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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만 있는 삶’ ‘과잉노동 여전’ 이론으로만 완벽한 주52시간 근무제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4-08 05:00:00 수정 : 2019-04-07 14: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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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 종료…아직도 편법으로 초과근무하는 사례 적지 않아 / 회식, 퇴근 후 업무 지시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다? 없다? 해석 논란 여전 / 주 52시간제 보완책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국회에서 계류중 / 입법 공백에 따른 피해·혼란, 현장에서 떠안아야 할 수도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지난달 31일 종료했습니다. 계도기간이 종료함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현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편법으로 초과 근무하는 사례가 남아있다면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사무실이나 작업장 내 근무뿐만 아니라 회식이나 퇴근 후 업무 지시 등을 근무시간에 포함하느냐에 대한 해석 논란도 여전히 적지 않은데요.

 

기업의 노력과 노동자의 권익 의식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과잉 노동에 따른 노동자 건강악화, 행복추구권 차질을 막기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본래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은 모습으로 우선 시행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 및 나누기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 52시간제 보완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 52시간제는 도입된 지 9개월이 넘었으나, 일부 업종과 기업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계도기간이 거듭 연장했는데요.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단위 기간을 확대하려다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넘겨져 진통이 되풀이했습니다. 경사노위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19일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극적 합의했으나 국회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완료될 때까지는 일부 사업장에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다시 적용합니다. 제도 개선 방향이 정해졌는데도 국회 논의 지연으로 입법 공백이 생기고, 피해와 혼란은 현장에서 떠안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조짐도 엿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3월 말로 종료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한 직원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우선 시정 명령을 내리고, 시정 명령 기간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처벌하게 됩니다.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은 사업주의 경우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위반한 사업장을 고소·고발했을 경우 노동부가 위법 사실을 발견하면 수사에도 착수합니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만큼,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왔습니다.

 

업무 특성상 장시간 집중근로가 불가피하지만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석유·화학, 철강, 건설, IT 업종에선 경영차질도 예상되는데요. 재계에서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확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을 인도하기 전 가동이 가능한지 테스트하는 시운전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시운전은 1주일 가량 해상에 떠다니기 때문에 근무 시간 책정에 이견이 있어 노사 합의를 이루거나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합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대비한 대기업…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벤처 기업

 

이런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관련 부정적인 평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흔들리는 우리 경제 상황과 맞물린 현상이란 분석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적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절반(50%)은 '잘된 것'이라 평가한 반면, '잘못된 일'이라는 부정 평가는 4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3월과 6월 같은 조사와 비교해 ‘잘된 일’이라는 긍정평가는 3월 59%에서 9%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잘못된 일’이라는 부정평가는 3월 28%, 6월 32%보다 높은 40%에 달했는데요.

 

한국갤럽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 직후인 작년 3월 초 조사에서는 ‘긍정적 영향’ 44%, ‘부정적 영향’ 30%로 13개월 만에 긍정·부정 전망이 뒤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소득 감소가 34%로 가장 많았는데요. 이어 자율적인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는 응답과 지금도 휴식시간이 충분하다는 응답이 각각 12%를 기록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 응답자는 지난해 3월 44%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1%로 크게 하락한 반면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응답자는 지난해 3월 30%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43%로 늘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의 경제적 파급 전망은 지지정당별·직업별 차이가 컸는데요.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응답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지지층(45% 내외), 30대(48%), 화이트칼라(47%)에서, ‘부정적 영향’은 자유한국당 지지층(75%), 60대 이상(6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최저임금 급등, 인건비 부담 커진 고용주…추가 채용 ‘글쎄’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자리 나누기'라는 선순환 구조를 상정한 정책이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지난 2월,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52시간제 도입 직전인 6개월 전보다 오히려 10만6000명 줄었는데요.

 

1월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은 1년 새 8.6% 늘었습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노조의 임금 보전 요구로 초기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결과를 보인 것입니다.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면 추가 고용은커녕 있는 일자리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때 아무런 보완장치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는 것은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만 키울 뿐"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고용·임금·소득·생산·소비 동시 감소 우려

 

탄력근무제 단위시간을 1년 이상으로 최대한 확대 적용해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탄력근무제 단위 시간을 1년으로 적용하면 탄력근무제를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일자리가 약 29만개 덜 줄어들고, 임금소득도 4조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국내총생산(GDP)도 약 7조5000억원 덜 감소해 탄력근무제 단위시간 확대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발생한 ‘노동시장 불균형’을 그나마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김종석·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파이터치연구원이 주관한 '탄련근무제 도입의 경제적 효과' 토론회에서 "주52시간 근무제의 시행연기 또는 폐기까지 고려한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원천적 재논의가 불가하다면 탄력근무제 확대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고용·임금·소득·생산·소비를 동시에 감소시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현재 주 52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국내 경제상황과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되었기 때문에, 본 정책이 상시근로자 수 300인 미만 사업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때 지금보다 경제전반에 더 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설정할 때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된다”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탄력근무제 단위시간을 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탄력근무제를 시행하지 않은 채 주 52시간 근무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국내총생산(GDP)과 기업 수, 일자리는 각각 10조7000억원, 7만7000개, 40만1000개 줄어듭니다. 하지만 탄력근무제 단위시간을 1년으로 확대할 경우 줄어드는 GDP, 기업수, 일자리는 각각 3조3000억원, 2만2000개, 11만4000개로 적어지는데요.

 

그는 "탄력근무제는 데이터 센터, 산업안전 담당 업무 등 상시 긴 근로시간이 필요한 업종, 직업에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업무·업종·직업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의 에외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고용지원본부장도 “내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면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탄력근무제의 최대 단위기간 외에도 취업규칙으로 정할 수 있는 단위기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따른 경제 전반의 부담을 줄이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확대해야 장기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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