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외교부가 공식적 입장을 삼가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간 엇박자 지적을 피하기 위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1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조율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강 장관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현 단계에서는 북·미 협상 재개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협의를 통해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한·미 간 지향점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강 장관은 미국 측에서 줄곧 사용하는 FFVD라는 표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 뒤 아직까지 외교부에서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외교부는 지난 2월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에는 회담 종료 이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15일 오전 1시에 보도자료를 냈고, 지난 1월21일 있었던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 이후에도 1시간 반 만에 입장을 발표했다. 강 장관이 현지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회담 내용을 일부 공유했지만, 사흘이 넘도록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도 중요하지만 한·미 동맹 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비핵화가 되든 안 되든 북한을 대화로만 견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한·미 간 마찰요인이 커진다”며 우리가 북한을 비핵화시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답이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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