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부채가 170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126조9000억원이 증가한 것인데요. 이 가운데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액인 '연금충당부채'가 94조1000억원이나 늘어났습니다. 이 증가액은 2013년 통계 집계방식 개편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미래의 연금액을 말합니다. 이 연금액을 산출하려면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는데요. 금리가 낮으면 환산가치가 커지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물론 이는 전혀 타당성 없는 의견은 아닙니다. 다만 공무원 수가 늘어나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한 측면도 있습니다.
연금충당부채는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채무와는 다르다곤 하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보다 적을 경우 정부 재원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정부는 작년보다 9.5% 증가한 470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에는 500조원 넘게 책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지출은 해마다 급증하는데, 세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국가채무는 궁극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경기불황 등에 따라 재정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추가경정예산 역시 필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편성해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1700조원에 육박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충당부채가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 수와 근무기간 증가, 할인율 인하 등으로 인해 2013년 이후 최대로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재정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채발행도 증가했습니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680조7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1319만원에 달했는데요.
지난해 세수 호조로 '나라 살림살이'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원 가까이 축소했습니다.
◆나라빚 절반이상, 퇴직 공무원·군인 노후대비에 쓰여
정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습니다.
보고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의 결산 심사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 국회 제출되는데요.
지출이나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에 입각한 정부 재무제표 결산 결과 지난해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 국가자산은 2123조7000억원이었습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41조원으로 전년 대비 65조7000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1년 새 자산은 61조2000억원 늘어난 데 그친 반면 부채는 126조9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가부채 증가분 가운데 21조7000억원은 국채발행에 따른 것이고, 전체의 4분의 3에 달하는 94조1000억원은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작년 연금충당부채 증가 폭은 2013년 통계집계 방식 개편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충당부채는 939조9000억원으로, 전체 부채 가운데 절반 이상(55.9%)을 차지했습니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입니다.
물론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 보다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 합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급증은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 수와 연금수급자 수가 늘어난 탓도 있으나, 할인율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땐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돼 부채의 현재가치는 오히려 커지게 됩니다.
정부는 지난해 전체 연금충당부채 증가분 94조1000억원 중 85%인 79조9000억원은 할인율 인하 등 재무적 요인에 따른 증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무원이나 군인 재직자 근무기간 증가 효과(30조7000억원), 공무원이나 군인 수 증가 등 실질적 요인에 인한 증가는 15%인 14조2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D1)는 68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680조원을 돌파했는데요.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인 5160만7000명으로 나눠 계산한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319만원입니다.
국가채무는 2011년 400조원, 2014년 500조원을 넘은 데 이어 2016년 600조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 70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2%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 연간 17조원…공무원 증원, 단순 실업대책 활용 경계해야
이처럼 나랏빚 절반 이상이 퇴직 공무원과 군인들 노후 대비에 들어가는데요.
문제는 현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공공부문인 공무원 숫자를 늘려나가고 있어 갈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들에게 향후 30년간 지급해야 할 급여와 연금이 4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징집병을 줄이고 직업군인 비중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인 걸 감안할 경우 군인연금 적자폭도 확대될 공산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자재정 관리를 위해 공무원 증원과 무분별한 복지확대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미래 세대인 2030대 청년층에게 고통스러운 부담을 안겨 줄 공적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묻지마' 식의 공무원 증원은 수많은 공시족을 양산해 국가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시족이 41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의 합격률은 1.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8% 가량의 청년 노동력은 낭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17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특히 한번 늘린 공무원을 줄이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 세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17만명을 9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30년간 지급 급여가 327조원, 퇴직 후 받는 연금은 9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가입자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은 45%지만, 공무원연금은 51%여서 형평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작년 말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높이는 대신 연금 수령액을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냈는데요. 국민의 국민연금 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적자 상태인 공무원연금·군인연금도 보험료를 높이거나 수령액을 낮추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한 전직 관료는 “공무원 증원 등 공공 부문 인력정책을 단순 실업대책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공공서비스와 일자리 확충이라는 명분에 집착하다가 재정 규율을 잃으면 그땐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재정 붕괴'가 닥칠 수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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