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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수도권-지방 격차 줄이려면?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4-18 05:00:00 수정 : 2019-04-18 06: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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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소득격차, OECD 하위권 / 자본주의사회에서 소득불평등 불가피…적절한 보상, 경제 생산성 끌어올려 / 극심한 빈부격차 사회적 갈등, 정치적 불안 초래…국가적 혼란, 국민 전체 손실로 이어져 / 소득격차 최소화 해야한다는 주문 끊이질 않아 / 소득격차 확대 주요 요인은 경기부진, 취업난 / 소득불평등 개선 말처럼 쉽지 않아…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야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0위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소득 불평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많이 낸 이들에 대한 보상은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요.

 

하지만 사회 구성원 간의 빈부 격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사회적 갈등, 정치적 불안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한 국가적 혼란은 국민 전체의 손실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렇다보니 소득 격차를 최소화 해야한다는 주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해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소득분배 개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득 격차 확대의 중요 요인이 경기 부진과 이로 인한 취업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정부와 당국은 경기를 부양하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소득 불평등 개선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며 고칠 것은 고쳐야 합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新)자유주의 정책이 빠르게 도입, 한국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 격차는 지난 20여 년간 최고 속도로 확대하면서 소득 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악화했는데요.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고용 없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8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상위 10% 경곗값을 하위 10% 경곗값으로 나눈 배율(P90/P10)은 2016년 5.73배에서 2017년 5.78배로 악화했습니다.

 

OECD는 소득 상위 10%선에 걸친 값(P90)을 소득 하위 10%선에 걸친 값(P10)으로 나눈 이 배율을 국가별 소득불평등을 재는 주요 지표로 활용합니다. 배율이 상승할수록 소득불평등가 높아집니다.

 

이 배율 등은 OECD에 보고돼 지난달 말부터 공식 국제비교 지표가 됐는데요. 정부가 2016년부터 공식 소득분배지표를 가계동향조사 기준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준으로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10분위 경곗값 배율의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미국(6.3배·2016년 기준), 리투아니아(5.8배·2016년 기준)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소득불평등도가 OECD 회원국 중 미국과 리투아니아를 제외하면 가장 심하다는 뜻입니다.

 

◆韓 양극화 갈수록 심각…중산층 무너지고 서민 삶 피폐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6년, 5년 만에 악화로 전환하면서 0.355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합니다. 0.4를 상회하면 불평등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는데요.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본 소득불평등도는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1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보다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국가는 멕시코(0.459·2014년), 칠레(0.454·2015년), 터키(0.404·2015년), 미국(0.391·2016년)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1997년 0.257이었던 지니계수는 1998년 0.285, 1999년에는 0.288로 뛰었는데요. 이후 개선과 악화를 겪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0.295로 정점을 찍은 뒤 여전히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2016년 6.98배, 2017년 7.00배로 확대했습니다.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의 7배를 번다는 뜻입니다.

 

분배 악화는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는데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같은 4분기 기준 자료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악화했습니다.

 

이 조사는 상위 소득 구간에서 표본의 누락이 많고, 금융소득은 실제보다 낮게 보고되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보다는 배율이 낮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속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악화 속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거의 독보적으로 빠릅니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의 소득집중도는 2016년 기준 43.3%로, 1996년(35%) 대비 급증했습니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 역시 1996년 7.8%에서 2016년 12.2%로 높아졌는데요.

 

우리나라의 지난 20년간 소득집중도 상승 폭은 WID에 소득집중도 지표를 공개한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와 함께 가장 높았습니다.

 

WID는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를 비롯해 120여 명의 전 세계 학자들이 소득 불평등과 관련된 각국 지표를 공개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입니다.

 

◆IMF 이후 비정규직 늘고 소득분배 악화…고소득층 소득 ↑ vs 저소득층 소득 ↓

 

우리나라 양극화,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등 파멸적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9.8%의 고성장을 구가했던 1990년, 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3.72배였습니다. 이듬해는 3.58배, 그 이듬해는 3.52배였는데요. 소득 5분위 배율은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합니다.

 

이 수치가 급등한 것은 1997년 말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였습니다. 1997년 3.80배이던 5분위 배율이 1998년 4.55배로 뛰더니 1999년 4.62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5.47배를 기록했는데요. 소득 최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의 약 5.5배에 달했다는 의미입니다.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줄어든 결과입니다. 양극화가 날로 심해진 것입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시절 '불평등 변화와 재분배 정책' 심포지엄 발표문을 통해 지니계수를 사용해 소득분배 악화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강 청장은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청년실업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할 경우 이제는 모든 연령대, 모든 가구원 소득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1996년 0.3033(시장소득 기준)이던 지니계수는 2006년 0.3583, 2016년 0.4018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2983→0.3251→0.3353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는데요.

 

5분위 배율로 따지든, 지니계수로 따지든, 소득 양극화는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한국경제를 잠식해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 셈입니다.

 

특히 양극화 지표들은 IMF 사태 이후 급등했습니다.

 

◆소득·재산 불평등,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져…자녀 학력 차이로 귀결

 

딱히 내세울 것 없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신의 노력으로 지위를 얻고 부를 쌓으면 "개천에서 용났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속담을 쓸 수 있는 경우를 찾는 게 매우 어려워졌는데요. 부모가 흙수저면 자식도 흙수저가 되는 '세습 공화국'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병기 서울대학교 분배정의연구센터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가 갈수록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 교수는 '한국사회의 불평등'이란 논문에서 그 어려움의 정도를 수치화해 '개천용지수'로 명명했는데요.

 

부모의 학력과 소득분포, 자녀의 소득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개천용지수는 2000년대 초반 15∼20%에서 점차 올라 2013년 35%로 높아졌습니다.

 

이 지수는 '기회가 평등할 때 성공할 사람 10명 중 기회 불평등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그런 사람이 10명 중 2명이었다면, 2013년에는 3명 이상으로 늘었다는 뜻인데요.

 

물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자신의 실패를 모두 기회 불평등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어려운 환경을 노력으로 극복한 성공담도 적지 않습니다.

 

주 교수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해서까지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기회평등의 원칙"이 복지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사회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환경'의 대표적인 사례가 부모의 학력과 소득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차이가 기회 불평등으로 작용, 노력에 따른 성취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게 기회평등의 원칙인 셈인데요.

 

◆'세습 공화국' 벗어나려면?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이 기회 불평등으로 작용, 자녀의 학력 차이로 이어졌음을 엿볼 수 있는 자료도 최근 공개됐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재학생 중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의 46%가 9·10분위, 즉 소득 상위 20%의 자녀였습니다.

 

특히 상위 10%인 10분위(30%)가 상위 10∼20%인 9분위(16%)의 2배 가량 됐는데요. SKY 중에서도 서울대가 9분위 16%, 10분위 32%로 고소득층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SKY를 제외하면 9·10분위 비율은 각각 13%와 12%였는데요. 고소득층 비율이 SKY의 절반 정도(25%)에 그친 셈입니다.

 

SKY 대학 재학생 70% 가량은 장학금 신청이 필요 없을 정도의 '있는 집' 자녀라는 한국장학재단 조사 결과도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좋은 대학'이 높은 확률로 '좋은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부모세대의 소득과 재산이 자녀세대의 학력과 일자리로, 다시 소득과 재산으로 순환하며 대를 잇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데요.

 

그렇다면 세습 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기업규모(대기업-중소기업) 등에 따른 임금격차 축소 등으로 소득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민간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대학입학 전형에서 지역균형선발과 기회균형선발 등을 정착시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사다리'가 치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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