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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생존하고 싶다면 시장점유율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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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4 23:42:51 수정 : 2019-03-18 16: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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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종끼리만 경쟁 땐 시장 도태 / 고객의 ‘시간점유율’ 극대화해야 성장

최근 신세계그룹이 4조5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화성에 국제테마파크 사업을 하기 위해 단독 입찰을 했다고 한다. 2026년까지 놀이동산과 워터파크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인데, 투자규모가 파라다이스시티보다 3배 크고, 2022년 개장 예정인 춘천 레고랜드보다 9배쯤 많은 금액이라고 한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건설한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설의 주 이용자는 분명 아이가 있는 가족일 것이고, 2018년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98명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상황을 역행하면서 왜 이런 투자를 하는 걸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쟁의 대상이 바뀌면서 기존 경영학에서 성배시했던 시장점유율이 의미가 없어져 가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춰 경쟁하다 보면 대상이 한정돼 보이고,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쟁자가 갑자기 출현해 시장을 파괴하고 우리를 위기에 빠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전략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럼 시장점유율 의미가 약화한다면 기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 경쟁해야 할까. 답은 2016년 스타필드를 개장하면서 정용진 부회장이 ‘이제 우리의 경쟁상대는 야구장과 놀이공원이다’라는 선언에 담겨 있다. 모든 기업이 복합리조트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결국 경쟁의 목적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이는 이마트가 롯데마트만을 대상으로 경쟁한다면 시장 자체가 도태돼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결과이다. 실제로 작년 대형 마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반대로 온라인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9% 증가했고, 증가분 중 상당비율이 모바일 쇼핑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기업경쟁에서 고객의 시간점유율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존 마트나 백화점처럼 뭔가 필요할 때 찾아가 제품을 구매하고 나와 버리는 곳이 아닌 놀러 가 시간을 보내는 곳, 즉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영잡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구글과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와비파커’는 온라인으로 안경테를 파는 회사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미국의 가볼 만한 곳, 읽을 만한 책, 살 만한 물건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블로그가 눈에 띈다. 관광회사도 아니고 책 장사도 아닌 회사가 웹사이트에 이런 글을 써놓은 목적은 이를 통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와비파커의 뉴욕지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올려놓은 ‘뉴욕의 가볼 만한 곳 리스트’를 보면서 ‘뉴욕에 가면 이곳을 꼭 가봐야겠군’이라고 생각하며 블로그의 글을 읽다가, ‘이왕 왔으니 선글라스나 하나 맞출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웹사이트에 한번이라도 자발적으로 찾아와 시간을 보낼 이유가 한 가지라도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당장 오늘부터라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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