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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수확' ‘굿 이너프 딜’ 절충안…전문가 “새 용어로 혼선”

입력 : 2019-03-18 18:48:28 수정 : 2019-03-18 23: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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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의지 집중 美와 온도차 / “조기수확, 단계적 이행과 유사 / 굿 이너프 딜, 스몰딜 다른 이름 / 지금은 로드맵 설정 위한 노력 필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는 중재 역할에 위기를 맞자 ‘촉진자’ 역할을 제시했다. 촉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처음 제시한 개념은 ‘조기수확(얼리 하베스트)’과 ‘충분히 괜찮은 거래(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이다. 정부의 이런 개념 제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여부 검증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미국 측 입장과는 온도 차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외교부 안팎에 따르면 미국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지난 15일 발언 이후에도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해제’의 노선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최 외무상에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을 했다”고 경고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경고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하고자 하는 표현으로 읽힌다. 멀베이니 비서실장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재개는 일종의 신뢰를 저버린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그들(북한)이 실험을 다시 한다면 그것은 진정 실망스러운 전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선은 북으로 하여금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토록 견인을 해내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스몰딜’을 ‘굿 이너프 딜’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수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절충안은 미국의 매파들이 주장하는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의 협상 태도로 일컬어지는 ‘살라미 방식’에 모두 거리를 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이번 언급이 용어는 정교화했지만 달라진 부분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8일 “굿 이너프 딜은 스몰딜보다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며 “하지만 스몰딜의 다른 이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지금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알 수 있는 로드맵을 설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새로운 용어로 혼선을 일으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조기 수확 또한 합의 가능한 분야에서 우선 협상을 진전시키는 방법으로 ‘단계적 이행’과 유사한 개념이다.

 

외교 소식통은 “로드맵 부분은 우리가 미국의 의견을 받은 것이고, ‘굿 이너프 딜’은 북한을 배려한 말로 보인다. 스몰딜이란 표현을 쓰기 힘드니까 그렇다”며 “초기 조치는 영변 일부 시설 폐기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맞바꾸는 걸 구상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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