다 부여된 가상계좌 대신 하나의 자체 법인계좌로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대신 투자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계좌를 뜻한다. 지난해 가상화폐 규제로 거래소 내 가상계좌 이용이 제한됐지만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런 벌집계좌를 이용해 원화거래를 하고 있다.

 

이를 막을 ‘철퇴’는 마땅치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재작년 말에 가상화폐가 통화냐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결국 국무조정실이 가상화폐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적이 있다”며 “현재도 마찬가지라 가상화폐 관련 건은 거의 수사기관에서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이를 인증하기 위해 일부 국내 오픈하는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자율규제심사를 진행했다”며 “현재는 금융거래를 위한 법인만 등록하면 누구나 거래소를 차릴 수 있는데 정부가 거래소를 인증하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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