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행보는 자력갱생 관철에 방점이 찍혔다. 김 위원장이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자력갱생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급격한 노선 변화는 없다’는 전략을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에 반나절 앞서 평양에서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즈음해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경제개발 등을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치국은 조성된 혁명정세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투쟁 방향과 방도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10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앞두고 노동당 차원의 주요 회의를 연달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최고인민회의 직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당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 투쟁 방향과 방도’의 구체적 내용은 11일 오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언급했던 ‘새로운 길’로의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여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해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나갈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지난해 4월 개최한 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의미한다.

즉,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미 협상이 교착된 ‘긴장된 정세’ 속에서도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에서 탈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제재 완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다. 이달 들어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경제부문 시찰에 나섰으며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가 연일 경제 현장을 다닌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당국가 체제인 북한이 당의 중요 회의를 연달아 개최한 것은 그만큼 현시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발표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급격한 노선 선회는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치국 확대회의 결과로만 보면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양보할 수도 없는 만큼 급격한 노선 변화가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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