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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정신질환자가 차량 방화… 사회적 관리 시급

입력 : 2019-04-16 19:51:16 수정 : 2019-04-22 13: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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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요양원 입원 후 홀로 방치 / 주민들도 외면… 증세 더 악화돼 / 전문가 “사회적 관리 필요” 지적

평화로운 휴일이었던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 인근 주택가에 세워져 있던 한 1t 트럭에 느닷없이 불이 붙었다. 트럭의 천막은 삽시간에 불에 탔고, 이를 발견한 인근 주민들은 집 안의 수도를 이용해 허겁지겁 불을 껐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 A씨가 라이터를 이용해 붙인 불이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A씨는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지만, 차량 근처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불을 붙인 종이에서 나온 지문을 통해 경찰은 A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범행 현장 주위를 찍은 폐쇄회로(CC)TV에 A씨가 만세를 부르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당시 A씨를 체포한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해 범행 동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할 수 없었다”며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풀어주면 재범이나 자·타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행정입원’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입원은 경찰이 자·타해 위험성이 의심되는 사람을 전문의나 전문요원 등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제도다. 행정입원 기간은 3개월이며 담당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A씨가 이전에도 아랫집에 컵을 던지거나 이웃의 머리를 밀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경찰이 이런 조치를 취한 한 배경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따로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정신질환 증세가 더욱 악화했다. 얼마 전 A씨의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A씨는 사실상 방치된 채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웃 주민들 역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나 누구 하나 도움의 손길을 선뜻 건네지 않았다. A씨의 아랫집에 사는 B(90) 할머니는 “누구 한 명이라도 나서서 A씨를 조금 도와줬으면 (방화 등)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씨의 앞집에 사는 C(83) 할아버지는 “관공서에 가서 얘기해봐도 모르는 체 하고, A씨 동생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처럼 정신질환자가 방치된 채로 지낼 경우 증세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4일 “정신질환을 만성적으로 앓아온 환자들이 가족의 돌봄이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면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일을 가족이나 이웃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그들이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 역시 지난해 8월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 및 치료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 보고서에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가 전적으로 보호자의 부담과 책임에 의해 강제로 치료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 등의 성실한 돌봄이 결여되면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가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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