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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 했는데 재계약 못해 실업자 됐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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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2 08:00:00 수정 : 2019-03-12 09: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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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퇴사 종용 막는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7월 시행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계약직 경비원으로 일하던 50대 A씨는 지난 연말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 신세다. 그는 재계약을 앞두고 “입주자 민원 탓에 사실상 퇴사 당했다”고 주장했다. 근무 중 출입이 금지된 택시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 규정대로 제지한 일이 있었다고. 그는 “그 택시에 타고 있던 한 입주자가  ‘술 취한 자신이 탄 택시를 경비원이 제재해 출입구부터 수십 미터 떨어진 승강기까지 걸어가게 됐다’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게 결정적인 (퇴사) 이유가 됐다”고 전했다. A씨는 “이 일이 있기 전 직속 상사로부터 회식에 불참했다고 한겨울에 밖에서 일하는 주차관리로 보직이 변경되고, 그 후 택시를 가로 막았다는 이유로 근무 태만이라는 지적을 받아 결국 해고 당했다”며 “회식은 상사도 불참했다. 인사권을 쥔 관리소장의 눈 밖에 나 실업자가 됐다. 입주자 그리고 직장상에게 밉보여 갑질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A씨의 근태를 기준으로 평가했고, 계약 만기에 따른 정당한 계약해지”라며 “부당하다면 고용노동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법 개정…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 방지책 의무

 

‘직장 내 괴롭힘’이 논란이 되자 정부도 오는 7월 16일부터 1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을 마련하고 이를 취업규칙에 의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직장 상사가 업무와 무관하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는 경우나 사업장이 아닌 인터넷 공간이나 소셜 미디어 (SNS) 등에서 고통을 준 경우,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거나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한 지시, 직장 내 상하 관계를 넘어 △나이 △학벌 △성별 △출신지 등의 이유로 특정인을 따돌리는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정된 법안이 현장에 정착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사회통념상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으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돼 있지만 ‘사회통념과 적정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A씨의 사례처럼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해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단순 폭언, 폭행의 경우 구제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근로자 보호 위해 보완 필요”

 

취업규칙에 익명신고가 빠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갑질 피해자나 퇴사를 강요당한 당사자는 물론 피해를 지켜본 동료 등 주변에서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접수한 피해 6500여건 중 퇴사를 종용받는 사례는 약 10%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신원이 드러날 것이 우려해 고용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익명이 보장되는 시민단체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를 강요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면서도 과태료가 500만원에 그친 것도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노동부 매뉴얼이 제시한 취업규칙 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익명 신고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누구든 신고할 수 있고, 피해자나 신고 직원의 신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으면 용기를 낼 수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매뉴얼에는 대표이사 또는 사장의 부당행위가 있으면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조사하고 징계를 하게 돼 있는데 이사가 대표이사를 징계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노동부가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면서 사업장 근로감독을 진행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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