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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법농단’ 의혹에 “법관 못 믿겠다”… 재판부 기피신청 늘어

입력 : 2019-03-19 19:26:06 수정 : 2019-03-19 22: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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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불신 풍조 부채질 우려 / “검사·원고측 인연 바탕 재판 진행” / 사실 여부 안 따지고 판사교체 요청 / MB보석 재판장 탄핵 청원 등 봇물 / 법관 상대 진정·청원 건수도 급증 / 5년간 기피·회피 신청 인용률 1%↓/ “인용률 높이고 재배당제 활성화를”

성범죄로 기소돼 지난해 재판을 받은 20대 A씨는 변호사에게 법관 기피신청을 요구했다. 담당 판사가 검찰 측 증인이 2∼3차례나 불출석하는데도 변론기일까지 연장해 수차례 출석을 요청하고 선고기일까지 연기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변호사에게 “‘적폐’ 판사가 검사와 친분 때문에 유죄를 선고하려고 한다”고 항의했다.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사법부 불신이 심화된 시점에서 2017년 이후 법관을 못 믿겠다며 담당 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 사법불신 풍조가 팽배하면서 대법원에 법관을 상대로 진정·청원을 넣고, 재판 중 쟁점이 되는 법률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받겠다고 신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도 재판 시작 전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 언제든 기피신청을 하라”고 나설 정도다.

 

세계일보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전국 지방법원 기피·회피 및 위헌법률심판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 내 기피·회피 신청 접수 건수는 752건으로 전년도 694건 대비 증가했다. 기피·회피 신청건수는 2014년 1041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했지만 ‘사법농단’ 의혹 사태가 터진 2017년 이후 반등했다. 기피는 피고인이 담당 판사 교체를, 회피는 법관이 배당된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요청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재판 진행 중 쟁점이 되는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겠다고 요청하는 위헌법률심판 신청 건수도 지난해 389건으로 2017년(373건) 이후 소폭 늘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런 경향이 ‘사법농단’ 의혹 사태 이후 생긴 사법불신 풍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피고인들의 기피·위헌법률심판 신청은 번번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되레 신청은 늘었다. 지난해 기피·회피 신청 인용률은 0.6%로 지난 5년간 1%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위헌법률심판 신청 인용률도 3.2%에 불과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사법농단’ 의혹 사태 이후 피고인들이 재판진행에 조금이라도 의문이 들면 정당성을 떠나 기피신청을 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관 상대 진정·청원 건수도 ‘사법농단’ 의혹 사태가 불거진 뒤 크게 반등했다. 대법원에 접수된 법관을 상대로 한 진정·청원 건수는 2016년 1476건까지 떨어졌지만 2017년 3644건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 460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4606건 중 4374건이 재판결과·진행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달 14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항소심 재판부의 재판장이 차문호 부장판사로 결정되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그를 교체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나흘 만에 1만명을 넘었다. 지난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되자 담당 재판장을 탄핵하자는 청원도 올라왔다.

김남국 변호사는 “최근 판사가 담당 검사, 원고 측과 인연을 바탕으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피고인들이 늘었다”며 “전관 변호사를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도 “법조인 명부 등을 통해 (사법연수원 인연 등) 검사와 판사 간 관계를 찾아 문제 삼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불신 해소를 위해 1%도 안 되는 법관 기피·회피 인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법관 기피·회피 제도의 인용률이 낮은데도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사법부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법조비리 근절’ 등을 위해 기피·회피 제도는 물론 재배당 제도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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