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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되려다 몸꽝’되는 요가·필라테스 수강생 [S스토리]

내 몸이 문제인가 강사가 문제인가 / 잠 잘못 자서 목 아픈 줄 알았더니 / 병원서 잘못된 운동이 원인 진단 / 젊은층 통증환자 20∼30%가 해당 / 7시간 교육으로 손쉽게 자격 취득 / “무리 가는 자세 주의 없이 가르쳐” / 수준미달 강사들 강습 제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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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3 10:00:00      수정 : 2019-04-13 17:25:11

“혹시 필라테스 하세요?”

 

최근 갑작스레 발발한 목 통증 때문에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은 직장인 김모(31)씨는 의사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일할 때 자세가 바르지 못했다거나 잠을 잘못 잤다거나 해서 목이 아픈 줄 알았는데, 뜻밖에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필라테스가 목 통증의 원인이었다.

 

김씨는 최근 체력 향상 목적으로 필라테스 6개월 강습권을 끊은 터였다. 의사는 “목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20, 30대 여자분들 중 필라테스 수업을 듣다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며 “지도 경력이 부족한 강사들이 특정 신체 부위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주의 없이 가르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요가·필라테스가 대중화하는 가운데 김씨 사례처럼 수업 중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수강생이 늘고 있다. 스포츠의학전문병원인 하늘병원 재활의학과 이도경 과장은 12일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20∼40대 목·허리 통증 환자 중 20∼30%가 요가·필라테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통증전문병원의 한 의사도 “최근 들어 목, 허리가 아프다고 찾아오는 젊은 여자 환자 중 거의 대부분이 필라테스를 배우다 다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선 전문성이 결여된 강사를 양산하는 요가·필라테스 자격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관련 자격증이 매월 20종 이상씩 증가할 정도로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고, 취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또한 천차만별이라 강사의 질 관리 자체가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 요가·필라테스 단체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TV로 유행을 타면서 필라테스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거기에 부응하려다 보니 관련 단체가 여기저기 생겨나고 자격증도 남발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900종 넘는 요가·필라테스 자격증

 

요가·필라테스 자격증은 말 그대로 ‘우후죽순’ 쏟아지는 중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필라테스 관련 민간자격은 총 410건, 요가는 573건이었다. 게다가 해마다 새로운 자격증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필라테스의 경우 관련 민간자격 등록 건수가 2015년 20건, 2016년 86건, 2017년 99건, 지난해 185건, 올해 1∼4월 41건으로 집계됐다. 요가는 2015년 67건, 2016년 86건, 2017년 99건, 지난해 106건, 올해 1∼4월 45건이 새로 등록됐다.

 

이렇게 자격증 종류가 늘어나는 건 발급기관 자체가 급증한 영향도 있지만, 한 기관에서 여러 종류의 자격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새롭게 선보이는 경향 탓도 있다. 기본 필라테스 외에도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듯한 ‘산전산후 필라테스’, 세부 목적을 달리하는 ‘척추측만 필라테스’나 ‘체형평가 필라테스’, 다른 운동 종목을 결합한 듯한 ‘발레 필라테스’, ‘골프 필라테스’ 등이 그런 신생 자격증들이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시간이나 비용 또한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댄스 음악에 필라테스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특징이라는 한 필라테스 자격증은 단 7시간 교육에 약 40만원의 비용만 내면 취득할 수 있다. 반면 매트, 소도구, 기구 등을 이용한 교육과정이 포함된 다른 필라테스 자격증은 교육비용만 500만원대에 7개월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일반적인 3개월 교육기간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비용도 운영단체에 따라 100만원 초반대부터 200만원 중반대까지 다양했다. 지도자 과정 5∼8개월, 300만∼500만원 수준의 교육을 운영 중인 필라테스협회의 한 관계자는 “단체마다 자격 교육 프로그램 내용 자체가 다르니 가격이나 교육시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며 “좀 괜찮은 곳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 현지 기관과 직접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교육 구성의 근거 자체가 불투명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민간자격 사후관리 필요”

 

수요가 늘면서 이처럼 난립하는 요가·필라테스 자격증에 대한 정부의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정부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요가·필라테스 관련 소비자 피해에 대응하는 중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요가·필라테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6년 237건, 2017년 335건, 지난해 1∼9월 25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이뤄지는 구제의 대부분은 특성상 계약해지를 거부한다거나 위약금을 과하게 물리는 행태 등 상대적으로 분명한 피해에 한해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전체 접수 건수 중 91.6%가 계약해지 관련 피해 내용이었다.

 

부상을 유발하거나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요가·필라테스 강사의 강습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선 우선 정부가 요가·필라테스 자격증 운영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요가·필라테스 자격증을 포함한 민간자격의 등록·변경 등 업무만 관할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민간자격에 대해 정하고 있는 자격기본법 자체가 정부가 정한 금지분야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만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 온전히 민간에 맡겨져 있는 민간자격의 질적 관리를 정부가 수행하기 위해선 우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관절 과도한 스트레칭… 근육 손상 초래”

 

“자기 운동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게 운동하다 손상을 당하거나 기존 근골격계 질환이 필라테스로 악화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이도경 하늘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스포츠의학전문병원인 하늘병원 재활의학과 이도경(사진) 과장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진료 현장에서 필라테스로 인한 부상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떤 운동이든 그 특성과 자기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수행하면 ‘독’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필라테스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제 몸에 맞춰 활용해야 건강한 취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필라테스 부상 환자들이 다양한 통증을 호소한다”며 “다치는 부위가 어깨, 목, 허리, 서혜부(넓적다리 부위의 위쪽 주변), 무릎, 발목, 허벅지, 종아리, 발가락, 머리, 팔 부위 등 순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부위는 다양하지만, 운동 후 발생하는 지연성 근육통(익숙지 못한 동작을 할 때 근육에 불편함을 느끼는 손상)을 포함해 염좌(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것)나 좌상(근육이나 힘줄이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심한 경우 골절, 찰과상, 탈구 등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상이 잦은 이유로 그가 지목한 건 필라테스의 과신전(몸이 펼쳐지는 범위가 정상을 지나친 경우)·과굴곡(과다 굽힘) 경향이었다. 이 과장은 “척추의 과신전·과굴곡은 목이나 허리에 무리를 준다”며 “일반적으로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환자는 과굴곡 동작이 좋지 않고 협착증(척추 내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이 압박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나 척추 후관절 증후군(후관절 감각신경이 염증에 의해 자극돼 발생하는 질환) 환자는 과신전 동작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필라테스는 특정 관절을 과도하게 스트레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당 관절의 생리적인 가동범위를 넘어서 관절이 움직이면 인대 염좌나 주변 근육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또 매트에서 양반다리를 하는 자세는 허리나 골반, 무릎이 불편한 분들이 장시간 시행 시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이 과장은 필라테스를 하기 전 본인의 관련 질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고 주치의나 필라테스 담당 강사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한다고 권장했다. 그는 “필라테스 운동을 할 때도 어떤 동작을 할 때 통증이 발생한다면 일단 그 동작은 피하는 게 맞다”며 “본인 질환에 악영향을 주는 동작을 미리 확인하고 필라테스 동작은 선별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수강생이 근육 통증을 호소해도 실제 강사들이 일시적인 근육통이라고 하면서 지도를 계속할 때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 수강생 본인이 특정 근육 부위 통증이 2∼3일 이상 계속되거나 이전과 다르게 통증이 심하다고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나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를 통해 근육 손상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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