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14개월 영아를 학대하는 내용의 폐쇄회로(CC)TV가 공개돼 공분을 산 50대 아이돌보미 김모(58)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신체적 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58)씨의 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는데요.
경찰은 "김씨의 상습적인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고, 범행의 죄질이 무겁다"며 "재취업할 경우 재범 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심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김씨의 여죄를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14개월 아기 밥 안 먹는다고 뺨 때리며 학대 일삼은 아이돌보미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소속인 김씨는 맞벌이 부부가 맡긴 14개월짜리 영아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학대한 혐의로 지난 20일 고소됐습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신체적 학대) 혐의로 김씨를 지난 3일 소환 조사했는데요. 경찰은 CCTV를 통해 김씨가 2월 27일부터 3월 13일 사이 15일간 총 34건의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10건 넘게 학대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하루 평균 2건 이상 학대 행위를 한 셈입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김씨는 'CCTV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 몇 차례 눈물을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김씨 사건은 피해아동 부모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아이돌보미가 거실과 침실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담긴 6분 23초 분량의 CCTV 녹화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진선미 “아동학대 사건 사과…근본적인 대책 마련할 것”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3일 밝혔습니다.
진 장관은 이날 서울 금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에 발생한 아이돌보미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서 누구보다 심각성을 느끼고 있고 아이의 상황들을 직접 보게 됐을 때 충격을 느꼈을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분들에게도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영상을 보면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많은 부모님이 혹여 내 아이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우려도 했을 테고 누군가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그 동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자는 뜻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가정들에 이 문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것이고, 혹시나 은폐된 사건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대책 발표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는데요.
간담회 결과 여가부는 아동 학대로 자격정지를 받은 아이돌보미가 다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자격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돌보미를 채용할 때 인성·적성 검사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됐습니다. CCTV 설치와 관련해서는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는데요.
영유아 아이돌봄 현장에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노동권 침해 우려가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밖에도 아동학대 예방 교육 강화, 아이돌보미 사업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정부 아동학대 사건 발생할 때마다 개선방안 발표…뒷북 정책, 실효성 ‘글쎄’
정부는 아이돌보미 숫자를 지난해 2만3000명에서 올해는 3만명으로, 2022년에는 4만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원을 급하게 보충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단기간 내 제대로 된 아이돌보미를 충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아이돌봄을 지원한다는 취지보다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에 가해자로 입건된 김씨도 6년이나 일했지만, 80시간의 사전 교육 가운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고작 2시간뿐이었습니다.

외부업체가 교육을 맡다 보니 사후 감사나 관리도 부실했는데요.
이번 사례처럼 사회적 지탄을 받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영유아 아이돌봄 현장 CCTV 설치해야 vs 노동권 침해 우려 있어 신중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보육교사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습니다.
지난 1월2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보육교사 김모(60)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이자 쌍둥이 언니 김모(60)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방조 혐의를 받는 담임 보육교사 A씨(47)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동생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남아를 이불로 덮은 후 온몸으로 누르고 꽉 껴안아 질식사시킨 혐의를 받았습니다. 김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원아 8명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요.
그간 재판 과정에서 동생 김씨는 고의로 학대하지 않았고, 아이의 사망을 예견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는 피해자의 온몸을 이불로 덮은 채 눕히고 양팔과 다리로 조여 숨을 못 쉬게 했다"며 "피해자가 발버둥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어느 순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에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앞서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지난달 4일 ‘개학연기 투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당국이 이날 불법 ‘개학연기 투쟁’을 강행한 한유총의 법인 인가를 취소하는 등 강경방침에다, 시민·학부모 등 여론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었는데요.
물론 보육대란은 피했지만 개학 연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전가됐습니다.
◆양육 부담, 경제적 어려움…애 낳지 않는 부부 급증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우자가 있는 여성 중 절반 가량은 양육비나 교육비 등의 부담으로 아이를 더 이상 낳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5∼49세 기혼여성 중 현재 배우자가 있는 이들의 84.8%가 “향후 출산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는데요. 앞으로 애를 낳을 계획이 없는 기혼 여성이 출산을 중단한 이유는 ‘자녀교육비 부담’(16.8%)이 가장 많았고, ‘자녀양육비 부담’(14.2%) 등이었습니다.

이처럼 결혼해 애를 낳아도 키우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부모들은 어린이집도, 아이돌보미·유치원도 믿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맞벌이 부부들은 안정적 직업, 지위를 갖거나 내 집 마련을 할 때까지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계청의 ‘2017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혼인신고를 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초혼 신혼부부 110만3000쌍 중 아이가 없는 부부는 37.5%인 41만4000쌍에 달했습니다. 이 비율은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는데요.
딩크족(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2030대 미혼 성인남녀 8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딩크족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3.9%가 “그럴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8.8%·복수응답) △임신·출산에 따른 직장경력 단절 우려(34.5%) △육아에 자신이 없어서(32.7%)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경제적 부담, 양육 고충 등으로 부부들이 애를 낳지 않거나 출산을 미루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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